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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Oct 12. 2022

(태교일기) 유모차와 카시트

14주 ~ 18주

니프티 검사의 걱정이 덜어진 곳에 새싹이가 태어나면 필요한 것들이 자리잡기 시작했어.

우선 필요한 생필품(?)부터 구비해야겠다는 동물적 감각이 발동하기 시작했지.

지금까지 나의 소비는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어서 그 필요성은 생각할 것도 없었고

소비를 일으키는 것은 주변 사람들, 광고, 입소문, 쇼핑 즉 견물생심이었는데 아기에게 필요한 건 지금까지 관심이 없었던 터라 어디 가서 무얼 사야할지 막막하더라.

 

견물생심을 생각하며 아기 이미지를 떠올려보니 아파트 앞에서 얼굴이 뽀얀 엄마가 아기를 태워 다니던 유모차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 

이상하게 아기용품 매장에 들어가는 게 어렵고 쑥스러워서 네 아빠가 시간이 되는 주말까지 기다려서 같이 갔단다. 처음 매장에 들어섰을 때 점원은 지인 선물을 사냐고 물어보더라.

아직은 똥배인지 아닌지 애매한 배를 가르키며 "제가 쓸건데요." 했더니 점원이 당황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시작하더라.


선물용과 직접 쓰는 것은 다른 모양인지 여러 모델들을 자세히 설명해 준 다음 지금 여기서 안사도 되니 베이비페어나 아울렛에도 가보고 검색도 많이 해보라고 하더라구.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라는 걸 눈치챈 양심있는 점원이었어.

매장에서 본 유모차와 카시트는 죄다 유럽산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나는 알 수 없는 분노와 개탄으로 저출산을 실감했지.

아~ 라떼는 포대기와 이불만으로 다들 잘 자랐는데...하면서 쓴 웃음을 삼키고 백화점을 나왔단다.


돌아와 둘러본 우리 집은 이미 두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게 맞춰져있어 누가 들어올 틈이 없어보였어. 

우리의 공간을 조금씩 양보해서 빈 공간을 확보하는게 우선이었어.

집안을 쭉 훑어보니 정리 일순위는 옷과 안쓰는 생활용품들.

네 아빠와 나는 옷방으로 쓰던 작은 방과 드레스룸에서 옷들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어. 

결혼 전부터 쓰던 행거는 처분하고 옷장을 새로 사넣어 앞으로의 옷은 옷장 공간을 벗어나지 않기로 합의를 봤어.


다음 대상은 주방 팬트리.

네가 쓸 분유며 기저귀 등을 넣어둘 공간이 필요했기에 안쓰는 물건들을 꺼내어 정리했어. 

20리터 쓰레기 봉투에 평상시 쓰지않던 물건들이 한가득 실려나갔고 괜찮은 것들은 따로 모아 기부했단다.

생각보다 많은 공간이 나왔고 비우고 나니 작은 서랍장 두 개와 책장도 두 개나 나왔어. 

그건 새싹이를 위한 가구로 쓰기로 하고 컴퓨터 방에 잘 닦아서 옮겨뒀지. 


공간을 확보하는 데만 꼬박 2주가 걸렸어.

집안에 빈 공간이 나온다는 게 신기했고 이대로 비워두고 살고 싶었지만 이제 새싹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할 것 같았어.


내 친구들과 지인들의 출산은 이미 십여년 전이고 지금은 입시준비로 바쁜 상황이라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었어. 

도대체 무엇을 어디부터 준비해야된단 말인가?

난감하고 막막했어.


백화점에서 '라떼는~'같은 소리는 먹히지않는다는 걸 실감하고 나서 지금 임신 중이거나 애기를 낳은 엄마들과 친해져야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어. 

궁하면 통한다고 시험관하면서 알게된 동생들 중 임신했거나 이미 출산한 사람들의 모임과 단톡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단다. 그 단톡방에 초대받아 이제는 엄마가 된 동생들의 안부와 육아 현황을 알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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