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3)

by operabluff

제 2 막


제1장 : 저녁, 아디나의 농장

당일 저녁 아디나와 벨코레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피로연에 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합니다. 그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죠. 아직까지 아디나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피로연에 참석한 둘카마라와 아디나가 짤막한 2 중창을 하나 부릅니다. 아름다운 뱃사공 아가씨와 원로원 의원역으로 분장해서 노래합니다.


난 부자이고 당신은 매력적입니다. 왜 나의 청혼을 거절하십니까? / 의원님의 배려에 영광이지만 저는 가난한 뱃사공 소녀입니다. 내 신분에 맞는 젊은 청년과 결혼할 거예요 / 젊은 뱃사공 아가씨 사랑보다는 돈이 먼저예요, 사랑은 곧 사라지지만 돈은 영원히 남는 법. 더 이상 차갑게 대하지 말고 나를 행복하게 해 주세요


피로연의 흥을 돋기 위해서 집어넣은 듯한 이중창이 끝나고 공증인이 들어와서 신부 아디나에게 결혼 서약서에 서명을 요구합니다. 아디나는 살짝 당황하면서 서약서를 오늘 밤으로 미루고 두리번거리며 자리에 네모리노가 옆에 없는지 확인합니다. 조금 전 낮에 네모리오의 거만한 태도에 복수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벨코레의 청혼을 계속 미루는 아디나도 혹시 네모리노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편 네모리노는 둘카마라 박사를 다시 찾아갑니다. 효과가 오늘 밤 당장 나타날 수 있는 약을 달라고 하죠. 둘카마라는 약을 한 병 더 줄 테니 그걸 먹으면 즉석에서 바로 모든 여자들이 너에게 달려들 거라 말합니다. 그러나 약을 살 돈이 없는 네모리노는 좌절합니다. 박사는 돈이 생기면 오라고 하고 사라집니다.

돈이 필요한 네모리노에게 벨코레가 다가옵니다. 네모리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가로채려고 하는 벨코레를 원수처럼 생각합니다. 벨코레는 결혼 서명을 하지 않는 아디나가 원망스럽습니다.


“왜 이렇게 풀이 죽어 있나?”

“돈이 한 푼도 없고 구할 방법도 없어서 그래요”


이 말을 들은 벨코레는 좋은 방법이 있다며 군대에 입대하면 돈이 생긴다고 조언합니다. 네모리노는 당장 돈이 생긴다는 말에 솔깃합니다. 입대하면 내일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힘들겠지만 당장 아디나의 사랑을 얻을 방법은 군인이 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입대 서류에 서명을 합니다. 벨코레도 저 녀석을 입대시키면 아디나에게서 떼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두 남자는 각각 만족하며 2 중창을 이어갑니다.


“그녀의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보물도 필요치 않아” 네모리노는 박사님께 돈을 들고 달려갑니다.


제2장 : 마을 광장

마을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수군거립니다. 며칠 전 읍내에 있는 네모리노의 숙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가 엄청난 유산 전부를 네모리노에게 물려주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제 네모리노는 이 마을에서 가장 부자가 되었습니다. 마을 아가씨들은 이제 그와 결혼하는 여자는 정말 행운이라고 덧붙입니다.

이때 박사님을 만나 돈을 내고 엉터리 가짜 약, 싸구려 포도주 한 병을 더 마신 네모리노가 심하게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등장합니다. 박사님의 말대로라면 약을 더 먹으면 곧바로 모든 여자들이 다 자신에게 반하게 되어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백만장자가 된 네모리노에게 마을 아가씨들이 모두 몰려들어 앞다투어 좋아한다고 합니다. 영문을 모르는 술 취한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이 효과를 내는 것 이라며 뛸 듯 좋아합니다. 멀리서 아디나가 놀랍니다. 옆에 있던 둘카마라는 더욱 당황합니다.


네모리노와 마을처녀들이 모두 퇴장하고 아디나와 둘카마라만 남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는 아디나에게 박사는 이게 다 내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만든 사랑의 묘약을 먹고 저렇게 달라졌다고 자랑합니다. 이졸데가 먹었던 그 약 말입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군대에 입대하기로 했다는 얘기까지 모두 털어놓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나는 그의 소중한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매정한 여자였구나”


이를 듣고 있던 둘카마라는 아디나도 네모리노의 사랑을 원하는 것 같다고 짐작하고 혹시 당신도 사랑의 묘약이 필요하면 싸게 주겠다고 꼬드깁니다. 하지만 영리한 아디나는 당신의 호의는 고맙지만 많은 남자의 사랑은 필요 없고 오직 한 명, 네모리노의 사랑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약이 아닌 내 힘으로 찾겠다고 합니다.


“난 사랑에 빠진 남자들을 많이 봤어요, 네모리노 역시 저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요”

“제 얼굴을 보세요. 사랑의 묘약은 바로 제 얼굴이랍니다.”


둘카마라의 상술을 한마디로 현명하게 거절합니다. 바리톤과 소프라노의 절묘한 앙상블입니다.

