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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조각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첫울음, 첫사랑, 첫 여행, 첫 회사, 첫 월급…….
길을 헤맬 때는, 그런 첫 시작을 떠올려보게 된다.
어디서 잘못됐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섰을까?
첫 단추를 아무래도 잘못 꾀었나.
어릴 때는, 무조건 잘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서
어떻게 해야 잘하나 그런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그래서 직업을 고민할 때, 친구들 사이의 뜨거운 주제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였고, 양쪽 의견이 팽팽해
늘 수업 시작종과 함께 끝나곤 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 짓는 것도
지나친 이분법적인 사고 같다.
각각인 것 같아도 결국엔 하나가 될 때도 있으니까.
좋아해서 잘하게 되기도 하고
잘해서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잘하든 좋아하든 어떤 마음이 존재하는 순간,
우리는 실패를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
반복되는 계획과 도전과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들까지 쟁취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이 소중하고,
그렇기 때문에 겪어온 나이에서나
겪지 않은 나이에 있어서나 한없이 엄격한 건 아닌가 싶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이러는 건 말도 안 되고
어떻게 저럴 수 있나 화를 내게 된다.
첫 회사에서 유독 상처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잊으라 하였느냐.”
“잊으라 하였으나 잊지 못하였다”
유명한 드라마 대사처럼, 나 또한 지워지지 않는
환영 같은 말들이 있다.
잘잘못도 아니고 발전이나 성장은 더더욱 아니고
단지 비난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괴롭힘의 말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말을 흘려 보내는 것은 아니 된다.
어떤 말은 단지 내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뿐,
나의 성장에 큰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것에는
놀랍게도 그런 타인의 비판이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놀랍게도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감정을 휘어잡을 수 있지도 않다.
그러니 즐겁다가 괴롭다가
잘 되다가 안 되기를 반복하며 구불구불한 인생을
버텨내는 것은 어느 나이 때나 흔한 일.
처음은 누구에게나 있고,
오늘 지금 이 시간을 사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나의 몫은,
내가 어떤 말을 듣고 상처를 입었더라도
어떤 괴롭힘, 나쁜 대물림은 끊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하며
듣는 마음과 듣는 귀를 키워 사람답게 사는 것.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