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는 글쓰기 습관 갖기
글쓰기에 대한 욕구는 늘 있었다. 하지만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 공개하는 글은 부담스럽고, 공모전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다. 일단 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고는 싶은데,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사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고야 말겠다는 나의 의지인데, 언제나 방법만 찾아다니는 쓸데없는 습관 때문에 글쓰기는 늘 뒤로 미뤄졌다. 내가 쓰도록 만드는 어떤 정해진 틀이 필요했다.
1. 모닝페이지
가장 원초적인 글쓰기로 줄리아 캐머런의 <아티스트웨이>에서 말하는 모닝페이지를 시도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이 깼든 덜 깼든 그대로 책상에 앉아 내리 3페이지를 쓰는 것이다. 주제 글쓰기가 아니라 그저 지금 내 머릿속에서 흐르는 생각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다. 논리적인 서사나 글의 구조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냥 쓰는 것이다. 떠오르는 대로.
모닝페이지가 좋은 이유는 첫째, 일단 무엇을 쓰지? 에 대한 고민이 줄어든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오늘 아침은 뭘 먹지?부터 오늘 회사에 중요한 미팅이 있는데 등. 그저 생각나는 대로 적다 보면 어느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늘의 키워드가 나오더라. 가능하다면 그 주제에 대해 더 사유하고 조금의 구조를 잡아 글을 써볼 때도 있고, 그저 그렇게 3페이지를 채우고 마칠 때도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3페이지를 써 내려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그대로 옮겨 쓴 것에 불과하더라도 일단 내가 3페이지나 되는 공간을 손으로 써 내려갔다는 사실 자체에 희열을 느낀다. 매우 도파민이 터지는 일이라서 또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모닝페이지가 가장 도움이 되었다.
사실 웬만한 아침형 인간이 아니면 이 취지대로 이어가기가 어렵다. 노트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3쪽을 손으로 쓰는데 족히 30분은 걸렸다. 그 말은 기상시간을 30분 앞당겨야 한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보름을 못 넘겼다. 나는 나에 대한 메타인지가 꽤 잘 되는 편이다. 의지박약인 내가 보름정도 모닝페이지를 했다는 것도 칭찬하며 넘겼다.
2. 매일 30분 글쓰기
의지할 만한 글벗과 공식적인 마감이 필요했다. 그래서 온라인 독서공동체인 숭례문학당에서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매일 30분 글쓰기'였는데, 모닝페이지처럼 반드시 아침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매일 30분 동안만 글을 쓰면 됐다. 30분 타이머와 함께 글을 쓰고, 시작시간과 종료시간을 함께 기록해서 채팅방에서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글벗들과 서로 다른 취향, 경험들을 공유하며 얻는 자극이 꽤 흥미롭다. 다른 사람이 쓰면 나도 써야 되는데 라는 부담감도 느끼게 되고, 마감시간 전에 알림을 주는 리더의 책임감도 고마웠다. 매일 30분 글쓰기도 딱히 잘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하루에 30분은 쓴다!' 글쓰기 습관을 기르기 위한 것이기에 실력에 대한 부담감도 없다. 글을 쓰려면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나를 데려다 놔야 한다. 하지만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대면으로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은 뭔가 엄청난 글을 써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가로막는다. 그럴 때 온라인에서 진행하면서 진행 프레임과 마감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압박보다는 응원을 해주는 '약한 연결'의 글쓰기 모임이 좋았다.
3. 중요한 건 나를 위한 글쓰기
글 한편 쓰고 나면 그냥 나만 보는 공간에 두는 게 아까울 때가 있다. 이걸 어떻게 편집해서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한 건 올릴 수 있을까, 성과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래야 무언가를 한 것 같다는 의무감에 대한 보상처럼 느낀다. 하지만 처음 글쓰기를 할 때는 그저 나를 생각하고 쓰는 것이 필요하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그저 내가 되어 나를 써야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글을 쓰려고 다시 마음을 다잡을 때는 늘 이유가 하나였다. '나를 잃지 않지 않기 위해서'
누군가를 위해 쓰는 척, 무언가를 남기는 척했지만 결국은 나를 중심에 되돌려놓기 위한 의식이었다. 2년 전 시간관리를 제대로 해야겠다며 호기롭게 비싼 플래너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한 면에 구획을 나누어, 왼쪽에는 미리 시간별로 무엇을 할지 계획하고, 오른쪽에는 실제로 무엇을 실행했는지 적도록 되어 있었다. 딱 하루만 써봤는데도 알 수 있었다. 나의 하루는 오로지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져 있었다.
'내가 주체가 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글쓰기를 선택했다. 나로서 현존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내가 사유하고 기록하는 이때다. 이 '현존감'이라는 단어는 요가 수업을 다닐 때 들었던 단어이지만, 운동을 꾸준히 못 하는 나로서는 글 쓰는 시간이 현존감을 느끼는 시간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