먼발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네모리노는 아디나의 모습을 보고 그녀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네모리노, Una furtiva lagrima]

남몰래 흘리는 그녀의 눈물을 보았네

저 기뻐하는 여인들을 질투하는듯하네

더 이상 뭘 원하리

진심으로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어

그녀의 뜨거운 마음이 나에게 전달되는 이 순간

우리는 서로 하나가 되는구나

이제는 죽어도 좋습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테너 아리아라고 해도 될 만큼 유명하고 멋진 곡입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에다가 테너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명곡입니다. 사랑의 묘약은 대표적인 테너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가 거의 끝날 무렵 나오는 이 아리아를 직접 듣기 위해 관객들이 극장을 찾습니다. 20세기 후반에 최고의 네모리노를 뽑으라고 하면 단연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 ~ 2007)입니다. 그가 부른 수많은 배역들 중 가장 본연의 매력을 잘 보여준 작품이 바로 사랑의 묘약의 네모리노입니다. 1988년 베를린 도이치오퍼에서 <사랑의 묘약> 공연을 마치고 무려 1시간여 동안 커튼콜을 받았을 정도로 네모리노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디나가 등장합니다. 네모리노는 약효를 믿고 아디나가 사랑을 고백할 때까지 모른척합니다. 네모리노에게 입대영장을 건네줍니다. 벨코레에게 돈을 내고 서류를 받아온 것입니다.


[아디나, Prendi, per me sei libero]

이것을 받으세요!

당신은 이제 자유예요

정든 고향에 남아 있어요

지나간 슬픔은 잊어버리고

아무리 나쁜 운명도 언젠가는 바뀌게 되어 있어요

떠나지 말아요!

친절하고 따뜻한 당신을 모든 사람들이 사랑해요

슬픔과 고통은 당신 곁에서 사라질 거예요


<남몰래 흘리는 눈물>에 이어서 <이것을 받으세요>까지 테너의 로만차에 이어 화려한 소프라노의 아리아가 이어집니다.

아리아를 마치고 아무 말없이 가려고 하자 (내심 네모리노는 사랑한다고 말할 줄 알았나 봅니다) 네모리노는 “사랑받지 못한다면 군인으로서 전쟁터에서 죽어버릴 거야” 라면서 발길을 돌립니다. 박사에 대한 원망이 이어질 즈음 아디나는 격정적으로 “당신은 내 사랑, 냉정했던 나를 용서하세요”라고 외칩니다. 사랑한다는 말에 네모리노는 날아갈 듯 기뻐하며 아디나와 포옹합니다.


벨코레가 병사들과 함께 등장하고 아디 나와 네모리노가 같이 있는 것을 봅니다. 갑자기 세상은 여자로 가득 차 있으니 그를 선택하라고 하면서 아디 나를 포기 합니다. 돌팔이 사기꾼 약사에서 어느 순간 사랑의 메신저로 변한 둘카마라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이 묘약은 모든 약점과 결점을 교정해 주지

아무리 못생긴 여자도 미인으로 바꿔 줍니다.

늙은 사람에게 활력을 주고 혹과 종기를 없애 줍니다.

깐깐한 문지기들에게 주기 좋은 훌륭한 뇌물이지

늙은 여인이나 질투심 강한 사람들에게 훌륭한 수면제가 되지

여러분들께 이 훌륭한 보물을 남기고 떠납니다.

건강과 아름다움과 행복과 부자로 만들어줄 겁니다.

다시 젊어지고 살찌고 부자가 되면 여러분의 친구 둘카마라를 기억해 주세요


둘카마라의 약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돈을 챙긴 박사 일행은 마을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떠나면서 막이 내립니다. 이렇게 네모리노와 아디나의 사랑은 사랑의 묘약 덕분에 이루어지게 되었구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결혼 후 이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농장 지주의 딸에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읽고 얼굴도 예쁜 아디나와 잘 어울리는 남자는 신체 건강한 군인에 그리스 신화까지 섭렵한 벨코레와 결혼하는 것이 어울리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아디나의 선택은 엉터리 약사 둘카마라의 뻔한 상술에 넘어갈 만큼 순진한 시골총각 네모리노였습니다.


[Editor’s comment]

도니제티(1797~1848)는 로시니보다 약 10여 년 후배 작곡가입니다. 로시니가 벨칸토 오페라 양식의 기초를 만들면서 오페라 부파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1829년 <기욤 텔>을 마지막으로 오페라 작곡에서 은퇴한 후 도니제티는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습니다. 로시니가 오케스트라와 성악 앙상블의 균형에 중점을 두었다면 도니제티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구분과 결합을 매끄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죠.


이탈리아 오페라의 가장 커다란 산맥을 로시니와 베르디로 설정한다면 그 사이에 도니제티를 놓으면 가장 잘 어울립니다. 동시대의 라이벌, 경쟁관계에 있었던 벨리니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절정기를 만들었습니다. 두 명 모두 베르디로 대표되는 드라마틱하고 사실적인 오페라로 넘어가기 전 벨칸토 오페라의 전성기를 만든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니제티는 <사랑의 묘약> 외에도 <연대의 딸>과 같은 벨칸토 성악의 절묘한 기교적 요소가 잘 드러나는 작품뿐 아니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안나 볼레나>처럼 광기 어린 성악가의 감정표현이 잘 드러나는 명작들까지 희극과 비극오페라 모두 성공한 작곡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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