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랑을 찾는 여정
도니제티 GAETANO DONIZETTI (1797~1848)
원작 : 외젠 스크리브의 오페라 대본 <미약>
대본 : 펠리체 로마니
초연 : 1832년 밀라노 테아트로 델라 카노비아나
때와 장소 : 19세기 초 이탈리아의 농촌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고 인구감소 얘기를 합니다. 결혼을 하는 연령대도 점점 늦어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최근엔 늦게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낳지 않거나 한 명만 낳는 가정이 많다고 합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하고 서로 마음에 맞는 사람을 아직 못 찾았다고 하는 대답도 꽤 많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혼과 관련한 여러 담론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즈음 오페라 작품들 속의 여성 중에서 결혼상대로 가장 괜찮아 보이는 캐릭터를 한번 알아볼까요? 먼저 남성 입장에서 여성배우자를 찾아보겠습니다. 아마도 오페라 부파(희극오페라) 작품들에서 선택하는 것이 빠를 것 같은데요. 오페라 세리아(비극 오페라)의 프리마돈나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면 한마디로 희생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등에 부딪히고 고뇌에 빠지고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결말은 복잡한 감정선을 겪으며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죠. 예를 들어보자면 희생을 통해 비극을 말하는 캐릭터로는 노르마(노르마), 비올레타(라트라비아타), 질다(리골레토)등 수많은 프리마돈나가 여기에 속할 것 같습니다.
이와 반면에 오페라 부파에서 여성들은 영리하고 활동적입니다. 오히려 남자 배역보다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장애물을 극복하고 사랑을 찾고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오페라부파는 결혼으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상황을 가볍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희극오페라의 여자 주인공 중에서 결혼상대를 찾아볼까요?
저는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 그리고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아디나, 이렇게 3명을 뽑겠습니다. 어떤 인물인지 조금 더 살펴보자면, 먼저 수잔나입니다. 하녀 신분임에도 오페라 전체를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매 순간 이성적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립니다. 피가로와 결혼을 방해하려는 백작의 계략을 매번 좌절시키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서도 침착하게 해결책을 내어놓습니다. 2막에서 백작부인의 방에서 백작이 도끼로 옷장을 부수려고 하는 장면을 보시면 재치 있게 몰래 부인의 방으로 들어가 케루비노를 2층에서 탈출시키고 자신이 옷장 속으로 들어가는 결정을 하여 백작을 난감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처음부터 백작의 계획을 번번이 무산시키는 것은 수잔나의 몫이고 피가로는 옆에서 돕는 역할입니다. 오페라의 제목은 피가로의 결혼이지만 사실 “수잔나의 결혼”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오페라 전체 드라마를 이끌고 나가는 중심으로 보입니다. 피가로, 케루비노, 백작, 바르톨로, 바질리오등 서로 다른 남자들이 수잔나를 가운데 두고 어떤 태도를 보이고 머리를 굴리는지 한번 다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문제해결 능력과 순간적인 임기응변,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수잔나의 장점입니다.
두 번째로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는 알마비바 백작과의 사랑을 얻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바르톨로의 구속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찾으려는 인물입니다. 오페라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르는 아리아 <방금 들린 그대 음성 Una voce poco fa>를 들어 보시면 [린도르를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후견인 바르톨로 영감은 반대하겠지만 머리를 써서 단념하게 만들어야지! /결국 린도르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행복을 찾을 거야 / 조금이라도 날 건드린다면 난 독사가 될 거야, 수백 개의 덫을 놓아서 결국 굴복시켜 버려야지]라고 합니다.
이 아리아에 그녀의 성품이 잘 나타나 있죠. 자기 주도로 사랑을 찾겠다고 하고 걸림돌이 있더라도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독사가 되고 덫을 놓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가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순종적이고 착하다고 자랑도 합니다. 결혼 이후를 예상해 보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남편과 관계에서도 동등한 파트너 같은 삶을 끌어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묘약>의 아디나를 살펴볼까요? 한마디로 “현명하다”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프리마돈나가 아디나입니다. 일단 등장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무려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고전 문학 책을 읽으면서 무대에 등장합니다. 상대역인 네모리노가 순수하고 풋풋한 시골총각이라 더욱 그녀의 지적인 모습이 빛납니다. 자신은 변덕스러운 바람 같은 여자라면서 나를 좋아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자기애가 강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성격의 소유자인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벨코레의 구애에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네모리노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죠. 엉터리 약장수 둘카마라와 대화는 여유가 넘치고 유머감각까지 갖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가 생각하는 오페라 작품들의 여주인공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똑똑한 캐릭터 세명을 소개했습니다. 재미로 보시기 바랍니다. 반대로 여성입장에서 상대 남자로 괜찮은 남자 배역을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오페라 작품 속의 남자, 테너들은 우유부단하고 의리 없는 찌질이 캐릭터가 너무 많습니다. 솔직히 금방 생각나지 않습니다. 일단 위에서 말한 멋진 여성 캐릭터 중 아디나가 등장하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들어가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