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막
제1장 : 시골 농장
짧고 경쾌하고 평화로운 전주곡으로 시작합니다. 과수원이나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시골 마을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기분 좋은 합창을 부릅니다. “햇빛이 뜨겁게 내릴 때 추수하는 자의 즐거움은 이렇게 나무 그늘 아래서 쉬는 것이지, 그늘과 냇물은 더위를 가시게 한다네. 그러나 불타는 사랑은 시원한 나무그늘이나 시냇물로도 식히지 못하게 한다네. 다행히 농사짓는 우리들은 사랑 걱정이 없지!” 시작 합창의 내용만 들어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마을에서 불 같은 사랑이 시작될 것 같지 않습니까?
모두들 평범한 밭일하는 사람들이지만 마을에 드물게 부잣집 딸인데 똑똑하기도 한 아디나라는 아가씨가 근처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녀를 평소에 짝사랑하던 순진한 청년 네모리노는 말 한번 걸어보지도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네모리노, Quanto e bella]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습인가?
그녀를 볼수록 더욱 사랑에 빠지네
하지만 그녀의 호감을 얻기 위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녀는 책을 읽고 공부하면 배우고
모르는 것이 없는 현명한 여자인데
난 너무 바보야, 내가 아는 것 이라고는 한숨짓는 것일 뿐
아,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가!
레제로 테너의 음색으로 오페라 시작과 함께 청량하고 맑은 아리아를 부릅니다. 네모리노는 누가 나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중얼거립니다.
책을 읽던 아디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름다운 이졸데를 트리스탄이 사랑했어. 희망 없는 그가 어느 날 마법사를 찾아갔지. 그 마법사는 사랑의 약이 든 약병을 그에게 주었는데 그 약은 아름다운 이졸데가 트리스탄의 사랑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약이었어”. 트리스탄이 그 약을 한 모금 마신 후 차가운 이졸데의 마음이 단번에 녹아내렸다는 얘기입니다. 아디나는 책을 읽고 나서 “이런 사랑의 묘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반복하며 행복해합니다.
이어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멀리서 북소리가 들리면서 병사들이 벨코레 하사를 앞세우고 행진하며 마을로 들어옵니다. 벨코레는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예쁜 아디나에게 마음을 뺏깁니다.
[벨코레, Come Paride vezzoso]
파리스가 미의 여신에게 황금사과를 바친 것처럼
사랑스러운 시골 아가씨에게 이 꽃을 바칩니다.
내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그대의 사랑스러운 마음을 받고 싶어요.
이 멋진 제복을 보고 반하지 않은 여자는 없다오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도 전쟁의 신 마르스에게 반했지요
아디나에게 꽃다발을 바치며 보자마자 청혼을 합니다. 군인이라니 설명 안 해도 체격도 좋고 강한 이미지입니다. 천진난만한 시골총각 네모리노와는 정반대의 모습에 아디나도 순간 마음이 끌렸을까요? 게다가 이름부터 [벨(belle) : 아름다운, 코레(core) : 마음]이라는 뜻이니 신체 건강한 남자에다 아름다운 마음씨까지 소유한 남자입니다. 여기에 그리스 신화의 내용(파리스의 사과)까지 담아서 노래를 할 정도면 수준 높은 교양까지 갖춘 인물입니다. 갑작스러운 구혼에 놀란 아디나는 싫지 않은 표정을 짓지만 너무 성급하다고 하며 생각할 여유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순수함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는 네모리노입니다.
다급해진 네모리노가 과감하게 아디나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아디나는 귀찮다며 물리치며 갑자기 읍내에 나가서 숙부님을 만나보라고 합니다. 지병이 심하다고 하던데 나중에 유산이라도 받으려면 병원에 가야 하지 않겠냐고 다그칩니다. 네모리노는 삼촌의 재산은 관심 없고 당신의 사랑을 받지 못할 바에 죽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강하게 나옵니다. 아디나는 당신은 착하고 겸손하지만 저 군인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며 솔직히 나는 변덕이 심한 여자라 나의 사랑을 얻으려고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일침을 놓습니다. 아디나가 읽던 책의 이졸데의 차갑고 매정한 성격이죠.
[아디나, Chiedi all’aura lusinghiera]
산들바람에게 물어보세요
어째서 쉴 새 없이 백합위로, 장미 위로 날아다니는지
들판 위로, 시내 위로 날아다니는지
그렇게 변덕스러운 것이 바람의 본성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이런 내 성격을 알았다면 나를 떠나라고 합니다. 당연히 네모리노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아디나가 변덕스러운 바람에게 물어보라고 한 것처럼 이번에는 마을에 흐르는 시냇물에게 물어보라고 하면서 변하지 않는 사랑을 강조합니다.
[네모리노, Chiedi al rio perche gemente]
강물에게 물어보세요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계곡을 떠나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지
그는 대답할 거예요.
자기도 모를 힘에 이끌려 가는 것이라고
네모리노는 나의 마음은 항상 너에게 향한다며 당신과 헤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노래합니다. 아디나는 변치 않는 사랑이란 세상에 없는 거라며 나처럼 매일 애인을 바꾸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이 내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네모리노도 지지 않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오직 그대 만을 생각하고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며 아디나를 향한 변치 않는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아디나와 네모리노의 이중창은 <사랑의 묘약> 전체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선율미가 넘치는 곡입니다.
