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이 달고 있는 가장 창피한 꼬리표가 무엇인가 묻는다면 아마 그것은 전 세계 산업 중 석유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산업이라는 점일 것이다. 아름다움과 멋짐을 이야기해야 할 패션이 지구를 더럽히고 있다니. 패션계 관계자든 아니든 모두에게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다. 게다가 기억하기 쉬워서인지 한 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많은 말과 글에서 인용되고 재생산되며 패션 산업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별다른 의혹 없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이 주장에 대한 검증할만한 출처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패션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나는 한 2~3년 전부터 몇몇 언론사와 매거진의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내가 몸담고 있는 패션 산업이 그렇게 나쁜 산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혹은 아니기를 바라며 이제 이 불편한 꼬리표를 뗄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가졌다.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내용의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이니 그럴 수 있겠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으니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정정하려는 시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람들은 가짜 뉴스에만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여전히 세상은 패션 산업을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손꼽고 있다. 어떨 땐 마치 1위로 꼽힌 석유 산업을 향한 비난 보다 더 큰 화살이 패션 산업을 향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 다음 글에서 계속 됩니다.
* 이 글은 충남문화재단의 2022 문화다양성 전문가 칼럼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