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막 늦은 아침, 백작부인의 방
장면 #8
1막에서 오페라의 주요 등장인물인 피가로, 수잔나 커플, 결혼 반대파인 바르톨로와 마르첼리나 그리고 백작과 케루비노와 바질리오까지 총 7명이 등장하였는데 중요한 인물인 백작부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죠. 2막의 첫 장면에 백작부인이 드디어 등장합니다. 그녀는 결혼 전에는 불 같은 사랑을 보여주었던 백작의 사랑이 식었음을 슬퍼하면서 우울한 심정을 담아 아리아 <사랑의 신이여, 위로를 주소서>를 처연하게 부릅니다. 1막 마지막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중후한 아리아입니다. 성악적인 면에서만 보자면 <피가로의 결혼>의 프리마돈나는 백작부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극장을 꽉 채우는 우아하고 고귀한 스타일의 노래입니다.
[백작부인 Porgi amor, qualche ristoro]
사랑이여, 이 고통에 한숨짓는 나를 위로해 주세요.
오, 내게 그이를 돌려주세요,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수잔나가 방으로 들어옵니다. 백작부인에게 백작이 조금 전에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추태 부린 것을 전달합니다. 남자들이란 바람둥이고 변덕스럽고 자존심 때문에 질투한다면서 수잔나를 보고 피가로는 안 그럴 것이라며 살짝 부러움을 표시합니다. 이때 피가로가 들어옵니다. 자연스레 세 명이 모여서 백작 골탕 먹이기 작전회의를 시작합니다.
첫 번째 계획은 백작부인께서 애인과 무도회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이 적힌 편지를 (피가로가) 써서 바질리오 편에 백작 손에 들어가게 하자고 합니다. 이러면 백작은 걱정으로 가득 차서 부인 옆에 붙어 있을 거라고 합니다. 질투를 유발하기 위한 작전입니다.
두 번째 계획으로 백작이 오늘 밤 수잔나에게 만나자고 한 것을 이용하여 수잔나 대신에 케루비노를 여장을 시켜 밤에 정원으로 보낸 후 현장을 덮치면 백작님도 부인에게 꼼짝 못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계획을 듣고 백작부인은 동의하지만 좀 전에 백작의 바보 같은 말을 케루비노가 전부 들어버렸다는 것이 수치스럽습니다.
백작은 지금 사냥을 가서 저택에 없습니다. 계획대로 케루비노를 방으로 부릅니다. 케루비노는 백작부인을 보고 너무 좋아하죠. 아침에 수잔나의 방에서 백작부인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는 아리에타를 부릅니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케루비노가 부르는 노래들이 중요하니 잘 들어 보시죠.
[케루비노, Voi che sapete che cosa e amor]
사랑이 무엇인지 그대는 아시나요?
여인들이여, 내 맘속에 사랑이 있는지 봐주세요
나의 감정을 말씀드리죠.
내게는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흥분이 끓어요.
어떤 때는 즐거웠다가 다시 괴로워지고
어느 순간 얼어붙은 마음의 불길이 타고 그 순간에 다시 차가워져요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나는 누가 그것을 갖고 있는지 또 그게 무엇인지 난 몰라요.
갑자기 한숨이 나와요. 이유도 없이 가슴이 뛰고 떨려요.
밤이나 낮이나 평안을 찾을 수 없어요.
그래도 이런 괴로움이 나를 기쁘게 합니다.
이제 두 명의 여자가 케루비노를 여장시킵니다. 케루비노의 옷을 벗기고 수잔나와 비슷하게 옷을 입히고 가발도 쓰고 화장도 합니다. 옷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바질리오에게 받은 군대 입대 명령서를 발견하는데 사령장에 직인이 빠져 있다는 얘기가 슬쩍 지나갑니다. 케루비노의 옷을 갈아입히는 장면은 살짝 에로틱한 감정선이 흐르도록 연출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부분에 ‘얼마나 미남인지, 많은 여인들이 그에게 사랑에 빠진다고 해도 당연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평소에 부인을 흠모하던 케루비노와 옷을 갈아입는 (남편에 비해) 훨씬 젊은 사춘기 청년 케루비노를 보며 부인도 살짝 끌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백작부인이 수잔나에게 다른 옷을 좀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킵니다. 수잔나가 퇴장하고 방에는 백작부인과 케루비노 둘만 남아 있는데 순간 밖에서 백작이 문을 두드립니다. 이에 당황한 부인은 여장을 한 케루비노를 옷장 안에 숨깁니다. 이미 바질리오를 통해 1차 작전 편지를 전달받은 백작은 질투심 때문에 화난 상태입니다.
장면 #9
백작이 들어오면서 평소에 문을 잠근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며 의심합니다. 부인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며 수잔나와 같이 있다가 자기 방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첫 번째 작전으로 바질리오를 통해 전달된 편지(부인이 무도회에서 애인을 만나기로 한 내용)를 들이밀면서 백작이 이건 뭘 뜻하느냐고 하는 순간 옷장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납니다. 백작이 수상하다며 옷장 안에 누가 있느냐고 다그칩니다. 이때 당황한 부인이 옷장 안에 수잔나가 있다고 둘러댑니다. 방금 수잔나는 자기 방으로 갔다고 해놓고 무슨 얘기냐고 쏘아붙이자 부인은 불안해하고 백작은 당장이라도 옷장문을 강제로 열려고 합니다.
부인의 심부름을 나갔던 수잔나가 다른 문으로 백작의 눈에 안 띄게 부인의 방으로 숨어 들어옵니다. (백작부인의 방이니 꽤 넓고 반대쪽에 작은 쪽문이 있다고 상상하세요) 세 사람의 숨 막히는 앙상블이 시작됩니다.
