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북스테이를 만들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간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 일이다.
몰입이라는 감정은 혼자 생겨나지 않는다.
조도, 온도, 재질, 소리, 그리고 주변의 풍경까지.
그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해 몰입이라는 상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북스테이라는 공간을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도 이거였다.
책이 잘 읽히는 공간이란, 어떤 모습일까?
책을 읽는 공간을 떠올리면 보통은 책장이 먼저 떠오른다. 그다음엔 아마도 책상.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챙기고 싶은 건 의자다.
등받이가 살짝 기울고, 너무 푹 꺼지지 않으면서도 팔을 편하게 얹을 수 있는 구조.
오래 앉아 읽을 수 있는 자세가 되지 않으면, 좋은 책도 쉽게 덮이기 마련이다.
때때로 바닥에 앉아 작은 테이블에 책을 펼치는 것도 좋지만,
몰입이라는 감각은 몸이 편안할 때 더 쉽게 찾아온다.
분위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이 먼저 조명의 디자인을 고민한다.
하지만 독서를 위한 공간이라면 조명의 ‘디자인’보다 ‘방향’과 ‘색온도’가 훨씬 중요하다.
2700K에서 3000K 사이의 따뜻한 백색광, 머리 위가 아니라 옆 혹은 아래에서 비추는 부드러운 빛.
그렇게 스며드는 빛이야말로 독서를 오래도록 가능하게 만든다.
책 읽는 공간엔 조용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모든 소리를 막는 데서 오는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심리적인 안정감이다. 나무의 질감, 두터운 커튼, 폭신한 러그와 쿠션.
소리를 흡수하는 재료들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줄 때, 사람의 마음도 같이 느슨해진다.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져야 비로소 책 속 문장이 깊숙이 들어온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시선의 여백’이다.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시선이 닿는 곳에 복잡한 오브제나 강한 색감이 있다면 몰입은 쉽게 깨진다.
그래서 한 면의 벽은 비워두고, 창밖엔 나무 한 그루만 놓아두고 싶다.
그런 단순함이 긴장된 정신을 이완시키고, 책 속에 더 오래 머물게 해 준다.
제주도 어느 숙소에서였다. 우드톤 가구에 식물이 조화롭게 놓여 있고,
은은한 커튼 사이로 따뜻한 빛이 흘렀다.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왠지 편안했고, 그 안정감 속에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그때 알았다.
좋은 독서 환경이란 낯설지만 안심되는 공간이라는 걸.
책을 많이 비치한다고 해서 책이 잘 읽히는 공간이 되는 건 아니다.
의자 하나, 조명의 방향, 공기의 질감, 시선이 머무는 여백.
이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한 권의 책에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책을 읽는 공간을 짓는다는 건, 사람의 마음이 조용히 머물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