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에 가기 전에 새로운 카페에 들렀다. 시를 쓰는 나날에는 일기를 안 쓰게 되는데 왜일까.
에이포 한 장 분량의 일기를 쓰고, 그 일기에서 툭, 불거진 문장 하나가 내 발목을 잡는다. 그 문장을 일기에서 구출해 시의 한 구절로 써본다. 이 작업이 재미있다. 이때 가장 유쾌한 부분은, 발목을 잡은 문장을 제외한 일기의 나머지 부분을 버리는 순간이다. 그 문장은 일기에서는 자연스러웠지만, 맥락을 포기했기 때문에 어수선한 문장이 된다. 시에 심자, 수면 위로 튀어 나온 상어의 등처럼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마치 회를 뜨듯, 일기에서 한 문장을 떠낸다. 나머지 부분은 포장지였던 것처럼 갖다 버린다. 그 문장을 대체한 다른 문장을 찾아 쓰고 일기를 살릴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일기에서 훔친 문장은 일기의 주제문도 아니었는데, 하나의 문장을 빼앗긴 것만으로 일기는 모든 힘을 상실하고 만다.
요즘은 시가 재미있고, 또 산문보다 더 좋은데, 시가 내용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히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옆자리에 있는 두 명의 사람은 연극 배우인 모양인지, 대본을 손에 쥐고 대사를 주고 받고 있다. 한 시간째 “술을 퍼 마시면 해결이 되냐!”를 연습하고 있다. 연극톤은 극장에서 들으면 자연스러운데, 카페에서 들으니 현실이 연극 같고 재밌다.
오랜만에 일기를 쓰니 좋다.
오늘 춤 연습은 힘들었고 유쾌했다. 스피드를 높이고, 복부에 힘 주기. 턴 연습에 신경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