백작부인은 백작이 수잔나에게 추파를 던진 사실을 내세우고 백작은 옷장 안에 애인을 숨겨놨을 거라 소리칩니다. 양쪽이 팽팽하게 맞서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당신, 조심해요. 나쁜 소문이 나지 않도록 합시다!”
“부인, 똑바로 합시다. 나쁜 소문이 나지 않도록 합시다!”
부인이 절대로 옷장문을 열 수 없다고 하자 백작은 당장 열쇠를 내놓지 않으면 문을 부숴버리겠다고 큰소리칩니다. 문을 부숴버릴 도끼라도 들고 오겠다고 하면서 의심이 많기에 부인을 데리고 문을 밖에서 잠그고 밖으로 나갑니다. 이때 방에 몰래 들어와 있던 수잔나가 옷장문을 열고 케루비노에게 나오라고 합니다. 어서 도망가야 하는데 문이 잠겨 있어서 나갈 곳이 없습니다. 케루비노는 이미 군대를 갔어야 했는데 지금 백작부인방에서 걸리면 큰일 나겠죠? 할 수 없이 정원 쪽으로 난 창문밖으로 뛰어내립니다. 2층집정도 될까요? 아래 화단으로 뛰어내립니다. 수잔나는 케루비노가 도망친 걸 확인한 후 옷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곧이어 백작부부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손에는 옷장을 부숴버릴 도끼를 들고 있습니다. 백작이 계속 다그치자 부인도 이제는 지쳐서 옷장 안에는 케루비노가 들어있다고 털어놓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백작은 그놈이 아직 안 떠나고 여기서 뭐 하냐고 소리 지르면서 다투기 시작합니다. 애인과 무도회에 가려고 한다는 편지를 백작에게 전달하도록 한 거 기억하시죠? 백작은 그 편지의 애인이 지금 옷 장안에 들어있는 케루비노라고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부인은 심성이 착한 사람입니다. 조금 전에 케루비노의 옷을 벗기고 다른 옷을 입히는 얘기까지 얘기를 털어놓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백작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도끼를 들고 옷장 문을 부수려는 순간 안에서 수잔나가 태연하게 걸어 나옵니다.
백작이 놀라서 뒤로 자빠집니다. 옆에 있던 부인은 더 놀라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순간 상황은 역전되어 백작은 완전히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백작부인에게 용서를 빕니다. 백작부인은 여세를 몰아서 남편을 몰아붙입니다. 백작은 로지나에게까지 도와달라고 사정하고 로지나는 의심하는 사람은 벌을 받는 거라며 부인 편을 듭니다. 완벽하게 전세가 역전되었습니다.
백작은 바질리오에게 받은 편지를 꺼내 들며 도대체 이건 뭐냐면서 반전을 꾀하지만 부인과 수잔나는 당신을 테스트해 보려고 속임수를 쓴 거고 피가로가 쓴 것이라고 둘러댑니다. 백작은 절실하게 화해를 원합니다.
수잔나 : “이제부터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백작 : “이제부터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백작부인 : “이제부터 날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세 명이 자기 입장에서 부르는 멋진 앙상블이 이어집니다.
곧 음악이 바뀌면서 피가로가 마을 사람들이 결혼 준비가 다 되었다면서 결혼식을 치르러 나가자고 합니다. 백작은 서두르지 말고 도대체 이 편지는 누가 쓴 거냐고 피가로를 불러서 물어봅니다. 피가로는 모른다고 발뺌하면서 엉뚱한 얘기로 백작을 정신없게 만듭니다. 그것보다 지금 당장 결혼식장으로 가자고 재촉합니다. 조금 전에도 마을사람들이 꽃다발을 백작에게 전해주며 결혼식을 시도한 장면과 같이 지금도 백작은
장면 #3 마르첼리나의 차용증만 믿고 계속 다른 핑계를 대면서 피가로의 결혼을 미루려고 노력합니다.
이때 급하게 저택의 정원사인 안토니오가 들어옵니다. 정원 쪽으로 난 창문 발코니에서 어떤 남자가 떨어지는 걸 봤다고 합니다. 당황한 피가로가 자신이 뛰어내렸다고 둘러댑니다. 수세에 몰렸던 백작이 뭔가 이상하다며 의구심을 갖는 순간 안토니오가 화단에 떨어진 것이라며 종이 한 장을 백작에게 주는데 바로 케루비노의 입대 서류입니다. 백작은 다시 기세 등등 하게 피가로에게 이걸 내밀면서 이실직고하라고 몰아붙입니다. 피가로는 임기응변으로 그 서류는 케루비노가 나에게 준 것이며 공식 서류에는 도장이 필요한데 빠져 있다며 되받아 칩니다. 다시 난감해진 백작이 헷갈려하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이때 밖에서 바르톨로, 마르첼리나, 바질리오등 피가로의 결혼을 반대하는 3명이 들어옵니다. 마르첼리나는 피가로가 자신과 결혼하겠다는 계약서를 보여줍니다. 바르톨로는 변호인으로 바질리오는 공증인으로 가세합니다. 피가로의 결혼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백작의 기세가 당당해집니다. 이제 결혼을 찬성하는 백작부인, 수잔나, 피가로 3명과 반대파인 나머지 4명이 서로 상황이 계속 역전되고 뒤바뀌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정신없는 대환장의 피날레 앙상블로 2막이 마무리됩니다. 피가로와 수잔나의 결혼을 두고 본격적인 양쪽 진영의 전략이 드러났고 첫 번째 작전은 우여곡절 끝에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됩니다. 이제 나머지 떡밥들이 어떻게 회수되는지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