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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조각
여름에는 운동 후에 수박 주스를 사서
마시면서 귀가하는 낙이 있었다.
시럽 같은 가짜가 아닌
진짜 수박을 갈아서 파는 수박 주스.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로
수혈되는 수박 주스 맛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아름답다.
때마다 치솟는 짜증과 식욕과 스트레스,
그리고 그로 인해 맞이하는 체지방 증가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짜증 내고 싶지 않고,
식욕 폭발하고 싶지 않고,
스트레스는 우주 먼지만큼도 받고 싶지 않지만.
모난 돌은 언제 어디서나 날아오고,
내가 가겠다고 선택한 길의 바닥에도
울퉁불퉁하고 뾰쪽하게 존재해
꼭 상처를 입히고 만다.
건강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까지도
두루 관심을 가지며,
나에 대해서도
나와 부딪치는 사람에 대해서도
나와 접점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창밖의 소나기 구경하듯 자주 살펴본다.
복싱을 배우면서도
러닝을 하면서도
등산하러 다니면서도
가볍게 걸으면서도
배드민턴을 치다가도
‘왜’라는 원인 찾기보다
‘어떻게’라는 방법을 더 많이 연구한다.
결국엔 다 하나의 이야기가 되지만.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올리며
한계점을 넘어 뛰고 시시한 이야기에 반응하며,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한 사회적 가면은
나를 지키고 일으키기 위한 필수적인 것.
수박 주스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나 또한
또 다른 사회적 가면의 나.
무언가를 얻고 지켰다는 생각보다
무언가를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내가 가진 가면과
그 가면을 만든 삶의 부피를 떠올린다.
푹 꺼진 마음에 불씨를 피울 수 있는.
언제든 딱 그 정도만 있으면, 뭐든 될 수 있으므로.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