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막 밤, 성 안의 정원
장면 #14
해가 지고 어둑어둑 해진 정원에 바르바리나가 슬픈 표정으로 등장합니다. 백작이 답장으로 써준 편지를 봉한 핀을 떨어뜨렸고 찾을 수가 없다는 노래를 부릅니다. 마치 이 장면은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마지막에 하녀 베르타가 신세를 한탄하는 장면하고 비슷합니다. 근처에서 피가로와 마르첼리나가 그 장면을 목격합니다. 피가로가 재빨리 마르첼리나에게 옷핀을 하나 달라고 해서 바르바리나에게 건네줍니다. 편지, 옷핀 얘기를 듣자마자 피가로는 수잔나가 오늘밤에 백작과 밀회를 하려는 것을 눈치 채고 흥분해서 퇴장합니다.
마르첼리나는 수잔나가 백작을 만나는 것이 진심이 아님을 잘 알기에 수잔나에게 가서 피가로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려서 그녀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피가로는 모든 남편들의 복수를 하겠다며 뛰어나가고 마르첼리나는 남녀 간의 사랑을 숫염소와 암염소에 비유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숲 속의 짐승들도 수컷이 암컷을 지켜주고 편안하게 해주는데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들은 항상 배신을 당하지” 배은망덕한 남자들에게 억압받는 불쌍한 여자를 도와주는 것이 같은 여자로서 마땅하다는 내용입니다. 이어서 피가로, 바르톨로, 바질리오가 수잔나와 백작의 밀회를 몰래 숨어서 보기 위해 등장하고 피가로는 곧 돌아오겠다고 하고 잠시 퇴장합니다. 들키지 말고 휘파람을 불어 신호를 주면 도망치라고 합니다.
바질리오는 백작과 수잔나가 몰래 만나는 것에 대해 한마디 합니다. 세상에서 강한자에게 대항하여 싸운다 해도 이기는 자는 결국 강한자라면서 권력에는 맞서기보다는 피해가는 것이 좋다는 교훈을 노래합니다. 바질리오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바질리오, In quelgli’anni in cui vai poco]
옛날에 세상을 잘 모르고 작은 것에 화를 내던 시절
한 여인이 가르침을 주고 갔지
변덕스러운 좁은 마음을 없애주셨어
어느 오두막집으로 나를 데려가서 당나귀 가죽을 내게 주셨어
이걸 가져가라! 아들아…그리고 그녀는 사라졌지
하늘엔 비구름,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고 난 당나귀 가죽을 뒤집어쓴 채 걸어갔지
무서운 짐승이 내 앞에 나타나서 나를 잡아먹으려고 했어
그러나 지독한 악취가 나는 당나귀 가죽 망토 덕분에 그 짐승은 나를 무시하고 가버렸네
이런 운명은 나의 부끄러움, 위험, 경멸, 죽음 모두 당나귀 가죽아래서 피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지.
장면 #15
(수잔나로 변장한) 백작부인과 (백작부인으로 변장한) 수잔나, 마르첼리나가 등장합니다. 세 여자는 피가로가 수잔나를 멀리서 몰래 지켜보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피가로가 수잔나의 배신을 생각하며 노래 한 곡을 부르는데 조금전에 마르첼리나가 불렀던 염소의 노래와는 반대의 내용입니다.
[피가로, Aprite un po’quegliocchi]“철없고 어리석은 남자들이여, 겉과 속이 다른 여자들의 실체를 똑똑히 바라보라”라고 외칩니다. 그가 말하는 여자에 대한 표현이 재미있는데 우리 남자를 물에 빠뜨리려는 인어, 정신을 홀딱 빼놓는 올빼미, 가시 돋친 장미, 교활한 여우, 앙큼한 곰, 간사한 비둘기, 속임수의 대가…라고 합니다. 수잔나에게 굉장히 기분이 상했나 봅니다.
수잔나는 피가로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조금 전에 마르첼리나가 알려주었습니다.) 근처에서 자기의 얘기를 엿듣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피가로를 반대로 골탕을 먹일 생각을 합니다. 일부러 백작과의 밀회를 기다리는 내용의 아리아를 한 곡 부릅니다.
[수잔나, Deh vieni, non tardar]
내 사랑이여 지체말고 저에게 오세요, 사랑이 부르는 이 곳으로 오세요
밤 하늘에 반짝이는 저 별빛이 사라지기 전에
깊이 잠든 이 세상 저 하늘이 밝아오기 전에 오세요.
시냇물은 속삭이고 산들바람이 불면 내 가슴은 두근두근 뛴답니다.
꽃들이 미소 짓고 풀잎들은 생기 넘치고, 모든 것이 사랑의 기쁨에 빠지게 유혹합니다.
사랑의 나무 그늘로 오세요, 당신의 머리에 장미 화관을 씌워드리겠어요.
사랑의 순간을 찬미하는 이 아리아는 정원에서 백작을 기다리면서 피가로의 질투를 유발하기 충분한 노래이지만 주어를 살짝 바꾸면 몰래 엿듣고 있는 피가로에게 부르는 노래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장면 #16
여기서부터 피날레 초대형 앙상블이 시작합니다. 케루비노가 갑자기 등장하여 어두컴컴한 탓에 백작부인이 수잔나 인줄 알고 키스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백작이 등장하면서 케루비노를 혼내며 때린다는 것이 그만 옆에 있던 피가로의 뺨을 때립니다. 백작은 부인을 수잔나인줄 알고 말을 걸고 부인도 자신이 수잔나인척하고 대답합니다.
