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K만 붙이면 통한다는 착각

K에 취한 브랜드들

by 오프너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이 놀랍도록 성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 지금은 일상이 되고 있죠.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 그룹의 세계적인 인기,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같은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더 나아가 한국 음식 문화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죠.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불닭볶음면'은 이미 유럽, 미주, 동남아를 넘어 전 세계의 인기 식품이 되었고, 심지어 우리에게는 친숙한 '먹방(Mukbang:)'이라는 단어는 영국 옥스포드 대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한국 문화는 글로벌 무대에서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더타임즈

이렇게 성공적인 결과가 이어지면서 한국의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은 너도나도 'K(케이)'라는 접두사를 붙이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K'만 붙이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인식이 만연해져 있습니다. K-푸드, K-뷰티, K-팝뿐 아니라 K방역, K-교육, 심지어 K-콘크리트까지 등장할 정도로, 'K'는 이제 만능의 브랜드 키워드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브랜드 마케팅에서 국가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명품과 와인, 이탈리아는 패션과 요리, 독일은 공학과 자동차 등 국가적 정체성을 브랜드 이미지와 성공적으로 연결한 사례들은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런 브랜딩의 성공이 단지 국가명을 내세워 이뤄진 것이 아니라, 각 나라가 가진 특유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자산을 전략적으로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K의 남발, 이대로 괜찮을까?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K'를 과도하게 남발하는 현상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해외 소비자들에게 우리 브랜드의 진정성보다는 과도한 민족주의나 우월감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단지 'K'가 붙었다고 무조건 소비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단순한 국가적 정체성이 아닌 제품과 콘텐츠 자체의 독창성과 진정성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미제'라면 무조건 좋은 제품이라 생각했던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달라진 것처럼 말이죠. 이는 제품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는 단순히 K-POP이라는 장르에 속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만의 독특한 메시지와 음악적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죠.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역시 사회적 메시지와 강렬한 연출이 어우러져 성공했습니다. 막연히 한국드라마라서 성공한 것이 아니죠.

Screenshot 2025-04-03 at 08.54.00.JPG ©넷플릭스

그러나 최근 몇몇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과 브랜드들의 태도를 보면 마치 'K'만 붙이면 통할거라는 착각에 빠진 경우를 자주보게 됩니다. 한 예로, 중국 시장에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K-뷰티가 현재는 위상이 급격히 하락한 사례가 있습니다. 초기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품질 좋은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지만, 곧 K-뷰티 타이틀만 믿고 공감할 수 없는 현지 마케팅과 품질 관리 부실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외교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와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 K-뷰티에 대한 충성도와 신뢰도가 하락하며 현재는 예전 같은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때 K뷰티 제품들만 불티나게 팔렸던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에는 이제 K-뷰티 브랜드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죠.

©코트라



글로벌 소비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국가 브랜드의 힘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작정 국가 이미지를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은 오히려 소비자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브랜딩 관점에서 우리는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우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국내 브랜드들은 자국의 문화적 요소를 전략적으로 녹여낸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매우 효과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단순히 'K'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담아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비비고(bibigo)'는 한국 음식을 현대적이면서도 현지화된 맛으로 제안해 글로벌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결국 우리 고유의 것을 지키면서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유동적이 자세가 중요합니다.

restmb_allidxmake.jfif ©비비고

이제 국내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정체성을 맹목적으로 강조하기보다 제품과 콘텐츠, 서비스의 가치를 현지에 맞게 창의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K'를 흔히 말하는 '국뽕'이라 평가절하하지도 말고, 지금의 위상에 너무 취해 있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K'가 아니라 브랜드가 온전히 전하는 고유한 가치를 원합니다.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스토리, 소비자와의 진정한 소통,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으로 보다 글로벌 시장에 맞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Opene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뉴 디자인 경영,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