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마샬 감독의 디센트(2005)
이 영화는 우리가 무엇으로부터 공포를 느끼며 이를 왜 느끼는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여태 내게 있어 공포영화는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용이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랬기에 세심히 관찰한 적 없었다. 사실 그런 걸 파악하고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보질 못했다는 게 더 맞는 설명이겠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마냥 공포영화로만 봤기에 순간순간을 넘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영화자체에는 집중하기 어려웠다. 집중하면 안 될 거 같았기에 의도적으로 집중하길 피하기도 했다. 보다가 놀랄만한 장면이 나오면 끄고, 보다가 또 끄고를 몇 번 반복하였다. 공포심을 조금은 줄여보고자 틈틈이 이 영화에 대해 검색을 했다. 정말 공포영화가 맞는지, 무엇을 위한 영화인지, 공포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찾아봤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 영화의 주된 공포 대상이 “폐쇄성”과 “동굴 안에서 진화된 생물”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해하지 못하는, 막연한 어떤 것이 아니었다. 이를 알고 난 후부턴 감상이 보다 수월해졌다. 사실 별거 아닌데 그 순간에 사로잡혀 다른 시선으로 상황을 이해하지도, 판단하지도 못하여 공포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 공포의 내막을 알게 되면 두려움이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걷히기 마련이다. 늘 애매하고 뭔지 모를 어떤 것이 우릴 두려움에 떨게 한다.
여유를 가지고 본 이후부턴 영화 내 다른 것들에도 관심을 옮길 수 있었다. 근래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부쩍 관심이 가고 있던 터라 영화의 공간배경인 동굴이 그렇게도 눈에 띄었다. 좁고 긴 통로가 주는 갑갑함, 시야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오는 불안감은 우릴 공포로 밀어 넣기 충분했다. 그렇게 동굴이란 이 폐쇄된 공간은 우리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 온다. 서서히 호흡이 빨라진다. 호흡이 빨라질수록 우리는 더욱 긴장상태에 빠질 것이고 판단력을 점점 잃어가겠지.
그리고 물... 언젠가 사람은 어두운 공간에서 물 안에 잠겨있음 공포를 느낀단 글을 본 적이 있다. 동굴 안은 어둡고, 물도 있었다. 동굴은 축축하고 서늘함과 동시에 보이지 않음으로 인한 불편, 불안감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공포가 발생하면 안보이던 것도 보이게, 안 들리던 것도 들리게 만들어버린다. 우리의 뇌는 거짓된 정보도 잘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는 일반적으로 우릴 놀라게 만들기만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것이 튀어나올지, 어떤 속도로,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모른단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우릴 연속되는 긴장상태에 빠뜨린다. 물론 그간 공포영화에 대한 나의 세심한 관찰이 부족했기에 이리 단편적으로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무튼 이 영화는 그동안 봐온 공포물관 다르게 다가와서 좋았다. 믿지 못할 어떤 것의 깜짝 방문으로만 구성되지 않았기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