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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소제동, 새로운 시작

소제동 도시재생

대전 소제동에 들렀습니다. 도시재생 사업 관련 일이 있어 대전에 왔는데 재생의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소제동을 두 번째 방문하게 됐습니다. 대전의 동쪽에 위치한 소제동은 소제호라는 호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1927년에 호수를 매립하게 되었고, 일제강점기에 경부선 철도를 놓게 되면서 종사자들의 관사가 만들어지면서 생긴 마을입니다. 아직도 1920년대부터 1980년대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거의 방치된 느낌입니다.

소제동 풍경

그런데 시대가 흘러 과거의 모습, 방치된 지역의 모습, 오래된 주택과 폐허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때마침 도시재생 이슈가 나타나면서 사업적으로 발굴이 됩니다. 다른 도시재생 지역과는 달리 소제동은 민간에서 먼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서울 익선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익선다다가 소제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다양한 사업들을 '소제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펼치게 됩니다. 소제호 프로젝트로 진행된 곳을 먼저 살펴봤습니다. 베리도넛, 층층층, 볕, 오아시스, 갤러리로 관사16호, 슈니첼, 파운드, 풍뉴가, 관사촌커피 등이 있는데 아쉽게도 서너 곳이 휴업 중이거나 리모델링 중이었습니다.

관사촌커피와 파운드
베리도넛(휴업 중)
층층층

비범, 화양연화, 여기소제, 락샤 등을 들러서 살펴봤으며, 숙소로 로컬스티치 소제를 이용했습니다. 소제동이라는 하나의 지역에 이렇게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진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관주도형, 공공주도형 과는 다른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더 대단합니다.

비범과 화양연화
여기소제
락샤


반나절 이상 이 지역을 돌아다녀보니 이제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판단입니다. 초창기에 만들어진 공간들이 대부분 F&B 위주로 방향이 설정되었고 이후의 상점들도 대부분 F&B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정도 분위기이면 다양한 콘텐츠들이 들어올 만도 한데 독립서점도 갤러리도 없으며 굿즈를 파는 공간도 한정적이었습니다. 가장 급한 일이 업종을 다양화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문화를 생산하는 공간이 많이 들어와야 합니다. 대전전통나래관이라는 공간이 있지만 외형상으로도 이 동네를 방문한 사람들이 들르기에는 부담이 커 보입니다. 비어있는 집들을 찾아 작은 갤러리도 만들고, 작가들의 작업실도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다른 지역은 관이 주도해서 분위기를 만들지만 소제동은 이미 민간이 좋은 분위기를 만든 상태이기 때문에 그 흐름만 잘 유지하면 좋은 성과가 지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이 들어서 빠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웬만한 지역은 좋은 분위기를 만들지도 못하고 침체되곤 하는데 소제동은 좋은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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