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숙소로 만든다는 것의 현실적인 이야기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공간이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북스테이’라는 이름을 붙인 숙소를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조용한 숙소가 뭐 그리 특별하냐고."
그냥 책장 몇 개 두고, 조명 살짝 어둡게 해 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찾아올까?
그래서 문득 나 자신에게 질문해 봤다. 정말 북스테이라는 콘셉트는 경쟁력이 있는 걸까?
요즘 경주에는 감성 숙소가 많아졌다.
한옥을 리모델링한 공간, 북유럽풍의 단정한 독채,
사진 한 장만으로도 묘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곳들.
공통점은 뚜렷하다.
‘딱 보면 기억에 남는 무드’를 가졌다는 것.
그리고 사진이 예쁘다는 것.
그 공간을 설명할 때 '가격'보다 '느낌'을 먼저 말하게 된다는 것.
결국, 숙소는 ‘머무는 경험’ 그 자체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이건 북스테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사실 나는 대단한 기획으로 이 숙소를 시작하려 했던 건 아니다.
그저 조용한 공간이 좋았다.
책이 있는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만들고 싶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하루를 비워두고
책 한 권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그런데 다시 고민하게 된다.
이런 나의 취향이, 과연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보자면 북스테이는 메인스트림은 아니다.
검색량도 풀빌라나 한옥호텔보다 낮고, 아직까지는 생소한 이름이다.
게다가 여행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북스테이가 너무 정적일 수도 있다.
혼자 머무는 시간, 조용한 독서, 사유의 여백.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사람은 이런 공간을 ‘찾아온다’.
북스테이는 결국 콘셉트의 문제가 아니다.
설계의 문제다.
어떤 책을 어디에 놓을지,
햇살이 드는 창가엔 무엇을 두고
저녁 조명은 어떻게 낮춰야
사람이 그 자리에 가만히 앉게 될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그 공간에서
"읽고 싶어 진다"는 감정이 스스로 생겨나게 만드는 것.
최근 북스테이 키워드 검색량은 작년보다 79% 이상 증가했다.
관련 콘텐츠 클릭 수는 15배 이상 늘었다.
사람들은 조용한 공간, 몰입할 수 있는 시간,
내면에 머무를 수 있는 하루를 원한다.
일상을 벗어난 여행보다, 잠시 멈춰있는 여행을 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북스테이에게 기회다.
소수가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그 고요함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살아남기 위한 기획을 하고 있다.
단순히 책이 있는 숙소가 아니라, 책이 중심이 되는 하루를 만드는 숙소.
북스테이는 경쟁력이 있는가?
아니, 나는 그 경쟁력을 지금 만들고 있는 중이다.
좋아하는 걸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오늘도 책과 공간의 균형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