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꽃을 심는가

꽃이 주는 위안을 당신에게

by 김란주

한 50m되는 길가에 잘 가꾼 꽃이 한가득이었다. 100평은 족히 넘을 고추밭 길가에 봄에는 튤립이 메인이 되고 가을에는 메리골드가 주를 이루었다. 그 외에도 저절로 난 들꽃이 아니라 고심해서 심어 놓은 어여쁜 꽃들이 길가를 따라 피었다. 길 끝에는 어느 노부부가 사시는데, 이 분들이 바로 그 꽃밭을 일구는 분들이다.


노부부의 집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우리 집이 있었다. 일년 전까지 만 4년을 전원주택에 살았다. 나는 시골 살이를 해본다며 텃밭을 가꾸었다. 우리 가족이 먹을 상추, 토마토, 가지, 호박 등 매우 실용적인 야채들만 심고 키웠다. 거실 창으로 보이는 양지 바른 곳에 텃밭을 일구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어느날 노부부의 꽃길을 지나치며, 예쁘긴 한데 의아하단 생각이 들었다. 왜 집 앞이 아닌 길가에 이렇게 정성스럽게 꽃 모종을 심고, 꽃씨를 뿌렸을까. 지나가는 우리는 공짜로 보니 고마운 일이지만, 꽃길의 맞은편은 마을 창고였으며 더욱이 쓰레기를 모아서 버리는 곳이라 일주일에 두 날은 쓰레기 냄새가 진동한 곳이었다. 내가 자주 보고 즐기려면 내 집 거실창으로 내다볼 수 있는 곳에 정원을 꾸며야 하지 않는가. 심지어 해가 바뀌면 전혀 다른 꽃으로 바꾸어 심으셨다.


그 길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을 보고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던 건 아닐까. 나는 전원주택에 산 지 만 2년이 지나면서 그 이유를 어림짐작했다. 서울 사람이 시골 생활을 하는 척 생활하고 있었기에, 친근히 다가가 여쭤보지 못했던 것이 지금 와서야 아쉽지만 말이다. 도시를 떠나 자연에 둘러싸여 살면서, 자연이 주는 비와 바람 그리고 흙의 고마움을 알게 되니 나도 노부부의 행동에 동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팔꽃 씨앗을 뿌리고 꽃잔디 모종을 사다 심었다. 사실 손이 제일 덜 가는 것이기에 첫 시도치고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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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거실창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 가족은 주로 차 타고 드나들어 만끽할 만한 통로도 아닌 산 밑 길가였다. 그래도 남을 위해서 꽃을 심어봤다. 꽤 기분이 좋았다. 나를 위한 것도 좋지만, 남을 위한 것을 하는 것. 그것은 결국 내 마음의 풍요와 만족감으로 돌아온다. 악착같이 내 것을 계산하는 것보다, 내가 좀 손해보는 것 같아도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이 결국 내 마음을 평화롭게 하더라.


이사온 지 일년이 지나서도 그 꽃길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아파트 단지 안에는 더없이 깔끔한 꽃들이 있고, 길가에도 일정한 가격을 따라 커다란 메리골드 화분이 놓여져 있지만 그것들을 보니, 더 그 노부부의 꽃길이 생각난다. 더 아름다운 꽃길만 밟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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