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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조각
가끔은 내가 그립다.
어리던 내가 그리울 때도 있고,
무언가를 배우던 어떤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다시 이어 붙이기 어려운 인연의 시간이 그립기도 하다.
그때 그 순간의 나.
그리운 것은 ‘너’가 아니라 ‘나’.
지금과는 다른 나.
세상의 때가 덜 묻을 적의,
지금보다 모르는 게 더 많고,
작은 것에도 기쁜 일이 많고,
잃을 게 없는 그런 나.
그런 마음.
추억하는 시간은 뭘까.
당장 눈앞에 해야 할 일이,
뚫고 나가야 할 고난이 가득한데.
숙제 같은 하루를 보내고 난 뒤의 소회인가.
그래도 나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더 먼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바나나와 단팥빵을 먹고 싶다.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라면과 김치도 먹고,
배를 든든하게 채워서 정신을 또렷하게 해야지.
그리고 만나고 싶다.
언제나 막연하게 그리운 할머니를.
알 수 없는 나의 반쪽을.
나는 조금씩 나이를 먹고 있고,
내가 늙어가는 만큼, 다른 사람도
같은 시간에서 나이를 먹고 있다.
부모님, 형제, 친구, 모두 다.
100세 시대 기준으로는 어리지만,
나는 그렇게 어리지 않다.
사람의 몸은 현대 문명을 따라가지 못하고
문명이 발달하기 전과 같게 병들고 늙는다.
시간은 배려도 이해도 없고, 그저 흐른다.
우리는 먼저 떠나거나 아직 남게 되어 있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조금씩 변해가는 얼굴과 입맛을 느낄 때,
낯선 얼굴과 몸을 보면서
이 모습은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는 것.
그래서 이 모습이 어디로 갈까 생각하는 것.
분명히 손에 잡히고 형체가 있는 것도 많은데,
존재하지 않고 형체가 없는 것에 몰두해
생각하는 것도 결국은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일까.
알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알고 있는 것은 붙잡았다 놓고
새로 알게 될 것의 자리를 마련하며
또 하루를 보낸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