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조각. 안녕하신가요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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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조각



편지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편지 쓰기를 좋아한다.

편지에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받는 이의 눈이 그렁그렁 반짝일 때,

그때 다시 전해 받는 사랑이 좋다.

서로를 오해가 아닌 이해로,

마음과 마음이 그대로 이어져

내게도 상대에게도 차오르는 느낌.

그런 의미에서 편지는

받는 사람보다도 보내는 사람을 위한 도구.

충분히 깊이 있게,

사소한 오해가 생길 틈이 없도록

말을 고르고 또 골라서

수차례 공들여 다듬은 다음에야 앉히는 문장은

언제나 다정할 수밖에.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이

부피라는 형체를 지닐 때,

그게 바로 편지가 아니면 무엇일까.

인연의 끊어짐과 무관하게

편지를 보관하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고.

가끔 괜스레 편지함을 열어볼 때면,

무수한 우스갯소리와 제각각의 다정한 말들이

별똥별처럼 떨어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잔상은 남아서 다시 나의 안부를 묻고

상대의 안부를 묻고

사랑하는 이들의 안부를 묻는다.

부디 안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안녕하신가요.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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