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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Oct 29. 2021

(신혼일기) 44살 새댁입니다

결혼고시 장수생의 수기 

우리 부부는 내가 42살, 남편이 46살인 2019년 1월에 결혼했다.

아직 혼인신고서에 잉크가 채 마르기 전이라 그런지 손 잡고 운동하고 영상통화를 즐기며 길에서 장난도 많이 친다.

불륜이나 재혼커플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겉중년 속신혼 부부인 우리는 오늘도 꽁냥꽁냥하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던 30살 무렵부터 선을 보기 시작했다.

연애 기간을 제외해도 싱글기간이 10년 넘었으니 소개팅, 선으로 만난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 

100번이 넘는 모의고사를 치뤄 어렵사리 결혼이라는 고시를 통과했고 유부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인연을 나비와 꽃처럼 만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결혼을 할 거라 생각해온 내 순진함은 모의고사가 거듭될수록 바래졌다.

 

결혼 고시를 통과한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살아보면 다 거기서 거기니 돈 많은 사람이 최고야", "그냥 결혼하지 말고 연애만 해", "다녀올 지언정 한번은 해봐라"와 같은 와닿지 않는 충고를 해줬다. 

이번엔 어느 영역에서 몇 점이 모자라 탈락했는지를 고민하는 내게 그런 와닿지 않는 충고는 합격자들의 자기자랑이자 장수생인 내 처지를 비웃는 비아냥으로 들렸다. 


내가 궁금한건 어디서 어떻게 짝을 만났는지, 어떻게 그 사람을 알아봤는지, 얼마나 좋아지면 결혼을 결심하는지, 이런 사람은 절대 안된다와 같은 구체적인 합격 전략인데 가장 친한 친구조차도 "음, 그냥 느낌이 와" 와 같은 "교과서와 학교수업만으로 서울대 갔어요"같은 어이없는 말을 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 것도 한두번이지 답답한 마음이 해소안될 때는 서점에 가서 책도 많이 샀다. 남자 마음 사로잡기 같은 연애 지침서부터 사랑이 두려운 사람과 같은 심리학책까지 많이도 읽었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내게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 그걸 극복하면 나도 곧 결혼할 수 있겠지 같은 희망이 생기지만 책은 책일뿐 막상 현실에선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패한 소개팅 이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1. 괜찮은 남자은 어디 있는걸까 2. 내가 매력이 없나 3. 이러다 혼자 늙으면 어떡하지 와 같은 무한반복 3단 콤보는 당시의 쓰린 가슴을 달래줄 지언정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오늘도 연애와 결혼고시에 낙방하여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비참하게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내 경험을 나누어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수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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