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좋은 공간이란 무엇일까

좋은 북스테이를 만들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by 스테이빌더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간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 일이다.

몰입이라는 감정은 혼자 생겨나지 않는다.


조도, 온도, 재질, 소리, 그리고 주변의 풍경까지.


그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해 몰입이라는 상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북스테이라는 공간을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도 이거였다.

책이 잘 읽히는 공간이란, 어떤 모습일까?


1. 책장보다, 책상보다 — 의자

책을 읽는 공간을 떠올리면 보통은 책장이 먼저 떠오른다. 그다음엔 아마도 책상.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챙기고 싶은 건 의자다.

등받이가 살짝 기울고, 너무 푹 꺼지지 않으면서도 팔을 편하게 얹을 수 있는 구조.

오래 앉아 읽을 수 있는 자세가 되지 않으면, 좋은 책도 쉽게 덮이기 마련이다.

때때로 바닥에 앉아 작은 테이블에 책을 펼치는 것도 좋지만,

몰입이라는 감각은 몸이 편안할 때 더 쉽게 찾아온다.


2. 조명은 디자인보다 방향과 색온도

분위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이 먼저 조명의 디자인을 고민한다.

하지만 독서를 위한 공간이라면 조명의 ‘디자인’보다 ‘방향’과 ‘색온도’가 훨씬 중요하다.

2700K에서 3000K 사이의 따뜻한 백색광, 머리 위가 아니라 옆 혹은 아래에서 비추는 부드러운 빛.

그렇게 스며드는 빛이야말로 독서를 오래도록 가능하게 만든다.


3. 조용함은 '방음'보다 '안정감'

책 읽는 공간엔 조용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모든 소리를 막는 데서 오는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심리적인 안정감이다. 나무의 질감, 두터운 커튼, 폭신한 러그와 쿠션.

소리를 흡수하는 재료들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줄 때, 사람의 마음도 같이 느슨해진다.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져야 비로소 책 속 문장이 깊숙이 들어온다.


4. 시선이 닿는 곳의 ‘비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시선의 여백’이다.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시선이 닿는 곳에 복잡한 오브제나 강한 색감이 있다면 몰입은 쉽게 깨진다.

그래서 한 면의 벽은 비워두고, 창밖엔 나무 한 그루만 놓아두고 싶다.

그런 단순함이 긴장된 정신을 이완시키고, 책 속에 더 오래 머물게 해 준다.


내가 가장 책을 잘 읽었던 날

제주도 어느 숙소에서였다. 우드톤 가구에 식물이 조화롭게 놓여 있고,
은은한 커튼 사이로 따뜻한 빛이 흘렀다.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왠지 편안했고, 그 안정감 속에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그때 알았다.
좋은 독서 환경이란 낯설지만 안심되는 공간이라는 걸.


책을 읽는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

책을 많이 비치한다고 해서 책이 잘 읽히는 공간이 되는 건 아니다.

의자 하나, 조명의 방향, 공기의 질감, 시선이 머무는 여백.
이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한 권의 책에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책을 읽는 공간을 짓는다는 건, 사람의 마음이 조용히 머물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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