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살카 (3)

by operabluff

제 2 막 : 왕궁 앞 정원


왕자의 성안에서 결혼식 준비로 모두들 바쁩니다. 성안에서 일하는 여러 하인들 중 두 명이 나옵니다. 사냥터지기와 주방에서 일하는 주방에서 일하는 주방보조가 마당에 나와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오늘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바빴다면서 왕자님이 숲 속에서 베일에 싸인 여자를 만나서 결혼한다는 얘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숲 속에서 온 그녀는 말을 못 하고 몽유병 환자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합니다. 사냥터지기는 이번 결혼이 아무래도 수상한 기운이 있다며 혹시 마녀가 장난치는 것은 아닐까? 라며 수근 댑니다.


사랑하고 오해하고 헤어지고 후회하는 오페라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은 감동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아름다운 장면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곤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은 내용상 쉽게 넘어가기 쉽지만 관객들에게 힌트를 주는 대화를 통해 극의 전개 또는 주제에 대한 얘기를 풀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2막 처음에 등장하여 문지기와 주방보조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극의 진행에 변화가 생기는 조짐을 알 수 있습니다. 주방보조의 얘기를 들어 보시죠.


“우리 왕자님은 씩씩한 분이셨는데 지금은 완전히 변하셨어요”

“성안의 신부님께서 왕자님에게 경고를 했음에도 숲 속의 그녀는 여기 머물러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셨어요”

“어쩌면 숲 속의 그녀 말고 외국에서 온 여자가 왕자님을 옛날로 돌아오게 하지 않을까요?”

“왕자님은 변덕스러운 성격이고 벌써 사랑이 식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왕자님은 외국의 아름다운 공주님에게 마음이 가고 있답니다.”


그러자 성 문지기가 대답합니다. 내가 왕자였다면 숲에서 온 그녀를 멀리 내쫓았을 거라면서 성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마법의 기운에 대해 예언합니다. 마음이 허약한 사람이 물의 요정을 본 순간 마녀 예지바바의 주문에 빠져들게 되고 물도깨비가 나타나서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버린다는 얘기를 합니다.


[Editor's comment]

둘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때까지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인 ‘외국의 공주’가 등장합니다. 아직 무대에 나오진 않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루살카와 왕자 사이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나이 든 문지기와 대화에서 남녀 주인공 둘의 운명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왕자와 루살카가 등장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현재 루살카는 인간이 되었기에 말을 못 하는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숲에서 왕궁으로 들어온 지 일주일정도 지났습니다. 한눈에 반해서 결혼을 하기로 하고 결혼식을 준비 중인데 신부가 될 여자가 내내 말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답답한 마음을 루살카를 향해 토로합니다. 다가가려고 해도 멀어지는듯한 루살카의 태도에 지쳤다고 합니다. [왕자, Jiz tyden dlis mi po boku]


왕자가 답답한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는 동안 외국에서 온 공주가 등장합니다. 왕자의 결혼식에 초청받아서 하객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독백으로 한마디 합니다. 왕자 옆에 있어야 할 내 자리에 벙어리 여자가 있다고 하면서 그를 내가 차지하고 싶고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저 커플을 행복하게 두진 않을 것이라면서 마음속으로 화를 표출합니다. 왕자에게 당신이 저 벙어리 여자에 빠져서 손님 대접을 소홀히 하는 것에 실망이라면서 불평합니다. 말없이 웃기만 하고 있는 연인과 불편하지 않냐는 뜻의 얘기를 이어갑니다. 둘의 얘기를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루살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저 미소만 지을 뿐입니다. 살짝 짜증이 나기 시작한 왕자는 루살카에게 곧 무도회가 시작하니 옷을 갈아입고 나오라고 합니다. 루살카는 할 말은 많지만 답답한 마음을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습니다. 벙어리가 된 자신을 돌아보며 무대에 혼자 남게 됩니다. 오케스트라의 슬픈 음악만이 그녀를 달래 줍니다. 오페라는 목소리와 악기의 조화로운 무대 예술인데 프리마돈나가 목소리를 잃어버린 상황이므로 표정과 연기가 중요합니다.


팡파르 소리와 함께 무도회가 시작됩니다. 왕자는 외국의 공주와 연회장 가운데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외국공주가 춤추는 장면을 멀리서 말없이 바라보는 루살카가 느끼는 괴로움은 얼마나 클까요? 이 장면은 오페라 중간에 드보르작의 관현악을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연출가에 따라 이 부분을 발레로 만들기도 하는 멋진 장면이죠. 화려한 안무와는 반대로 홀로 남은 루살카의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무도회 바깥으로 이동합니다. 1막에 루살카에게 조언했던 보드니크가 나옵니다. 불쌍한 루살카의 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합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아무리 오래 살아가더라도 물의 굴레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면서 네가 인간의 사랑을 얼마나 받았 을지 모르나 그를 영원히 네 곁에 묶어 둘 수 없다고 슬프게 노래합니다. 벙어리 인간으로 루살카는 노래하지 못하기에 아버지로서 루살카의 슬픈 마음을 잘 대변합니다. 베이스 아리아로 드보르작 특유의 풍부하고 서정성 넘치는 음악과 함께 슬픔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루살카는 자신의 잘못된 결정, 아버지를 배신했던 것에 대해 너무 슬프고 인간세계를 알게 된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고 외칩니다. 갑자기 루살카의 목소리가 나와서 놀라실 수 있는데 인간이 된 후로 벙어리가 되었고 남자의 사랑을 얻지 못했으므로 다시 예전처럼 말을 하게 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즉, 왕자에게 버림받았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여인의 미모에 왕자가 빠졌다면서 보드니크의 품에 안겨 슬픔에 잠깁니다. 아버지는 강해져야 한다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하지만 공허해진 마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벙어리가 된 이후 나의 다른 매력은 아무 소용없어졌다는 겁니다. 이제 물의 요정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자신은 저주받았다고 할 정도입니다. [루살카, Jina jej krasou vraz]


1막부터 나오는 루살카를 대표하는 말 중에 차가운 물 cold water라는 말이 몇 번 나오는 걸 눈치채셨나요? 물의 요정,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냥 호수의 물결인 루살카는 자신이 차갑다는 걸 인간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자신은 차가운 물일 뿐, 인간의 뜨거운 열정 human passion 과는 안 맞는다고 계속해서 울부짖습니다. 2막을 마무리하는 강렬한 소프라노 아리아가 이어집니다.


멀리서 무도회음악이 들리고 왕자와 외국공주가 나옵니다. 루살카는 더욱 괴롭습니다. 변덕스러운 왕자는 새로운 여인, 외국의 공주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것 같습니다. 둘의 열정적인 이중창이 끝날 무렵 루살카가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며 왕자에게 매달려 보지만 “당신의 품은 얼음처럼 차갑다 ”는 말을 내뱉으면서 루살카를 뿌리치고 외국공주에게 안깁니다.


이를 보고 있던 보드니크가 왕자를 향해 네가 다른 여인을 안을 수는 있겠지만 절대로 루살카의 품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는 저주를 내리고 퇴장합니다. 왕자는 변덕쟁이이고 겁쟁이기도 합니다. 보드니크의 저주를 듣고 두려워합니다. 외국공주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러나 공주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당신이 처음 택했던 여자를 쫓아서 지옥으로 떨어지라고 말하면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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