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 업체와 손잡고 재기하려는 스카이
지금 20대 후반 이상의 성인들이라면 아마 많은 분들이 팬택의 '스카이(SKY)'란 브랜드를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2000년대 초반 스카이는 특유의 아름다운 기기 디자인과 개성 넘치는 CF 등으로 지금의 애플처럼 많은 고정 팬을 거느린 브랜드였는데요. 스마트폰 시대에 크게 고전하며 생각보다 허무하게 쓰러져 버린 비운의 브랜드이기도 하죠. 이후 몇 번의 회사 청산 과정을 거치며 팬텍과 스카이 브랜드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그런 팬텍이 최근 ‘또 한번’ 새로운 스카이폰의 출시를 예고하며 귀환을 준비 중이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14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팬택은 국내 중고폰 업체 ‘착한텔레콤’과 협력해 스카이 브랜드를 단 휴대폰 2종을 2019년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입니다. 각 스마트폰 1종, 폴더폰 1종이며, 해외 OEM 생산 제품이 될 것이며 국내에서는 단말기 자급제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입니다. 이는 스카이 아임백(IM-100) 이후 무려 3년 만의 스카이 휴대폰 출시인데요 알려진 스마트폰 모델의 이름은 ‘스카이원’. 출고가 20~30만원대의 보급형 제품입니다. 또 폴더폰은 이보다 낮은 10만원 안팎으로 출시해 학생 공신족과 중장년층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팬택은 오뚝이 기업의 대명사라 할 만합니다. 이미 2007년부터 수차례 심각한 경영난으로 회사가 완전히 파산할 위기에 처했지만 그동안 여러 노력과 운이 따르며 기적처럼 오늘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2014년은 팬택이 더 이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단통법 시행으로 인한 이동통신 시장의 빙하기 영향을 직격으로 맞은 해였습니다. 결국 팬택은 2014년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회사 매수자를 찾지 못해 사실상 정리 수순을 밟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때는 정말 모두의 팬택의 최후를 예상했는데요. 2015년 6월, 기적처럼 매수자가 나타납니다. 옵티스란 광저장매체 분야의 중견 회사였죠.
마침내 구세주를 만난 팬택은 결연한 마음으로 재기를 준비했습니다. 그해 말 ‘뉴 팬택’이란 이름으로 조직개편을 마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원래 사용하던 ‘베가(VEGA)’ 브랜드를 완전히 폐기하고 원래의 스카이 브랜드에 집중하기로 하죠. 그리고 이 시기에 준비해 내놓은 기기가 바로 지금까지 팬택의 유작처럼 여겨졌던 ‘스카이 아임백(IM-100)’입니다.
아임백은 “I’m Back(돌아왔다)”라고도 표현할 만큼 팬택의 부활 의지가 강하게 깃든 기기였습니다. 아이디어도 참신했죠. 아날로그 감성의 조그휠로 미세한 사운드 조절을 지원했고, 무엇보다 번들로 제공하는 블루투스 스피커 겸 무선 충전 크래들 겸 무드등이었던 삼위일체 액세서리 ‘스톤’은 특히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아임백을 차별화하는 요소로 각인됐습니다. 하지만 참신함과는 별개로 낮은 성능과 각종 버그, 최적화 문제로 아임백에 대한 관심은 반짝인기로 끝나고 마는데요. 애초 목표 판매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팬택은 또 한 번의 경영 위기를 맞게 되죠. 결국 2017년 5월에는 휴대폰 사업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며 결연했던 이들의 부활은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그런데 이랬던 팬택이, 또! 시장에 복귀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고 하니, 그동안 팬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던 사람들이라면 이 소식이 그저 그런 컴백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보는 시각도 복잡한데요. 우선 이번 복귀는 과연, 정말로 성공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앞서고, 또 한편으론 그간의 실패 경험과 시행착오가 예상 외의 화려한 부활을 위한 밑거름이 됐지 않았을까란 작은 기대죠. 물론 지금 당장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데요. 기왕이면 회생의 아이콘, 그 옛날 스카이 폴더와 맷돌폰, 붐붐폰 등 특색 넘치는 기기로 피처폰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들의 칠전팔기가 이번만큼은 좋은 결과를 내길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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