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의 결혼 (1)

by operabluff

피가로의 결혼 Le Nozze di Figaro

모차르트 W. A. MOZART (1756 ~ 1791)


원작 : 보마르셰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 또는 황당한 하루>

대본 : 로렌초 다 폰테

초연 : 1786년 빈 궁정 극장

배경 : 17세기 중엽 스페인 세비야 알마비바 백작의 저택


(1)

“오페라”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어렴풋이 몇 가지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을 텐데요. 그중 ‘어렵다’, ‘지루하다’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일단 접할 수 있는 무대가 가장 적은 점도 있고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너무 길다 등의 애로사항을 얘기합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사실 오페라 전곡은 한번 보거나 듣자마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청취 환경, 언어장벽, 구조적 복잡성 등 어렵고 지루한 원인을 말하려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이 처음으로 훌륭한 아리아 한 곡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일까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주인공 ‘앤디’가 문을 걸어 잠그고 교도소 스피커를 통해 수감자들에게 LP로 노래를 틀어주는 장면 기억하십니까? 아무런 희망도 없이 일하고 있다가,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던 죄수들이 모두 교도소 내 스피커를 향해 몸을 돌리고 음악에 집중하는 그 장면, 그리고 독백으로 이어지는 앤디의 동료 레드(모건 프리먼)의 대사를 한번 같이 읽어 보시죠.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지금도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 않다. 모르는 채로 있는 것이 나은 것도 있다. 난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얘기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이 회색 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쇼생크의 모든 사람은 그 순간 자유를 느꼈다.”


영화에서 큰 감동을 주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떠나 레드의 대사를 곱씹어보면 오페라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악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더라도 처음 듣는 음악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 하죠. 높은 담장 안에 갇힌 죄수들이 음악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자유를 느꼈다고 합니다. 장면에 삽입된 음악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3막에 나오는 백작부인의 아리아입니다.


재밌는 것은 영화 속에서 죄수들이 느낀 자유 이미지와는 다르게 오페라 속 실제 내용은 백작부인이 남편을 골탕 먹이려고 계획을 짜는 노래입니다. 레드가 무슨 말인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하지 않습니까? 영화 속 레드의 대사처럼 모르는 채로 있는 것이 나은 것 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오페라 속 우리 마음을 움직일 만한 아름다운 아리아 한 곡이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예비 오페라 관객들에게 좋은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음악만 들으면서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영화에 삽입된 아리아 등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되고 해당 아리아를 찾아서 다시 한번 들어 보고 결국 오페라 한편에 도전하게 되는 계기로 충분하니까요. 참고로 영화에 삽입된 노래는 독일 출신 소프라노 군둘라 야노비츠의 목소리입니다. 알고 보니 이탈리아 여자도 아닙니다. 소위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로 유명한 소프라노였습니다. 영화나 광고등에 들어있는 짧은 아리아를 통해 하나씩 알아가고 조금씩 늘려간다면 어느덧 오페라 극장에 직접 가서 감상하게 되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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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뉴욕의 유명한 음악잡지에서 현재까지 무대에 올라간 오페라 작품 중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오페라는 무엇인가를 선정한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답변 중 1,2위를 다투는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선정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뒤로 베르디, 바그너 등의 작품들이 이어졌습니다. 수많은 작곡가들의 오페라 중 피가로의 결혼이 전문가 및 애호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만 정리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첫 번째로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복잡하면서도 조화롭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듣기 편안한 화성으로 가득합니다. 음악을 통해 각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에 맞는 감정을 절묘하게 만들었습니다. 수잔나의 아리아는 현명하고 발랄하고 피가로의 재치는 음악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반대로 백작부인의 장면은 슬픈 음악으로 표현되거든요.


두 번째로 로렌초 다 폰테의 훌륭한 대본입니다. 극작가 보마르셰의 희곡을 다 폰테가 오페라 대본으로 만든 것인데 그야말로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 권력남용을 적나라하게 풍자합니다. 재미와 메시지 두 가지를 모두 담아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음악과 대본 두 가지의 완성도면에서 최고의 작품일 뿐 아니라 3시간이 넘는 작품 내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플롯과 갈등을 마지막에 깔끔하게 해소하는 탁월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한 장면도 놓치지 말고 촘촘하게 감상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우리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그대로 잘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사랑, 질투, 배신, 용서 등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를 등장인물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3)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를 먼저 보셨다면 피가로의 결혼은 그 이후 이어지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세비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몇몇 추가 인물들이 있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의 결말을 기억해 보면 알마비바 백작이 후견인 바르톨로를 물리치고 젊은 아가씨인 로지나와 결혼에 성공하였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서 (알마비바) 백작과 백작부인(로지나)은 부부인 상태로 나오고 백작을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했던 이발사 피가로는 백작의 집에 하인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백작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던 수잔나와 결혼을 하기로 하면서 오페라는 시작합니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재치 있고 영리한 모습이었던 로지나는 결혼하고 백작 부인이 되었고 우아하고 고귀한 모습이지만 남편의 사랑이 식어 가는 것을 걱정하고 하인인 수잔나에게 끌려 다니는 답답한 모습을 가진 인물입니다. 수잔나는 하녀입니다. 피가로와 결혼을 앞두고 있고 마치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와 비슷하게 재치 있고 현명한 캐릭터입니다. 피가로, 백작 등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만큼 당차고 재기 발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백작은 귀족으로서 명예나 체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집에서 일하는 하녀들을 희롱하는 호색한입니다. 반대로 부인에게는 질투심이 강하고 화를 냈다가 바로 사과하는 등 감정기복이 많은 인물입니다. 피가로는 세비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피가로와 거의 같습니다. 나머지 인물들은 작품 안에서 설명하도록 하고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 나름대로 장면에 번호를 붙여서 구분하여 안내하겠습니다.


서곡이 유명합니다. 모차르트 오페라의 모든 서곡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죠. 시작하는 순간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경쾌한 음악은 작품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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