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조각. 검정 사람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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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조각



날이 다 풀렸다.

이제 색이 있는 옷을 입으려거든

5시간 정도 땀을 흘려야만 가능할 것이다.

미리 땀을 쏙 빼두는 개념이다.

나는 다한증이 있다.

다한증은 말 그대로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다.

땀이 얼마큼 많으냐면 남이 ‘헉’ 소리 나게 할 만큼 많다.

종이는 젖다 못해 찢어지거나 부서지며

양말뿐이 아니라 운동화까지 통으로 눅눅해지고

땀이 하도 흘러 선크림을 바르는 의미가 있나 싶고

물 밖에 있어도 물속에 있듯 옷이 다 젖고

젤펜은 절대 불가, 볼펜만 사용하며

땀이 많이 나면 손도 불기 때문에

보통 때와 땀 날 때의 반지 호수는 둘 이상 차이 난다.

아무튼 그렇다.

여름에 맨발로 슬리퍼를 신었다가는

언덕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할 수도 있다.

신발을 포기하고 맨발로 가면 되겠지만

달아오른 아스팔트 같은 건 알고 싶지 않으므로

슬리퍼는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 신는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전기 선풍기,

그것도 휴대 가능한 손 선풍기가 있지만,

긴 외출이나 혹여 충전을 잊으면 낭패이기 때문에

부채와 원터치 휴대용 부채도 함께 들고 다닌다.

매번 여름마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근무지에 여분의 옷을 가져다둘까, 하는 것.

그러나 아직까지 실천한 적은 없다.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강구하며 살아냈다.

올해는 또 어떻게 보내야 하려나 걱정이긴 하다.

4월 중순에 30도를 웃도는 웃기지도 않은 현실은

단언컨대 공포 그 자체다.

그러므로 멋지거나 차려입거나 그런 것보다도

사람다운 행색을 보이려면,

최선의 선택은 검정되시겠다.

아는가? 하늘 아래 같은 검정은 없다.

그러므로 나는 패셔니스타가 아닐지.

오늘도 검정 사람은 열심히 여름을 준비하며

여름 같은 봄을 보내고 있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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