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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픈모바일 Jul 24. 2018

[추억의 오락실] 웰컴 투 더 디앤디 월드

오락실에 모여든 드래곤 슬레이어들

횡스크롤 액션게임은 오락실의 오랜 스테디셀러이긴 했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급부상한 대전격투게임에 밀려 인기가 많이 사그라졌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전국의 오락실을 강타한 횡스크롤 액션게임이 등장합니다.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어디서든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제목의 던전 앤 드래곤이 오락실용 게임으로 출시된 것이죠. 던전 앤 드래곤은 뛰어난 그래픽과 매력적인 캐릭터, 차별화된 시스템, 그리고 온갖 숨겨진 요소들로 단숨에 오락실 최고의 인기게임으로 등극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드래곤 슬레이어들을 배출하며 최고의 아케이드게임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D&D의 탈을 쓴 캡콤표 횡스크롤 액션게임


던전 앤 드래곤은 RPG의 원형이라고도 불리는 최초의 TRPG 작품으로, 이후 등장한 수많은 TRPG는 물론 디지털로 개발된 모든 RPG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RPG 장르 탄생에 영향을 끼친 것을 제외해도 던전 앤 드래곤이 자체적으로 구축해온 방대한 세계관과 설정, 규칙 등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시스템이므로 이를 그대로 활용한 게임들도 다수 제작되었습니다. 캡콤의 오락실용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 역시 그러한 게임들 중 하나입니다.


TRPG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는 지금도 꾸준히 신작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던전 앤 드래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이하 D&D2)’는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1996년에 출시되었습니다. 전작인 ‘던전 앤 드래곤: 타워 오브 둠’은 2년 앞선 1994년에 출시되었는데,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거의 없습니다. 들여놓은 게임센터도 거의 없었고, 게임의 난이도가 높고 조작성이 떨어져 접근성도 높았습니다. 특히 대시 공격과 슬라이딩, 긴급 회피 조작이 직관적이지 않아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후속작인 D&D 2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대부분 개선되면서 액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를 대폭 끌어올렸습니다. 클래스를 4종에서 6종으로 늘리고 1P, 2P 디자인을 다르게 해 총 12명의 캐릭터를 등장시켰고, 특수기 사용의 조작 편의성 향상, 스킬 사용 시스템 개선, 그래픽 향상 등 모든 면에서 전작을 뛰어넘는 완성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원작 D&D의 설정을 무시하는 시스템이 전작보다 많이 도입되어 원작 팬들에게는 비판받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락실에서 즐기는 액션RPG


D&D 2는 오락실 게임의 특성상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게임 시스템과 플레이 감각은 액션RPG에 더 가깝습니다. 캐릭터 성장, 무기와 방어구 강화 및 교체, 각종 아이템, 그리고 시나리오 분기와 온갖 숨겨진 요소들 등 액션RPG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요소들이 충실하게 재현되어 있죠. 특히 캐릭터별로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고, 파티 플레이 시 어떤 캐릭터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건 다른 액션 게임들과 차별화된 D&D 2만의 매력이었습니다.



특히, D&D 2가 오랜 시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곳곳에 숨겨진 요소와 비기들 덕분입니다. D&D 2는 게임 중 선택에 따라 진행 방향이 달라지는데, 어떤 맵을 지나느냐에 플레이 시간은 물론, 얻을 수 있는 무기와 아이템이 달라집니다. 또, 엘프나 드워프가 파티에 포함되어 있으면 평소에 갈 수 없는 숨겨진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저주 걸린 검을 전설의 검으로 만드는 방법, 보스 몬스터 사냥 시 얻은 재료 아이템을 상점에서 특별한 장비로 교환 등 파고들수록 게임의 재미가 높아지는 것이 D&D 2의 강점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해 보는 그것


D&D 2는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게임입니다. 오락실 게임치고는 시스템적으로 알아야 할 요소들이 많고, 특정 보스는 약점을 모를 경우 공략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 버립니다. 하지만 모든 게임에는 공략법이 있듯이 D&D 2 역시 보스를 쉽게 격파하는 온갖 비기와 꼼수가 널리 연구되었습니다. 그중에서는 버그를 이용한 플레이도 많았는데, 버그성 플레이는 콘솔 및 스팀으로 리마스터 버전이 출시될 때 대부분 수정되었습니다.





동네 오락실은 용사들이 모이는 주점


많은 판타지물에서 주점은 모험의 거점 역할을 합니다. 모험가와 용병들이 모여들어 정보를 나누고 파티를 만들어 던전 탐험에 나서는 장소가 바로 주점이죠. D&D 1 역시 캐릭터 선택 화면이 바로 주점이었는데, 2에서는 창고 같은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대신 D&D 2 아케이드 머신이 있는 오락실이 바로 주점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친구들끼리 미리 파티를 구성해서 드래곤 사냥에 나서는 유저들도 많았지만, 4명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즉석에서 부족한 파티를 영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오락실 최고의 인기 장르였던 대전격투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오락실이 서로의 강함을 겨루는 콜로세움이었다면, D&D 2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오락실은 파티를 만나는 주점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은 온라인게임에서 채팅을 하며 파티를 구하지만, 이 당시에는 오락실에서 얼굴을 맞대며 파티를 맺었던 셈입니다. 물론, 온라인게임과 마찬가지로 모르는 사람과의 파티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D&D 2는 클리어까지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인기가 많아서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오락실 업주들에게는 그렇게 선호하는 게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초반에는 미숙련 유저들이 많아서 클리어까지 많은 동전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점차 숙련 유저들이 늘면서 원 코인 엔딩을 보는 파티가 급증했던 것이죠. 최대 4명이 한 시간 동안 두 대의 아케이드 머신을 차지하고 고작 400원만 소비하다니, 업주 입장에서는 이보다 비효율적인 게임도 없었을 겁니다. 그나마 아무도 찾지 않아 공허하게 데모 화면만 보여주고 있는 게임들보다는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사문의: 오픈모바일(wel_om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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