제 2 장 : 마을 광장
남녀 주인공이 등장해서 자기 입장을 각자 노래하고 그 사이에 벨코레라는 인물이 끼어서 네모리노와 갈등관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시골총각 vs 건장한 군인이죠. 여기에 새로운 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합니다. 경쾌한 트럼펫 소리와 함께 돌팔이 약장수 둘카마라 박사 일행입니다. 마을사람들 앞에서 자신은 인류의 은인이고 모든 병을 치료하는 의사라고 소개하면서 세상에 둘도 없는 만병통치 약을 소개합니다. [Udite, udite o rustici] 여러 가지 질병들을 모두 낫게 해 준다는 재밌는 내용에다 랩처럼 빠른 말과 신나는 음악으로 사람들이 앞다투어 약을 사게 만듭니다. 희극 오페라에서 바리톤 배역이 부르는 바소부포의 명곡입니다.
순식간에 약은 모두 팔리고 마을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혼자 가만히 광경을 보고 있던 네모리노가 둘카마라에게 물어봅니다. “박사님, 실례지만 혹시 이졸데가 마신 사랑을 일깨워주는 묘약 같은 것도 갖고 있나요?” 이 질문을 받은 순간 눈치 빠른 둘카마라는 네모리노의 현재 상황을 한눈에 파악합니다. 재빨리 싸구려 포도주 한 병을 꺼내어 이게 바로 네가 찾는 약이라고 속이고 네모리노는 주머니에 갖고 있는 돈을 전부 지불합니다. 이어서 둘카마라와 네모리노의 기막힌 이중창이 이어집니다. 둘카마라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어리석은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바보 같은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네모리노는 원하는 약을 얻게 되어 기뻐합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복용법을 알려달라고 하니 둘카마라는 약을 마시고 하루정도는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진지하게 말합니다. 하루정도면 이 마을을 도망치기에 충분한 시간이거든요.
“고맙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이렇게 좋은 약을 만드신 박사님께 축복이 있기를!”
“이런 바보는 어디에서도 못 봤어!”
절묘한 바리톤과 테너의 2 중창 앙상블 <Voglio dire lo strupendo elsir> 이 이어집니다. 둘카마라는 내일이면 마을의 모든 아가씨들이 너에게 청혼할 것이라고 허풍을 떨고 네모리노는 오직 한 여자만을 위해 이 약을 마실 거라고 대답합니다.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 사실은 싸구려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십니다. 결국 그는 한 병을 다 마셔버립니다. 취기가 올라오면서 기분이 좋아진 네모리노는 랄랄라.. 노래를 부르고 약효가 빨리 나타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 옆에 아디나가 지나가지만 하루만 참으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빠져 들 거란 생각에 태연하게 모른척하고 흥겹게 노래만 부르고 있습니다. 네모리노가 평소와 다른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자 아디나는 놀라기도 하고 한편 초조한 모습도 살짝 보입니다. 계속해서 하루만 지나면 된다고 반복하는 네모리노가 아디나 입장에선 이상한 것이 당연하겠죠.
이때 벨코레가 나타나서 다시 한번 아디나에게 청혼합니다.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돌변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벨코레에게 일주일 안에 결혼을 하겠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내일이면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을 돌릴 거라고 확신하는 네모리노는 계속 웃기만 하고 아디나와 벨코레의 말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벨코레] “저 멍청이가 왜 웃고 있지? 저리 가지 않으면 혼을 내 줄 테다”
[아디나] “내가 결혼한다는 소리를 듣고도 저렇게 좋아하다니… 분노를 숨길 수가 없네”
[네모리노] “내 계획을 모른 채 신나 있지만 내일이면 모든 걸 알게 되겠지”
이렇게 여자 한 명을 사이에 두고 남자 두 명이 더하여 3 중창으로 이어집니다.
갑자기 군대의 전령이 와서 갑자기 상부의 명령으로 내일 아침 이 마을을 떠나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전합니다. 벨코레는 내일 당장 오늘 저녁에 결혼하자고 재촉합니다. 아디나는 벨코레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네모리노를 골탕 먹이기 위해 저녁에 결혼식을 하자고 합니다. 당황한 네모리노는 내일까지 하루만 기다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이미 상황은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디나, 오늘은 안됩니다. 날 믿어주세요. 이렇게 부탁할게요
저 사람과 결혼하면 안 돼요. 하루만 기다리세요.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요. 내 사랑 내일이면 후회하게 될지 몰라요
오늘 결혼하면 당신도 나처럼 슬퍼할 거예요”
네모리노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 둘카마라 박사님에게 도와달라고 외치고 벨코레는 하루만 기다려 달라는 네모리노를 못마땅 해합니다. 아디나와 그녀의 시종 자네티까지 모두 자신의 입장을 4 중창으로 부릅니다. 모두들 결혼피로연에 와달라는 아디나의 말에 네모리노는 당황하면서 막이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