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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픈모바일 Aug 01. 2018

게임 속 프로듀서는 나야 나?아이돌마스터의 탄생

투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프로듀서를 위한 게임

요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TV프로그램이 하나 있죠. 90명이 넘는 아이돌 지망생들이 출연하여 서로 노래와 춤을 경연하며 최종적으로 12명으로 이루어진 데뷔 조를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바로 프로듀스48입니다. 프로그램 내외적으로 온갖 논란이 발생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이 성장해 가는 모습에 즐거워하고, 최종적으로 데뷔를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시즌3를 맞은 화제의 TV프로그램


이러한 아이돌 성장 시스템은 사실 일본이 원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이미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겨냥한 게임들도 다수 출시되었습니다. 특히 게임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직접 육성할 수 있어 몰입도와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아이돌 육성게임은 미소녀게임의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장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게임이 바로 남코의 아이돌마스터입니다.




기획에서 출시까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오락실이 점점 사라져갈 때 일본의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상황도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콘솔게임기의 성능이 점차 좋아지면서 아케이드로만 즐길 수 있던 게임들을 콘솔로 즐길 수 있게 됐고, 아케이드게임만의 강점은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케이드게임이 다른 플랫폼의 장점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유저가 개인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고, 다른 유저와 온라인 대전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죠.



2000년대에 들어 일본 아케이드게임센터에서는 전용 게임카드를 이용해 개인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과 온라인 대전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합니다. 남코 역시 이러한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리라이터블 스테이지(Rewritable Stage)’라는 데이터 저장용 카드와 전용 아케이드머신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케이드머신에서 구동할 게임을 기획했는데, 그 첫 번째가 ‘드래곤 크로니클’이라는 드래곤 육성 및 대전 게임이었고, 두 번째 기획이 미소녀게임이었습니다.


남코가 리라이터블 스테이지용으로 개발한 아케이드머신


미소녀게임 역시 드래곤 크로니클과 마찬가지로 육성과 대전을 기본 시스템으로 구상했는데, 처음에는 배구나 레슬링이 논의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코의 디렉터 중 한 명인 코야마 준이치로(小山順一朗)가 아이돌 게임을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마침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의 인기 아이돌그룹 모닝무스메의 전성기였는데, TV를 즐겨보던 코야마 준이치로가 여기에 관심이 가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한때 일본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었던 모닝구무스메 (사진: 위키피디아)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아이돌 소재의 게임으로 결정이 되었고, 2002년 일본의 아케이드게임 전시회에서 드래곤 크로니클과 ‘아이돌게임(가칭)’이 시연되었습니다. 이때 시연용으로 공개된 캐릭터가 아이돌마스터 시리즈 전체의 메인 히로인격인 아마노 하루카입니다. 첫 공개 이후 2002년 후반에는 오디션을 통해 9명의 성우를 선발하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작곡과 음성 녹음 작업을 진행, 그리고 그해 9월에 아이돌마스터라는 타이틀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5년 7월 아케이드용 아이돌마스터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됩니다. 형제뻘인 드래곤 크로니클은 2003년부터 이미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아케이드에서 구동됐던 초대 아이돌마스터 (사진: 위키피디아)


프로젝트 아이마스 시동


아케이드용 아이돌마스터는 남코 사내에서도 큰 기대를 건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케이드 매장에 테스트용으로 배치한 기기에 줄이 길게 늘어선 걸 보고 개발이 속행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출시된 아이돌마스터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게임의 흥행뿐 아니라 캐릭터 상품 시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러자 남코는 아이돌마스터 프랜차이즈를 확장시키기로 결정하고 프로젝트 아이마스를 발표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일본이 잘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것이죠. 아이돌마스터 캐릭터 상품, 만화, 애니메이션, 라디오, 음반, 그리고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식 등이 모두 이 프로젝트 아이마스를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마스 열풍의 도화선이 된 Xbox360판 아이돌마스터 발매도 이때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Xbox360은 일본 시장에서 보급률이 처참했기 때문에 왜 플레이스테이션이 아닌 Xbox360 선택했는가를 두고 온갖 추측이 오갔지만, 명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습니다.



어쨌든 Xbox360판 아이돌마스터는 2007년 1월에 출시되었고, 전반적인 게임 시스템은 아케이드용 버전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그래픽은 Xbox360의 성능에 맞춰 높은 품질로 새롭게 그려졌습니다. 또한 아이돌마스터가 콘솔게임기로 출시되면서 유저들이 게임 영상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는데, 이런 영상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아이돌마스터의 인기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일본 최대의 동영상 서비스 니코니코동화에는 아예 아이돌마스터 항목이 따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배보다 커진 배꼽, DLC


아이돌마스터를 언급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DLC입니다. DLC는 다운로드 가능한 콘텐츠(Downloadable content)의 약자로, 게임 본편에 담지 못한, 혹은 본편 이후의 콘텐츠나 번외 콘텐츠를 다운로드 방식으로 추가 제공해 주는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 대부분이 유료로 판매되며, 일부 게임의 경우 마땅히 본편에 담겼어야 할 콘텐츠를 DLC로 쪼개서 출시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유저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DLC 시장 활성화의 일등공신 중 하나가 바로 아이돌마스터입니다.

과도한 DLC로 비난을 받고 있는 데드 오어 얼라이브 5. 스팀에 등록된 게임 본편의 가격은 49,800원인데, 지금까지 출시된 DLC 가격은 139만 원이 넘습니다.


남코는 Xbox360용 아이돌마스터를 출시하면서 매달 하나의 DLC 패키지를 출시한다고 발표했고, 게임 발매와 함께 공개한 1호 패키지를 시작으로 2007년 12월까지 총 12개의 DLC 패키지를 출시했습니다. 모든 DLC의 가격을 합치면 68,325엔이나 됩니다. 아이돌마스터는 본 게임의 가격이 세금 포함 7,140엔이니 약 10배 가까운 추가 콘텐츠를 팔아치운 셈입니다. 아이돌마스터가 출시 후 1년 동안 DLC로 올린 매출만 3억 엔이라고 하는데, 이는 약 10만 장을 판매한 본편 패키지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Xbox360용 초대 아이돌마스터는 최종적으로 17개의 DLC 패키지를 출시했습니다




성공한 프랜차이즈로 정착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만 22종, 등장하는 아이돌의 숫자만 304명, 그리고 애니메이션, 만화, 라디오, 음반, DVD 등 거의 모든 미디어로 파생된 관련 작품은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는 실사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든 아이돌마스터 게임이나 관련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기대 이하의 작품도 있었고 위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아이돌마스터는 2000년대 이후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 중 하나가 되었고, 이후 등장한 비슷한 아이돌 콘텐츠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작년에 PS4용으로 출시된 아이돌마스터 스텔라 스테이지





기사문의: 오픈모바일(wel_om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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