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오 (2)

by operabluff

제 1 막 : 감옥 마당


간수들의 장(長) 격인 로코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로코는 최근에 교도소에 입사하여 성실하게 일하는 피델리오를 마음에 들어 합니다. 로코 간수장은 마르첼리네라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버지 로코는 피델리오를 사위로 삼고 싶어 하고 마르첼리네도 마음속으로 피델리오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간수 중 한 명인 야퀴노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마르첼리네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델리오라는 라이벌? 이 들어오게 되어 불편한 내색이 끊이질 않습니다.

오페라의 첫 장면은 야퀴노와 마르첼리네와 두 명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야퀴노는 진지하게 결혼을 전제로 만나자고 설득하려고 하고 마르첼리네는 이런 상황이 불편합니다. 마르첼리네는 착한 심성을 갖고 있습니다. 계속 구애하는 상대가 딱해 보인다며 남자의 괴로운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남자는 피델리오밖에 없다고 합니다. 마르첼리네는 피델리오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담은 아리아를 부릅니다. 마르첼리네는 피델리오의 정체를 모릅니다.


[마르첼리네, Oh war’ ich schon mit dir vereint]

당신과 함께 된다면 평화와 기쁨이 가득한 우리 둘의 집에서 매일 아침마다 눈을 뜰 수 있겠지.

매일 아침 다정하게 인사하고 열심히 각자의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겠지.

그리고 우리의 노동이 끝나면 아름다운 밤이 우리 곁에 다가오면 모든 걱정으로부터 벗어나 함께 휴식을 취하겠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기쁨과 희망이 내 가슴을 가득 채우는 듯하구나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야퀴노가 옆에서 들으면서 괴로워하는 순간 간수장인 로코가 들어와서 무대에는 4명이 서게 됩니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네 명의 심정을 카논풍의 4 중창으로 부릅니다. 이 장면은 피델리오 오페라 전체에서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입니다.


[마르첼리네]

참으로 묘한 기분이 내 가슴을 가득 채우는구나.

그는 나를 사랑하고 있어 분명히 알 수 있어.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레오노레]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그녀는 분명히 나를 짝사랑하고 있는데 오, 이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로코]

내 딸 마르첼리네는 분명히 그를 사랑하고 있지. 그는 네 남편이 될 거야. 아주 잘 어울리는 젊은 한 쌍이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야퀴노]

온갖 생각들로 머리가 너무 복잡해. 그녀의 아버지는 피델리오를 마름에 들어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라고는 이 깊은 절망을 느끼는 것뿐.


이 돌림노래를 듣고 나면 인물들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가 가실 겁니다. 피델리오(레오노레)도 마르첼리네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로코는 딸과 교도소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피델리오가 부부가 되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듬뿍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로코는 피델리오에게 서둘러 내 딸과 결혼식을 올리라고 권유합니다. 재정적으로 부족하면 행복하게 살 수 없다고 합니다. 주머니에 돈이 두둑하게 있다면 걱정, 근심 없이 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사랑만 먹고 살아가는 인생은 늘 배고플 수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로코, Hat man nicht auch Gold beineben]

수중에 돈이 없다면 행복해질 수 없단다.

걱정거리와 근심거리로 가득한 불행한 인생을 살 수도 있거든

하지만 주머니에 돈이 두둑하게 있다면 운명을 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돈만 있으면 사랑과 권력을 얻을 수 있고 욕망을 이룰 수 있지

행운이라는 것은 돈을 주고 고용하는 하인과 같아서

돈만 쥐어 준다면 주인을 충실하게 모시는 법

돈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여전히 무일푼 신세일뿐

사랑만 먹고 살아가는 인생은 늘 배가 고프지

행운이 너에게 미소 지어 주기를, 너의 노력에 대가를 지불해 주길

너의 품 안에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고 너의 지갑 안에는 돈이 두둑하게 있다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게다.

돈, 그거 아주 힘센 거야.


아리아에서 볼 수 있듯이 로코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속물근성을 가진 보통 사람입니다.

레오노레는 로코의 말에 “아무리 심한 고통이라도 사랑의 힘으로 견딜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어서 로코에게 당신은 매일 혼자 지하 감옥에 들어가시는데 이제 건강을 생각하시라고 말하면서 내가 젊고 강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 함께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죠. 지하 감옥은 로코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레오노레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구하려고 교도소에 들어왔지만 지하 감옥에 감금되어 있는 남편을 아직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도소장이 자네와 함께 지하 정치범 감옥에 들어가는 걸 허락해 줄지 모르겠다고 하고 레오노레는 직감으로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남편임을 눈치챕니다. 내일까지 허락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합니다. 옆에서 마르첼리네는 로코에게 자신들의 결혼 승낙도 같이 받아달라고 합니다. 로코는 피델리오가 간수 일을 도와주겠다는 말에 고마워합니다. 3 중창형태로 발전되고 각자 자신들의 목표에 다가간다는 생각 합니다.


