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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조각
약을 2주째 먹으려니 죽겠다.
분명 열은 없는데.
코로나가 아닌데, 코로나 같은 고통.
감기가 도통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목소리도 잃고
입맛도 잃고
두통이 가시질 않으니
사는 것 같지 않다.
약 먹을 생각만 하면 구역질이 인다.
정말 먹기가 힘들어서
밥 한 숟가락 또는 과자 한 입을 준비해 두고
약을 먹자마자 입을 헹군다.
장마가 끝나고 시작된
하루가 다르게 숨 막히는 무더위 속에서
뭐가 되겠다는 마음도
되지 않겠다는 마음도 무용하고.
뜨거운 열기를 뚫고 도착한 카페에서
건네주는 시원한 물 한 잔,
틈틈이 쌓아 올리는 독서 기록,
창밖으로 들리는 소나기 소리,
엎치락뒤치락해도 자리를 지키는 근육량,
그런 것들에 기대어 처서를 기다린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는 2주나 남았지만.
9월에도 열기는 가시지 않겠지만.
밥 달라고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물까치 새끼의 흔적조차 없는 빈 둥지처럼
소란스럽던 것도 고요해지는 날이 올 테니.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놓치면 끝일 주변이나 둘러보아야지.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