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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Aug 13. 2020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어제가 삼우제였다.

우리 외할머니는 아들 셋 딸 셋을 낳고 30대에 청상과부가 되어 90살 돌아가실 때까지 수절하고 사셨다.

우리 엄마는 6남매 중 맏딸인데 막내 외삼촌이 3살 때쯤 아버지(나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6남매는 아버지 없이 산 세월에 대한 한과 뭔지 모를 끈끈함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우리 외할머니가 있었다. 외할머니는 큰외삼촌이 지금까지 모셨는데 기력이 있을 때까진 잔소리쟁이였다. 아마도 젊은 나이에 6남매를 키우고 살아나가느라 그리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성격이 깔끔해서 외갓집은 항상 반들반들하고 앞뜰과 뒤뜰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꽃을 키우셨다. 그 덕분인지 우리 엄마도 나도 집에 화분을 많이 키운다.


친절하고 포근한 분은 아니셨지만 우리가 놀러 가면 토끼를 손수 잡아 고아주셨고 시끄럽다고 잔소리는 했어도 우리를 상당히 예뻐했던 속정이 깊은 분으로 기억이 된다. 내가 취직을 하고 바빠진 최근 10여 년은 외갓집에 자주 가지 못했는데 작년 설날에 뵌 외할머니는 많이 늙어있었다. 눈빛에 총기가 없고 기력이 쇠해졌다는 게 한눈에 봐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아흔을 바라보는 노인이 말짱한 정신과 특별한 지병이 없다는 게 자랑스럽기도 했었고, 계속 거기 그렇게 외갓집을 지키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아침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잠시 정신이 멍했다.

영원히 사실 건 아니란 걸 알았지만 그렇게 갑자기 가실 줄은 몰랐다.

모든 죽음이 그러하듯이...


사실 외할머니는 지난 4월 외삼촌이 뇌경색으로 병원에 계실 때 요양병원에 입원하셨었다. 작년부터 외할머니가 대소변을 가리는데 문제가 있고 정신을 깜빡깜빡 놓는다고 했었다. 외삼촌이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외삼촌에게 큰일이 생겨 경황이 없어지자 외할머니를 급하게 요양병원으로 모신 거였다. 거기서 5개월 정도 계시다 그렇게 잠들어 돌아가셨다고 했다. 5월에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외할머니는 많이 말라있었다. 가지고 있던 영양분과 기력을 다 소진하고 촛불이 꺼지듯 그렇게 가신 것 같았다.


새로운 별은 수명을 다한 별이 내어놓은 물질들이 뭉쳐서 태어난다고 한다. 

그렇게 수많은 별들이 생겼고 그 속에 지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 인간도 태어났다. 그렇게 자손의 자손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흙에서 왔고 언젠간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섭리임을 받아들이면 한 인간의 죽음은 크게 슬플 일은 아닐 것이다.

생명이 태어나는 건 이미 죽은 생명의 바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 또한 그 순환을 이루는 고리의 하나이다. 내가 아이를 가지고자 하는 것과 우리 외할머니의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신비롭다. 그렇게 우리는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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