이때 멀리서 행진곡이 들리면서 교도소장 피차로가 병사들과 함께 돌아옵니다.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됩니다. 로코는 그동안 받아놓은 우편물을 피차로에게 건넵니다. 피차로는 법무대신이 보낸 문서를 보고 깜짝 놀라는데 그 내용은 “당신이 관할하는 교도소에 일부 수감자들을 아무 이유 없이 부당하게 감금하고 있다는 사실을 장관님께서 알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내일 불심검문을 나가신다고 합니다.”입니다. 사실 지하 감옥에 있는 플로레스탄은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인데 피차로의 정치적 반대파였기때문에 몇 년 동안 부당하게 감금되어 있습니다.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당황한 피차로는 당장 내일로 다가온 감찰 전에 플로레스탄을 죽여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아리아 <아, 드디어 이 순간이 찾아왔구나>를 들어보면 플로레스탄을 죽이는 일을 복수라고 말합니다. “나를 적대시한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어 수치스럽게 살아야 했다. 이제 서로 입장이 바뀌었으니 그 원수를 갚을 수 있게 되었구나”라고 합니다. 플로레스탄과 피차로는 오래전부터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명령합니다. 병사들은 흥분한 소장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다며 수군거립니다.


피차로는 로코를 따로 부릅니다. 피차로는 로코에게 자네는 배짱도 두둑하고 언제나 흔들림 없는 친구라며 치켜세우고 나서 보상은 두둑하게 할 테니 우리 교도소의 안전을 위해서 죄수 한 명을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겁이 덜컥 난 로코는 대답을 못하고 망설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제가 하는 일이 아니라며 돈 봉투를 집어던져버립니다. 피차로는 그렇다면 내가 지하감옥에 수감된 죄수를 죽일 테니 당신은 시체를 묻을 구덩이를 파놓으라고 주문합니다.


둘의 대화를 옆에서 엿듣고 있던 레오노레가 등장하여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합니다. 남편이 닥친 위기에 피차로를 원망하는 격정적인 음악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차분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함께 남편을 구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아름다운 아리아로 이어집니다.


[레오노레, Komm, Hoffnung]

나에게 오라, 희망이여

너의 마지막 별이 절망 속에 사라지지 않게 해 주세요

내가 아무리 머나먼 꿈을 꾸고 있다 하더라도

내 꿈을 향해 한 줄기 빛을 비춰주세요

사랑의 힘으로 나는 꼭 도달하리라

나는 동요하지 않는 내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가리라

남편을 향한 내 진실한 사랑으로 힘을 잃지 않으리라

오, 나는 당신 만을 위해 그 모든 걸 견뎌 왔습니다.

당신이 있는 곳에 갈 수만 있다면

한 사람의 악의로 인해 당신이 갇혀 있는 그곳으로

거기서 당신을 위로해 줄 수 있을 텐데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목소리만큼 남편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베토벤은 독신으로 지냈는데 어떻게 이런 이성에 대한 간절함이 담긴 음악을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죄수들이 어두운 교도소에서 마당으로 나와 따뜻한 햇빛을 맞이하는 시간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추어 한 두 명씩 나오기 시작하여 무대는 죄수들로 꽉 차고 감동적인 합창으로 이어집니다.


[죄수들의 합창, O welche Lust, in freier Luft]

밖으로 나와 이렇게 자유롭게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다니

이 위로 올라오니 비로소 내가 살아 있는 듯하구나

지하감옥은 무덤과도 같지

온 마음을 다 바쳐 하늘의 뜻을 믿으리라

희망이 나에게 부드럽게 말을 걸어오네

자유와 평화를 되찾을 것이라고

오, 하늘이여 해방이구나, 얼마나 기쁜 일인가? 자유여,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 감동적인 합창은 베토벤 작품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레오노레의 아리아는 애틋한 부부애를 잘 표현하고 이어지는 죄수들의 합창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억압받지 않는 자유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바뀌면서 로코가 등장하여 레오노레(피델리오)에게 마르첼리네와 결혼도 허락해 주셨고 나를 도와서 지하 감옥에 가는 것도 허락해 줬다고 합니다. 오늘 바로 지하감옥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말에 레오노레는 기뻐합니다. 최근 몇 주 동안 배급량을 계속 줄였던 그 수감자를 매장할 구덩이를 같이 파야 한다는 말에 레오노레는 깜짝 놀라서 그가 죽어서 그런 것이냐고 묻습니다. 로코는 그는 살아있고 교도소장 피차로가 그를 죽이고 그를 묻을 곳을 우리가 만드는 것이 임무라고 합니다. 레오노레는 남편의 무덤을 자신이 파야 한다는 현실에 가슴이 찢어지지만 일단 마음을 진정하고 로코를 따라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기로 합니다. 남편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갑자기 소장이 등장하여 자신의 허락 없이 죄수들을 밖으로 내보내서 산책을 하게 했다고 질책합니다. 로코는 오늘은 국왕폐하의 성명 축일이니 곧 죽을 죄수들에게 잠시 햇빛을 쬐게 하였다고 변명합니다. 죄수들은 다시 감방으로 들어갑니다.


피차로는 내가 시킨 일을 오늘 내로 완수하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피델리오, 로코, 마르첼리네, 야퀴노 등장인물 모두가 무대로 나와 자신의 심정을 외치는 5 중창으로 노래합니다. 음악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막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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