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살카 (2)

1막

by operabluff

제 1 막 : 깊은 숲 속 호숫가


나무가 우거진 깊은 숲 속에 큰 호수가 보이고 하늘에는 밝은 달이 떠 있는 평화로운 모습으로 막이 시작합니다. 오페라의 서곡은 작품 전체의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줍니다. 서정성 짙은 현악 선율과 따뜻한 목관까지 어우러지며 호수 주변의 정경을 예쁘게 그리면서 시작합니다. 중반 이후 슬픔과 눈물로 가득한 루살카의 비극적인 운명을 선명하게 들려줍니다. 보헤미아 특유의 풍부하고 아름다운 서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의 요정들이 호수 밖으로 나와서 “Hou, hou, hou!”알 수 없는 말을 외치며 춤곡풍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릅니다. 루살카의 아버지라고 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고블린 또는 보드니크라고 합니다. 남자 물 도깨비 정도로 얘기하면 적당합니다. 물의 요정 전체를 지배하며 부모역할을 하는 인물로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보드니크가 체코어인데 (남자) 물의 요정, 도깨비라는 뜻입니다. 루살카도 극 중에서 “Father Water Goblin”이라고 부르고 루살카에게 “My child”라고 부릅니다.


호수 주변 우거진 나무사이로 루살카의 모습이 보이고 보드니크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나는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말합니다. 깊은 물속에만 있는 것은 싫고 인간이 되어 황금빛 햇살 아래에서 살고 싶다고 토로합니다. 보드니크는 화들짝 놀라면서 불멸의 존재인 네가 필멸의 영혼인 인간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나무랍니다. 물의 요정인 네가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하죠. 보드니크는 나와 함께 있는 동안은 절대로 인간이 되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가 루살카와 주고받는 대화가 오페라의 큰 주제입니다. 사람이 되려는 걸 말리는 이유는 인간세계는 죄악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루살카가 인간이 되겠다는 이유는 지상, 인간계는 사랑으로도 가득해 보인다고 하죠. 어느 날 사냥을 나온 왕자가 호수에 와서 수영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하면서 인간이 되어서 그와 사랑하고 포옹하는 것을 꿈꾸게 되었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되면 불행한 운명에 빠질 수 있고 너를 사랑하는 자매들은 슬픔에 빠질 것이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더욱 간절하게 인간이 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외칩니다. 보드니크는 루살카의 절절한 사정을 듣고 그녀를 말리는 것은 포기하고 결국 마녀 예지바바를 찾아가 보라고 조언합니다.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불쌍한 루살카!”를 외치며 보드니크는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혼자 남은 루살카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심정을 얘기합니다.

[루살카, Mesicku na nebi hlubokem]

오, 벨벳 같은 하늘에 뜬 달님이여!

저 멀리 까지 환하게 빛나는구나

너는 온 세상의 곳곳을 거닐면서

세상 사람들이 사는 곳을 바라볼 수 있겠구나.

오, 달아! 잠시만 머물러다오.

내가 사랑하는 이가 어디 있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오, 달님이여! 그에게 말해 줄 수 있을까?

내 팔이 그대를 감싸고 있음을

언젠가 그가 내 꿈을 꾸게 될 그날이 오기를 기원하면서…

그가 어디를 가든지 그를 비추어 주세요.

누군가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만약 그의 영혼이 나를 꿈꾼다면, 깨어 있는 동안 날 기억하고 있겠지.

오, 달아! 사라지지 말아 줘.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프리마돈나의 아리아입니다. <달에게 바치는 노래, Song to the moon>라고 합니다. 한번 들어 보시면 귀에서 떠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루살카는 마녀 예지바바를 찾아갑니다. 루살카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의지를 얘기합니다. 얼마나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지, 예지바바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도저히 거절할 수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심지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을 테니 인간이 되고 싶다고 외칩니다. 루살카는 이미 이성을 잃은 모습인 것 같습니다. 예지바바는 루살카가 여기 온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면서 인간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되는 대가로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첫 번째는 말을 할 수 없는 벙어리가 되어야 하고 두 번째는 왕자를 찾아가서 사랑을 얻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저주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사랑을 원해서 인간이 되었지만 그 사랑에 실패한다면 다시 물의 요정으로 돌아갈 수 없고 만약 돌아가게 된다 하더라도 너의 상대방인 왕자 또한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인간이 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건 루살카도 예상은 했겠 지만 그에 따르는 조건 또한 만만찮습니다. 저라면 듣는 순간 멈칫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그러나 루살카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의 사랑을 얻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벙어리가 되겠다고 합니다. 마음속은 이미 왕자님의 품 안에 있는데 사랑을 잃는다는 상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죠. 그리고 사랑의 힘으로 당신의 마법을 깰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마녀의 얘기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무조건 인간이 되겠다고 합니다.


이어서 인간이 되는 약을 만드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우리나라 옛날 동화책에 나오는 마법사의 주문인 “수리수리 마수리”에 해당하는 주문을 외우면서 신비의 약을 조제합니다. 재밌기도 하고 무서운 장면이기도 합니다. 뜨거운 항아리에 담을 재료들을 나열하는데 용의 피 한 방울, 쓸개즙 열 방울, 새의 따뜻한 심장 등을 열거합니다. 벙어리가 되는 약재(藥材)입니다. 루살카는 그 약을 먹고 인간 여자로 다시 태어납니다.


잠시 후 사냥을 나온 왕자가 등장합니다. 사슴 사냥을 하러 나왔는데 무엇인지 모를 산속의 기운에 이끌려 호숫가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조금 전 약을 먹고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이 되어 있는 루살카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왕자는 한눈에 반합니다.


[왕자, Vidino divna presladka]

신성한 자태여, 달콤한 피조물이여! 사람인가요? 아니면 숲 속의 요정인가요?

당신은 내가 숲 속에서 뒤쫓은 진귀한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입니까?

그 아름다운 짐승의 목숨을 구하려고 왔습니까?

아니면 나에게 당신 스스로 제물이 되길 바라는 겁니까?

처음 본 루살카를 보고 노래를 부릅니다. 짝사랑했던 남자의 질문에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 루살카는 당황합니다.

어떤 비밀 때문에 당신은 입을 봉하고 있습니까?

당신이 말을 못 할지라도 내 입맞춤이 그 입술에서 말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가시덤불과 바위를 헤치고 나를 이곳으로 오게 만든 신비로움에 대한 해답을

이 축복의 날 드디어 발견하게 되었군요. 나는 당신의 시선에 매혹되었어요.

당신의 마음에 감춘 비밀은 뭐 죠?

날 사랑한다면 내게 말해 주세요.


호수에서 물의 요정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음악은 긴박하게 몰아치고 물의 요정 자매들의 “지금 어디에 있니?”라고 외치는 소리에 루살카는 괴로워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되어서 말을 못 하는 루살카는 왕자를 품에 안고 싶지만 쭈뼛거리고 망설입니다. 왕자는 어쩔 줄 몰라하는 루살카에게 여기를 떠나 내가 있는 성으로 가서 결혼하자고 합니다.


내게 사냥은 아무 의미 없소. 당신은 내가 잡은 암사슴이오.

당신은 밤하늘에 환히 빛나는 황금빛 별이오

너무나 아름다운 그대여! 나와 함께 갑시다!


루살카는 다시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왕자를 따라갑니다. 1막은 이렇게 남녀 주인공이 만나서 행복한 미래, 핑크 빛 꿈을 그리며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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