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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nisland Sep 02. 2020

생활 속 살롱 문화

어반런드렛 Urban Launderette

개울가 빨래터에서 동네 빨래방까지


아낙네들이 개울가 빨래터에 모여 쭈그리고 앉아 빨래 방망이로 빨랫감을 두들기며 남편의 흉을 보거나 살림살이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풀던 것으로부터 우리의 빨래 문화는 시작한다.

빨랫감을 두들기는 동작 자체에서 오는 왠지 모를 속 시원함, 서로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감대.

이미 그 시절부터 빨래는 동네 아낙네 모두가 반수동적(?)으로 즐겨하는 액티비티 였으며,

빨래터는 주기적으로 모이는 아낙네들의 교류와 사교를 기반으로 한 수준 높은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제조업이 발전하고 백색 가전이 대중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어느 순간 빨래를 집 밖에서 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돼버렸지만 1인 가구의 증가와 밀도가 높아진 주거지역에서는 셀프로 빨래를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빨래방에서 발견한 라운지 공간
어반런드렛 전경

최근 코인 세탁 업계에는 고객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업체가 증가하고 있으며, 카페나 다른 공간 콘텐츠와 연계하여 빨래가 완료되길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머무르고 싶은 공간을 조성한 곳들도 찾을 수 있다.

그중 하나인 빨래방 어반런드렛 Urban Launderette은 안목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슬로건과 친환경을 키워드로 서초역 부근에 위치한 고급 무인 빨래 서비스 매장이다.


설치되어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는 독일 가전 회사인 밀레 MILLE사의 프로페셔널 라인이 배치되어 있어 빨래, 건조 시 세탁물 손상을 최소화한다.

상주 직원이 근무하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어 세탁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친환경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판매하는 빨래 가방, 비닐은 모두 자연 분해가 가능한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자체 제작한 친환경 세탁 세제를 사용하고 있다.


어반런드렛의 라운지 공간

이 곳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라운지 공간으로 소파 테이블 세트, 커피 머신이 설치되어 있고 한쪽 벽면에는 친환경 세제와 디자인 잡지가 진열되어 있다.

휴식이나 여가, 대기를 위한 여유 공간인 라운지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은 여유로운 공간을 누리며 어쩌면 그냥 흘려보냈을 시간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도록 고객을 배려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고객을 조금 더 오래 자신들의 공간에 머무르게 함으로써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직간접적으로 전파할 수 있고, 공간에 머무르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브랜드를 경험하며 브랜드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탁월한 서비스, 수준 높은 상품의 제공과 더불어 이는 곧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로 이어진다. 



살롱이 되는 그 날까지


빨래터의 변화를 주거 문화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자면 마당이나 저층 공동 주택,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저층이나 복도식 아파트가 우리네 집의 일반적인 모습이던 시절에는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 인지도 알고 지냈다고 할 정도로 이웃과의 교류가 많았고 소통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도시의 발전과 핵가족화, 더 나아가 1인 가구의 증가라는 변화의 흐름에 따라 주거문화에도 효율성이 가장 높은 가치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 결과로 공동 커뮤니티 공간인 마당이 사라지고, 각 층별로 1-2 가구만 거주하는 독립세대 아파트들이 보편화되었으며 1인 가구, 독립성 등의 키워드에 걸맞게 주택의 형태는 변화해왔다.

시대 변화의 부산물로 가장 먼저 등장한 코인 빨래방은 2-3대의 세탁, 건조기와 빨랫감을 들고 왔다 갔다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동선만 확보된 공간. 딱 빨래를 하고 말리는 필수적인 기능만을 담은 공간인 것이다.


오지랖 수준의 교류와 소통을 원하지 않았던 우리의 마음이 먼저인지, 효율성을 따져 마당이 사라지고 담벼락이 높아지다 못해 옆집과는 완전히 단절되기 시작한 주거 형태의 변화가 먼저인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닭이 먼저든 달걀이 먼저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누릴 수 있었던 교류와 소통이라는 사람 사는 재미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빨래방 어반런드렛에서 발견한 공간의 변화는 사라졌던 빨래터 속 일상의 커뮤니티 문화를 다시 되살려내고,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이야기를 편하게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지만 반가운 시도이다.



Information

- 운영 : 어반런드렛 Urban Launderette  (https://urbanlaunderette.com/)

- 디자인, 기획 : (주)제이피 이노베이션 (http://www.jpinnovation.kr)

- 오픈 일자 : 2020. 03 (서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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