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취호가에서 배우는 것
좋은 스테이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예쁜 건물을 짓는 일만은 아닙니다. 저는 이전 글에서 좋은 숙소의 다섯 가지 원칙 중 첫 번째가 ‘철학과 컨셉’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철학은 책을 통해, 또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 만들어갈 수도 있지만, 이미 좋은 숙소로 자리 잡은 곳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스테이폴리오에 소개된 숙소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그 공간들이 어떤 철학과 컨셉으로 손님들을 사로잡는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취호가(趣虎家)라는 숙소입니다.
취호가는 이름부터 특별합니다. ‘취(趣)’는 마음이 쏠리는 방향, ‘호(虎)’는 호명리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호랑이 전설을 담고 있습니다.
이곳 마을에는 큰 바위 위에 호랑이가 자주 올라와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죠. 그래서 호스트는 이 전설을 살려 병두산 언덕 위에 일종의 ‘호랑이 사원’을 짓게 됩니다.
즉, 지역의 전설과 상징성을 이름에 담아내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만든 것이죠. 손님은 숙소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이곳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라는 기대와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취호가의 또 다른 특징은 호스트의 개인 경험이 공간 설계와 서비스에 반영되었다는 점입니다.
호스트는 ‘뜻을 얻기 전 마음을 비우는 도구’로 술을 선택했고, 이를 숙소 체험으로 연결했습니다. 머무는 손님에게는 셀프 칵테일 키트를 신청 받아 제공하는데, 계절마다 재료 구성을 달리해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단순히 예쁜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호스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험을 손님과 나누는 방식으로 숙소의 성격을 강화한 것입니다.
취호가에서의 아침 식사는 전복죽 한 그릇으로 간단히 준비됩니다. 과한 서비스가 아니라, 술과 함께한 저녁 후 가볍게 시작하는 아침이라는 맥락을 고려한 구성이죠.
또한 숙소에는 드로잉북이나 책 같은 도구가 놓여 있습니다. 손님들이 머무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며, ‘내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장치입니다.
결국 취호가는 머무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와 대화하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취호가를 보면서, 경주에서 준비하고 있는 숙소에 어떤 식으로 응용할 수 있을지 정리해봤습니다.
1) 지역성과 이야기 담기
경주는 도시 자체가 이미 수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첨성대, 신라의 전설, 불국사, 왕릉 등에서 상징을 찾아 숙소의 이름과 공간에 담아낸다면, 취호가처럼 여행 전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예: 첨성대 = 하늘을 본다 → ‘사유, 별, 고요’ 같은 테마
2) 숙소의 철학적 키워드 설정취호가가 “삶의 방향 찾기, 마음을 비우는 쉼”을 주제로 삼았다면, 경주의 숙소는 “고즈넉한 경주에서 책과 함께하는 쉼”, “별을 바라보는 사유의 시간” 같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호스트 경험 기반 서비스취호가는 술 경험을 바탕으로 칵테일 키트를 제공했다면, 경주는 책, 차, 혹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체험 키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예: 경주 전통차와 작은 노트를 담은 셀프 티 세트예: ‘별을 보며 쓰는 엽서’ 체험
취호가는 공간의 아름다움만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름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디테일에 호스트의 철학과 경험이 녹아든 숙소입니다.
경주에서 준비하는 숙소 역시 단순히 감성적인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스토리와 나만의 경험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따라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스테이폴리오에 소개된 다른 숙소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좋은 스테이를 만드는 철학과 컨셉을 더 풍부하게 탐구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