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퀸즈타운' 입성. 미지의 나라에 미지의 사건들.
* 이 여행기는 2018년 10월 뉴질랜드 남섬 여행의 기록입니다.
한동안 머물던 시드니를 떠나 뉴질랜드 남섬으로 넘어가는 여정, 쉽지 않았다. 시드니 공항에서 거의 '난리부르스를' 췄다.
첫째, 동생이 라이딩 해줘서 편안하게 공항 도착했으나, 주차하기가 어려워 15분 넘게 주차장 안에서 돌고돌고돌고를 반복했다.
둘째, 항공사 티켓팅 창구에서 티켓 발행을 거부당했다. 뉴질랜드 입국 이후 출국 티켓이 없다는 이유였다.(그런데 눈 앞에서 발행한 티켓을 대놓고 찢는 건 뭐냐?) Jetstar 직원들 모두 쌍심지 켜고 일하고 있어 고객들이 대하기가 부담스러운 정도다. 웃음을 바라는 것도 과도한 친절을 바라는 것도 아니라 그저 인상만 쓰지 않고 대해줬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앞으로 돈이 더 들어도 꼭 다른 항공사 이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응대는 기업명성관리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데, 이를 실패하는 것이 바로 매출하락의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출국 티켓이 필요한 상황이라 급하게 한국행 비행기표 예약하다보니, 이것저것 막 눌렀더니 추가 비용이 150달러가 더 들었다. 결국 편도를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예약하게 된 것이었다. 한국으로 귀국할지 다른 곳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취소 가능 티켓으로 선택한 것이 큰 변수였다.
넷째, 남은 호주 달러를 뉴질랜드 달러로 환전하기 위해 환전 창구를 찾았는데, 환전 담당자 두 명이 계산이 안되 10분 넘게 난리를 쳤다.(얼마되지도 않는데)
마지막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부리나케 뛰어서 출국 데스크 들어가려는데 티켓이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 아마 환전 창구에서 분실한 것 같았다. 다시 뛰어나와 재발행 후 탑승게이트로 겨우 입성했다.
그런데, 아, 근데 출발시간이 지연됐다. 이거 참! 오늘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사건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어렵사리 3시간의 비행을 거쳐 뉴질랜드 남섬에 도착했다. 뉴질랜드 상공에 접어들자 엄청난 자연의 풍경이 창 밖으로 펼쳐졌다. 아름다웠다.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지구 같지 않은 색다른 모습의 산맥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때 묻지 않는 천연의 자연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구나 감탄을 하며 잔뜩 비행기의 착륙을 기다렸다. 퀸즈타운 공항에 도착했다. 작은(?) 공항답게 연결통로 없이 비행기에 연결된 계단으로 직접 땅에 내려 걸어서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도착시간은 7시 30분경. 1시 30분쯤 출발하고, 3시간의 시차가 있기에 3시간의 비행에도 6시간이 훌쩍 지난간 셈이 됐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대부분이 나홀로 여행자들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시드니에서 입국하는 친구들인데, 다인종 다민족이다. 환승을 한 승객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호주 현지에서 오는 사람들이었는데, 문득 호주가 다민족 다인종 국가가 되어가는구나 싶었다. 중국인들의 오세아니아 진출이 거센데, 특히 시드니의 경우 인구의 25%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머지 않아 호주가 제 2의 중국이 될 날이 멀지 않은 느낌이었다. 중국에서도 호주를 전략적으로 최우방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 자신들이 가진 자원 중 가장 강력한 인적 자원을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들어서는데, 수화물 검사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서 오늘 하루를 가장 힘들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수화물 검사하는 담당자가 갑자기 나를 인스펙션 사무실로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닌가. 당시 나의 복장은 완벽한 백패커의 모습. 대형 배낭을 매고, 앞에 노트북 가방을 맨 상태였다. 그런데 백패커의 나라, 트래커들의 천국인 이 나라에서 백패커이나 트래커인 나를 인스펙션 하겠다는 것이었다.
오늘을 가장 힘들게 만든 사건은 바로 공항 인스펙션이다.
나를 인계받은 인스펙션 담당자가 큰 테이블이 놓인 자리에 안내하더니 짐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짐을 다 풀어놓으며 인터뷰를 시작하는 것 아닌가. 인터뷰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를만큼 너무 자세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뉴질랜드에 오기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호주에서 뭘 했는지, 왜 호주를 방문했는지, 그 전에 방문했던 국가는 없는지. 태국에는 왜 갔는지 등등. 온갖 질문에 대해 답을 요구했다.
세계 각 곳을 방문해 왔던 입장에서 인스펙션을 당하는 것은 처음이라 완전 당혹스러웠다. 최근에 새로 바꾼 여권때문인가 싶기도 했지만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어렵게 인터뷰를 이어가는데, 앞 쪽 테이블에 새로운 여성 한 명이 인스펙션을 받기 위해 들어왔다.(인스펙션이 끝나고 공항 버스정류소에 둘 만 남겨져 이야기 해 보니 핀란드에서 온 휴식을 취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1시간 넘게 인터뷰가 이어지고, 가방 안의 모든 짐들이 다 풀어헤쳐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가방 안에 나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다양한 물건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여행을 다니면서 가방을 다 비우고 다니지 않고 계속 새로운 곳으로 나다녔던 탓에 가방 안에 들어가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 물품들이 꽤 눈에 띄었다. 애타게 찾았던 물건들도 발견하게 됐다. 물품의 용도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질문들이 나왔다. 심지어 시간날 때 구체화하려고 만들었던 발표자료 등이 나왔는데, 그걸 훑어보더니 굉장이 궁금해 하더니 혹시 한국에서 유명한 사람이 아니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1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하니, 서로 친해진 것이었다. 다이빙 장비 중 일부가 가방에 있자 반가워 하며 자신도 다이빙을 즐긴다며 꽤 오랜 시간 다이빙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결국 무사히(?) 1시간 여의 인스펙션을 끝내고 공항으로 나왔는데, 불이 다 꺼져 있다. 시간은 9시를 넘기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타고 온 비행기가 오늘 도착하는 비행기 중 마지막 비행기였다. 그러니, 공항 내 모든 창구와 상점들은 하루의 업무를 끝낸 상태였다. 유심칩을 구입하고, 렌터카를 수령하려는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일단 예약한 도심의 숙소로 가는 게 급선무.
일단 공항 밖으로 나가 2개피의 담배를 피우고 나서 다시 공항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안내창구의 직원의 도움을 받아 택시를 부를 수 있었다. 무려 20여분을 더 기다려 택시를 타고 퀸즈타운 도심으로 향하게 됐다. 택시비만 45불. 짧은 거리를 가는데 엄청난 택시비다. 50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으려 했더니, 기사가 '거스름돈 진짜 받을꺼야'라는 질문을 던졌다. 웃으며 던지는 말에 나도 웃으며 그냥 가지라며 택시에서 내렸다.
숙소에 도착. 파란만장했던 퀸즈타운행이 마감됐다. 뉴질랜드 남섬 '여왕의 도시'에 오기 참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