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하지만 더 편하게
지난 '안드로이드P의 주목할 만한 변화 #1. 인공지능' 편은 잘 보셨나요? 구글은 매년 5월이면 대규모 개발자 행사인 '구글 I/O'를 통해 구글이 개발한 각종 최신 기술은 물론,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의 새로운 판올림을 공개하는데요. 지난 시간에는 안정과 내실에 주력한 버전 9.0, 안드로이드 P와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결합에 대해 확인해봤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인공지능에 이어 새롭게 추가된 편의 기능들에 관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각'이란 뜻을 가진 슬라이스(Slice) 기능은 말 그대로 앱의 일부 기능을 떼어낸 형태를 말합니다. 이번에 구글이 공개한 예시에 따르면 구글 검색 앱에서 '리프트(Lyft, 우버와 비슷한 자가용 택시 서비스)'를 검색했을 때 리프트 앱에서 제공하는 직장까지의 이동 시간과 요금 등을 보여준다고 하는데요. 즉, 앱을 실행하고 절차에 따라 수행해야 했던 기능들이 구글과 앱 제조사의 협력에 따라 안드로이드 자체 기능처럼 즉석에서 작동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자동 화면회전 기능은 편리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기능이었습니다. 넓은 스크린이 필요한 상황에선 스마트폰을 가로로 눕히는 것만으로 화면을 회전시킬 수 있는 편의 기능이지만 평소에도 예기치 않게(?) 휙휙 돌아가는 화면으로 불편하기도 했는데요. 안드로이드 P에서는 화면을 돌리고 별도의 회전 버튼을 누를 때만 화면이 회전하도록 설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잠자리에 누워 핸드폰을 볼 때 더 이상 화면 잠금을 설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P의 3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디지털 웰빙'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끊임없는 알람 공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배려를 뜻하는데요. 새 버전에서는 이름도 재미있는 '쉬쉬(Shush)' 모드를 통해 스마트폰을 뒤집어 두는 것만으로도 모든 알림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사용자가 허용한 알림은 예외입니다. 추가로 '윈드 다운(Wind Down)'은 사용자가 정한 시간이 되면 방해금지 활성화와 함께 화면을 흑백으로 바꿔 잘 시간이 되었음을 암시해주는 기능입니다.
'대시보드'와 '앱 타이머' 역시 디지털 웰빙의 일환입니다. 우선 대시보드는 사용자가 특정 앱을 얼마나 오래 쓰고 오늘, 이번 주엔 얼마나 썼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기록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앱 타이머는 사용자 스스로 특정 앱의 하루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기능인데요.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사용 시간을 1시간으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앱 아이콘이 회색으로 변하며 사용불가 상태가 되는 것이죠. 다만 사용자가 차단을 해제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중독을 스스로 조절하기 위한 보조 기능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안드로이드 P에서 새롭게 등장한 내비게이션 바는 버튼 하나로 멀티태스킹 전환과 앱 탐색, 작업 확인을 더욱 쉽게 만들어 줍니다. 기존에는 홈버튼을 두 번 눌러서 열어야 했던 멀티태스킹 화면은 알약 모양의 네비게이션 바를 좌우 스와이프 하는 것으로 쉽게 띄울 수 있고 각 앱의 최신 상황도 넓은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앱 서랍은 아이폰X에 적용된 제스처처럼 바를 위로 스와이프 하면 열 수 있습니다. 덕분에 하나의 제어 화면에서 보다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됐죠.
이외에도 안드로이드 P에는 실제 사용성 높은 편의 기능들이 다수 추가됐습니다. 특히 이전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측면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데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성능 개선보다 사용자 경험 향상에 중점을 두는 모습은 이제 안드로이드 OS가 구조적으로는 상당 부분 완성단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드로이드 P는 안드로이드가 진짜 인간과 가까운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는 시작점인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