백작은 (수잔나로 변장한)백작부인에게 반지를 선물하고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려고 합니다. 피가로는 수잔나(인줄로 알고 있습니다)의 배신에 놀라고 수잔나와 백작부인은 남자들이 자신들의 계략에 걸려들었다며 좋아합니다.
옆에서는 (백작부인으로 변장한) 수잔나가 피가로와 만나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피가로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백작님과 제 신부가 옆에서 밀회를 나누는 걸 보시게 될 겁니다 라고 하자 (백작부인으로 변장한) 수잔나는 현장을 붙잡아서 복수를 하겠다고 말합니다. 이 순간 피가로는 목소리를 듣고 상대방이 수잔나인걸 단번에 알아챕니다. 이때부터 두 여자의 계략을 피가로가 눈치를 채고 한 술 더 뜹니다. 수잔나가 자기 신부인걸 알면서 백작부인으로 오해한 척하고 슬그머니 접근합니다.
피가로가 도를 넘게 추파를 던지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백작부인으로 변장한)수잔나가 참지 못하고 피가로의 뺨을 때립니다. 그러자 피가로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수잔나인걸 알아 차리고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사과하고 둘은 곧바로 화해하고 포옹합니다. 서로의 사랑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이중창이 끝나갈 무렵 (수잔나를 데리고)으슥한 곳으로 갔던 백작이 (어두컴컴하여 수잔나와 떨어졌는지)길을 못 찾고 갈팡질팡하면서 나타납니다. (부인으로 변장한) 수잔나와 피가로가 붙어있는 걸 보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피가로를 잡아 끌어냅니다. 부인(수잔나)에게 당신이 이렇게 부정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며 다그칩니다.(수잔나를 부인으로 착각한거죠) 바질리오, 안토니오, 케루비노등 집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드는 와중에 (수잔나로 변장한)진짜 백작부인이 조용히 나타납니다. 백작은 앞에 있던 여자가 수잔나인것을 알고 깜짝 놀라며 얼음처럼 몸이 굳어버립니다. 오히려 자신의 부정이 다 드러나 버린 것이죠.
곧바로 백작은 부인께 무릎 꿇고 용서를 빕니다. 백작은 오페라 내내 부인에게 계속 용서해달라고만 합니다. 나는 너그러운 사람이니 용서한다고 부인이 대답합니다. 모든 주인공들이 다같이 “모두가 행복하게 이렇게 살자구요” 외치면서 오페라를 마무리합니다.
“고통과 어리석음, 괴롭고 불쾌한 일들이 가득했던 오늘을 오직 사랑만이 행복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어” 신랑, 신부, 친구들이여, 폭죽을 터뜨리며 춤추고 즐깁시다! 즐거운 음악에 맞춰 우리 모두 축제를 즐기러 갑시다”
이렇게 실타래처럼 얽힌 여러 사건들이 마지막에 포용과 사랑으로 풀리면서 막이 내립니다.
[Editor’s Comment]
(1)
1부 <세비야의 이발사>, 2부 <피가로의 결혼>에 이어 <죄 지은 어머니>라는 작품까지 보마르셰 3부작이라고 말합니다. 세비야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을 보셨으니 마지막 3부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3부는 2부 피가로의 결혼으로부터 20여년이 흐른 후 시작하고 등장인물 모두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케루비노는 백작이 몇 년 동안 집을 비운 사이에 백작부인과의 사이에 아들을 하나 낳았습니다. 이름은 레옹이라고 합니다. 바람을 피운 것에 대해 죄책감과 남편의 사랑과 존중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던 백작부인 로지나는 케루비노에게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며 이별을 하게 되고 군대에 들어간 그는 전쟁터에서 중상을 입습니다. 케루비노는 병상에서 백작부인에게 죽기 전 마지막 편지를 보냅니다. 백작부인이 그 편지를 받고 버리지 못하고 상자에 보관합니다. 백작은 의심하지만 내색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 레옹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부자들의 재산상속 문제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백작 또한 바람기를 참지 못하고 밖에서 플로레스틴이라는 딸을 낳은 것이죠. 이미 막장스토리입니다. 레옹이 부인의 사생아인걸 모르는 백작은 레옹과 플로레스틴을 결혼시킬 계획을 세우면서 일이 더욱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그리고 위 모든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피가로가 백작부인의 편에서 진실을 밝히고 집안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에 비해 코믹요소가 적고 죄책감과 구원, 유산문제, 불륜의 도덕적 딜레마, 화해와 용서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여러 이유로 앞 두 작품에 비해 오페라로 만들어진 것은 한참 뒤의 일이고 실제 무대에 거의 공연되지는 않습니다.
(2)
오페라극장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작품 속 주인공 중 특정 캐릭터에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다른 오페라에 비해 많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피가로의 결혼에서 어떤 인물에게 애정이 가십니까? 수잔나의 현명함을 닮고 싶은 생각이 드시는 분도 계시고 백작부인의 마음을 이해하시는 관객분들도 많을 것 입니다.
결혼이라는 이슈로 찬성파와 반대파의 갈등요인과 속고 속이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당시 사회적, 구조적 문제점을 신랄하게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행간의 뜻까지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프랑스 혁명이 성공하고 몇 년이 흐른 뒤 1826년 창간한 일간지 르 피가로(le FIGARO)라는 언론사를 아십니까? 오페라의 원작인 보마르셰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 5막 3장에 굉장히 긴 피가로의 독백 장면이 있습니다.
“비난할 자유가 없으면 진정한 칭찬도 있을 수 없다”("Sans la liberté de blâmer, il n'est point d'éloge flatteur" ("Without the freedom to criticise, there is no true praise")라는 피가로의 독백 중 한 구절을 신문사의 모토로 삼고 있을 정도입니다. 당시 피가로의 인기, 영향력, 의미는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