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builder's note #02. 작은 숙소 창업일지
어느 날 문득, '감성적인 공간'을 짓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루쯤 머물고 싶은 공간.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그 도시가 좋아지는 그런 장소.
그런데 생각보다 감성은 벽지나 조명 같은 디테일보다
훨씬 앞선 단계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뼈대", 즉 매물이다.
건물의 구조, 방향, 마당, 외장재, 입지, 주차 가능성..
이 모든 물리적 조건들이 감성의 그릇이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매물 기준표"를 만드는 중이다.
이 기준은 내 공간의 본질이 될 것이다.
나는 5천만 원의 자기 자본으로 시작한다.
대출은 최대 80%까지 고려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2억~2억 5천만 원.
이 안에 매입가 + 리모델링 + 집기 + 인허가를 모두 담아야 한다.
그래서 매물은 1억~2억 원 사이가 마지노선이다.
최대한 효율적인 자금 운용이 필요하다.
나는 1995년 이후 지어진 집만 보기로 했다.
그전 주택들은 철근 구조가 아니거나, 배관과 전기 문제가 잦기 때문이다.
때로는 리모델링이 아닌 ‘복구’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1995년은
주택법이 실질적으로 정비된 기준점이기도 하다.
내가 짓는 공간은 안정적인 기반 위에 있어야 한다.
원룸도 좋지만,
작은 방 하나, 혹은 복층이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한 공간은 침실이 되고 또 다른 공간은 작은 서재나 거실이 될 수 있다.
이런 ‘여백’이 감성을 만든다.
내 공간이 놓일 동네는 조용해야 한다.
창밖 풍경이 소란스럽지 않고
밤이 되어도 불편하지 않은 거리.
도로 폭은 4m 이상.
주차 한 칸이 가능한지.
그 조건 하나로도 손님은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게 된다.
외장은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브랜딩을 하려면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된다.
그래서 벽돌이나 페인트가 가능한 마감재를 선호한다.
덮어야 하는 외장인지,
살릴 수 있는 외장인지
처음부터 판단해야 한다.
바로 들어가 공사할 수 있는 매물인지
입주자와 퇴거 조율이 가능한지
이건 일정의 핵심이다.
특히 전세 중인 매물은 피한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하니까.
마당 하나, 테라스 하나, 하늘이 보이는 창 하나.
이 모든 것이 머무는 사람에게 남는 인상이 된다.
큰 땅이 아니어도 된다.
쓸 수 있는 감성이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
조건은 감성을 만든다.
감성은 공간의 기억을 만든다.
그리고 나는 그 기억을 짓는 사람, staybuilder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기준을 세우는 이 시간이 내 공간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