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원래 그런 거였다
나는 오늘도 생각만 하다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다.
머릿속은 늘 분주한데, 손끝은 항상 멈춰 있다.
방학이 시작되면 아이들의 스케줄은 몽땅 재편된다.
월화수목금 일정이 다 다르고,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스케줄도 다르다.
몸은 회사에 있지만, 머리는 회사였다가 집이었다가…
정신이 홍길동이다.
나는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엄마다. 워킹맘.
10년 전만 해도,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여성이 많았다.
그래서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귀했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이 단어가 내포한 의미는 여전하다.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
하나의 몸으로 두 가지 일을 해내야 한다는 건,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어쩌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라는 뜻이기도 하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듯, 무언가에 성공하려면 하나에 집중하라고 하지 않던가.
워킹맘은 애초에 집중할 수 없는 역할이다.
하지만 모든 엄마들은, 아이도 잘 키우고 싶고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둘 중 하나를 내려놓지 않은 채, 둘 다 완벽히 해내려 한다.
그런데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시간도, 체력도, 감정도 한정돼 있으니까.
그걸 인식하지 못한 채 많은 엄마들이 스스로를 탓한다.
‘나는 왜 이것도 못할까. 왜 이렇게 힘들까.’
아니다.
“원래 힘든 일이다. 애초에 둘 다 잘할 수 없다.”
큰아이는 12살이다.
그건 곧 내 워킹맘 경력도 12년이라는 뜻이다.
12년의 우여곡절 끝에 나는 이제야 이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 그냥 원래 그런 거였구나.”
혹자는 말할지도 모른다.
유아기가 지났으니 여유가 생긴 것뿐이라고.
걱정 마시라. 초등 고학년도 챙길 게 많다.
90세 노모도 환갑 지난 자식을 걱정하는 세상이다.
자식 걱정은 끝나지 않는 여정이다.
그러니 이제 신세 한탄도, 세상 탓도 그만하자.
애초에 힘든 구조였다.
둘 다 잘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걸 인정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그리고 이제, 머릿속만 분주한 이 삶에서 잠시 벗어나 나를 위한 작은 실행을 하나 해보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