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로 돌아오기 위해, 나는 오늘도 자리를 정리한다
복직 첫날,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내 책상을 닦는 일이었다.
내 책상은 제법 깨끗한 편인데, 주기적으로 책상을 정리하고 닦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습관이 생긴 것은 십여 년 전이었다.
첫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에 이어 쓴 육아휴직.
한 번의 휴학도 없이 내리 달리다 연이어 취직한 나에게 그 육아휴직은 내 인생에 처음으로 ‘쉬는 ‘ 때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를 낳고 길러본 부모들은 알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코 ’ 쉬는 ‘ 행위는 아니다. 회사의 입장에서 쉬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휴직이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에 (사실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데) 1년이 채 안되는 휴직을 썼다. 첫 아이를 기르는 것은 내 인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경험이기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아이를 양육하는 소중한 시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아이의 발달 과정이 제때에 이루어지고 있는지, 나는 적기에 챙겨야 할 것들을 챙기고 있는지, 업무 처리하듯 시간을 보냈다. 해보지 않았던 일인 데다가, 회사처럼 물어볼 사수도, 나의 실수를 막아줄 상사도 없는 육아의 과정은 배움의 유예기간도 없이 바로 실행이 필요하였다. 매일 새로운 챌린지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것은 정답이 있는 업무의 길이 아닌, 삶이었기 때문이다.
삶이라고 인지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목적이 이해되지 않은 삶이었기에 아이가 사랑스러운 것과 별개로 고달팠다.
갓 돌이 지나 걸음마를 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복직하던 첫날.
집에서 회사로 향하는 길에 큰 터널을 지날 때 가슴속에서 무언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회사를 그리워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나 회사에 가고 싶었나?‘
회사에 도착하여 1년 여만에 내 자리에 앉았다. 샘플이 가득 쌓여있다가 복직일에 맞춰서 동료들이 부랴부랴 치운 흔적이 여력 하다. 제법 깨끗한 편이었지만, 주인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았던 책상은 유독 텅 비어 보였다.
물티슈를 뽑아 책상과 노트북을 정성스레 닦았다. 보통 한 두장이면 닦을 수 있는데 자리를 비웠던 시간만큼이나 여러 장의 물티슈가 필요했다.
쌓였던 먼지를 걷어내는 동안 그간 몰랐던 그 자리의 감사함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힘든 나날이 찾아오면 나는 자리를 정리하고 먼지를 걷어낸다. 비록 변한 상황은 하나도 없지만 그 행위로 하여금 내 마음을 첫 복직날로 가져다 놓는다.
아마도 내 직장생활에 마지막이었을 이번 복직날도 나는 어김없이 자리의 먼지를 닦아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그 자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