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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nisland Jan 04. 2019

퇴사를 위한 준비

또 다른 출발을 위한 준비 / 1. 제주도 백패킹과 퇴사

모든 여행이 그렇겠지만 편안하게 머물던 집을 떠난다는 것은 '비'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제주도 여행은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백패킹으로 다녀왔기에 사전 준비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첫째 날
3.1절을 끼고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 힘들었고 초저녁이 다 돼서야 제주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광치기 해변에 도착한 우리는 해가 떨어질 무렵이 훌쩍 지나서야 성산일출봉을 마주 볼 수 있는 포인트에 겨우 텐트를 완성했다.

제주도 바다의 거세게 휘몰아치는 밤바람을 몸으로 막으며 지켜낸 불로 고기를 구웠고 힘들게 끓인 라면과 밥으로 끼니를 때우자니 캠핑의 낭만과 즐거움 따위는 금세 사라졌다.
'이 날씨가 봄이라니 혹한기 아니야?'
'역시...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더니...'
춥고 힘들지만 내일 아침에 보게 될 출이 지금의 고생을 보상해주리라 기대하며 (친구들은 나의 코 고는 소리에 괴로워하며...)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4년 전 성산일출봉, 늦은 새벽녘의 모습

둘째 날

일출은 짠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 잠에서 깨어난 우리는 밤새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지개를 켜고 제자리 뛰기를 몇 차례 하던 무렵 해가 서서히 뜨기 시작했고 몇 점 되지 않는 구름 덕분에 하늘은 생각보다 맑았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일출을 보면서
'..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안 챙겼는데 무겁더라도 카메가져올걸...'
'핸드폰 카메라에 쓸 수 있게 작은 삼각대만이라도 챙겨 올걸...'

하는 아쉬운 생각에 핸드폰 카메라로 몇 장의 사진만 남겼다.

성산일출봉과 일출

우도의 비양도에서 이튿날 캠핑을 할 예정이었지만 아침을 먹고 나니 날씨가 너무 맑아서 계획에 없던 성산일출봉을 먼저 들르기로 했고 몇 달에 한번 꼴로 볼 수 있다는 일출봉의 화창한 날씨를 볼 수 있었다.

비양도로 가는 길에 만난 해변가

성산일출봉을 떠나오면서 어젯밤의 혹한기 같은 날씨로 고생한 기억 때문에 우도행 배가 뜨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반, 차라리 이제 캠핑보다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쉬는 게 낫겠다는 마음 반으로 선착장으로 향하였고 날씨가 좋아서 배를 타고 우도로 들어가 비양도의 캠핑장까지 갈 수 있었다.
적당한 자리를 골라서 현무암으로 테두리를 두르고 두 개의 텐트를 치기 좋은 위치에 배정한 뒤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어제보다 좋은 날씨에 캠핑을 일찍 시작해서인지 우리는 바닷바람과 풍경을 즐기며 텐트를 완성하고 낮잠까지 한숨 잘 수 있었다.

비양도에서의 캠핑

짧은 낮잠에서 깨어나 어제보다 여유롭게 불을 피우고 더 맛있게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매 순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 양념 챙겨 올걸 가져왔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다음엔 꼭 가져와야지'

'그 도구가 있었다면 불 피우고 요리하는 게 훨씬 더 수월 했을 텐데...'

'다음에 캠핑 갈 때는 꼭 챙겨서 가야지.'

매 순간이 즐겁고 색다르기도 하지만 흘러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밤에는 우리가 잠시 편의점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낮부터 몇 번 얼굴을 비추고 음식을 받아먹던 그 동네 똥개가 굽다가 남겨둔 삼겹살 몇 줄과 음식들을 뒤적이고 훔쳐가기도 했었다.

주변을 배회하며 먹을 것을 쳐다보는 모습이 측은해 보여 음식을 나눠주면서 얕지만 몇 초간의 유대감이 쌓였다고 생각했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편의점에서 장을 보고 돌아와 보니 바깥세상은 그런 곳이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듯 해집어 놓은 음식과 비닐봉지만 남겨둔 채 똥개는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셋째 날

마지막 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쉬었다가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호텔 같았던 비양도에서의 텐트를 정리하며 제주도에서의 백패킹을 마무리하였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혹은 창업의 형태로 독립을 하는 것이 백패킹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하기 전 집에서 준비를 할 때는 들고 다니기에 무겁고 귀찮을 것 같은 짐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막상 여행지에 도착해서없어서 아쉽고 상황에 따라서는 미리 준비하지 못한 그것의 존재가 절실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걱정이 지나쳐서 모든 것들을 다 갖추고 출발하려면 짐이 너무 무거워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도 없게 되고 끊임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고 어쩌면 발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기본적인 계획이나 준비도 없이 무작정 집을 나서게 되면 처음 출발할 때는 일상을 벗어나 한걸음 앞으로 떼었다는 만으로도 무엇인가 해낸 것 같고 기분이 좋겠지만, 그게 전부일 수도 있다.

몇 걸음만 더 가다 보면 예상치도 못했던 상황들에 부딪히면서 미리 준비를 해둘걸 하는 후회와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마주치는 상황들을 버티고 해결하기 위해서 힘겹게 앞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 거기다가 지나가던 똥개 같은 놈에게 뒤통수라도 한 대 맞게 되면 이때부터는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출발을 하기 전에 간단하게 날씨를 한번 체크하고 자신에게 필수적인 것들만 챙겨서 정해둔 날짜에 출발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뒤로는 큰 계획에 맞춰 움직이면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마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여행을 즐기면서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다.


물론, 모든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면 차를 타고 돈을 쓰면서 다니는 것이 훨씬 더 편하겠지만 말이다.




현재의 우리를 이해하기 전까지,
미래의 우리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 샬럿 길먼 (Charlotte Gi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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