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가 부른 신(新) 요금제 경쟁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저렴한 가격에 보편적인 수준의 통신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아래 추진된 일명 보편요금제 법안. 월 2만원 정도에 데이터 1GB, 음성 200분 이상을 제공해야 하는 이 보편요금제가 갖은 논란 끝에 얼마 전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국회 표결만 통과하면 시장지배 사업자인 SK텔레콤을 필두로 이동통신 3사는 보편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출시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저렴한 가격에 보편적인 수준의 통신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아래 추진된 일명 보편요금제 법안. 월 2만원 정도에 데이터 1GB, 음성 200분 이상을 제공해야 하는 이 보편요금제가 갖은 논란 끝에 얼마 전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국회 표결만 통과하면 시장지배 사업자인 SK텔레콤을 필두로 이동통신 3사는 보편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출시해야 합니다.
우선 본격적인 불씨를 댕긴 건 KT입니다. KT는 지난달 24일, 정부 보편요금제 수준 가격대에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는 ‘LTE 베이직’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이 요금제는 월 3만 3천원, 선택약정할인 적용 시 월 24750원, 여기서 다시 제휴카드 할인 시 최대 1만9천원대에 음성/문자 무제한과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데요. 데이터의 경우 이월하거나 미리 앞당겨 쓸 수 있는 ‘밀당 옵션’을 적용하는 등 오히려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보다 나은 혜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KT가 이 같은 요금제를 출시한 이유에 대해 보편요금제 의무도입 대상인 SKT가 보편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뺏길 수 있는 가입자를 사전에 방지하고 선점 효과를 얻기 위해서란 관측이 나오는데요. 한편으로는 보편요금제보다 나은 요금제를 먼저 활성화하며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무산시키려 한다는 추측도 있죠. 어쨌든 현재 상황은 KT가 빼든 칼에 맞춰 S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LG 유플러스는 기존 무제한 요금제의 단점이었던 ‘기본/추가 데이터 소모 시 속도제한’을 완전히 없앤 8만 8천 원 상당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가에 속하지만 조건부 속도 제어를 없앤 진짜 무제한으로써, 이미 고액 요금을 내던 사용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일 수 있죠. 이후 KT 역시 비슷한 수준의 완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SKT 또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이런 식으로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요금제를 도입하고 기존 무제한 요금제를 개편한 것은 일종의 투 트랙 전략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저렴한 보편요금제로 이동하는 고객들의 영향으로 약화될 수익성을 지금보다 매력적인 고가의 무제한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하는 고객을 통해 일부 만회할 수 있다는 거죠.
기성 통신 공룡들의 공격적인 행보에 알뜰폰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습니다. 알뜰폰 진영은 지금까지 통신 3사보다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음성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로 가입자를 확보해왔는데요. SKT, KT, LG유플러스가 기존 알뜰폰 업체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요금제를 출시하자, 대기업 계열 알뜰폰 업체를 중심으로 더욱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으며 대응에 나선 모습입니다.
CJ헬로는 최근 이동통신 3사의 제공 수준보다 저렴한 2만 9천700원에 월 데이터 10GB, 하루 2GB 수준의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았습니다. 또 KT 엠모바일은 1만 2100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5GB를 쓸 수 있는 보편 요금제 수준의 요금제를 지난달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한 바 있죠. 하지만 이는 자본력을 갖춘 일부 업체의 이야기입니다.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성에 진통을 겪고 있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출혈 경쟁에 선뜻 가세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보편요금제 법안이 국회까지 정상적으로 통과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입니다만, 이 법이 그 등장만으로도 국내 이동통신 요금제 체계에 큰 변화를 주도한 건 확실해 보입니다. 과연 이번 변화는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통신비 절감 효과로 돌아올까요? 아니면 통신사들이 각종 혜택으로 무장한 고가 요금제 개발에 몰두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까요? 정부와 통신사, 소비자까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이번 변화의 결과가 그 어느 때보다 궁금해지는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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