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막 데스데모나의 침실
한밤중, 데스데모나의 침실입니다. 오보에로 시작하는 <버들의 노래>가 시작됩니다. 잔잔하게 시작하며 곡 전체의 분위기는 숙연합니다.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에밀리아에게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것처럼 오늘 밤 내가 죽으면 결혼 때 입었던 흰색 예복으로 내 몸을 감싸 달라고 합니다.
[데스데모나, 버들의 노래 Mia madre aveva una povera ancella]
어머니를 모시던 불쌍한 하녀가 한 명 있었어, 사랑스럽고 아름다웠지
그녀의 이름은 바르바라였어.
그녀는 한 남자를 사랑했지만 버림받았지.
그 뒤로 “버들의 노래”라는 노래를 부르곤 했어
쓸쓸한 들판에서 그녀는 노래를 불렀지
슬프게 울면서 노래를 불렀지
오, 버들이여!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앉았네.
푸른 버들가지가 나의 화관이 되리라.
꽃이 핀 강둑을 따라서 강물이 흐르네, 그녀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어
그녀의 슬픔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네.
푸른 버들가지가 나의 화관이 되리라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린 많은 눈물이 바위들을 촉촉하게 적셔주었지.
불쌍한 바르바라!
“그는 영광을 위해 태어났지만 나는 사랑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음성입니다.
노래가 끝나고 에밀리아에게 격정적으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침대에 누워 기도합니다. [Ave Maria, piena di grazia] 오페라 3막까지 모든 사건은 진행되었고 4막에서는 오텔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이는 장면 외에는 없습니다.
침실 문이 열리고 오텔로가 들어옵니다. 부인에게 마지막 키스를 하고 죄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참회하라고 끝까지 다그칩니다. 손수건 얘기를 꺼냅니다. 카시오에게 손수건을 줄 만큼 너는 부정한 여자라고 몰아세웁니다. 데스데모나는 자신의 결백을 외치면서 그렇게 의심이 되면 카시오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되묻지만 오텔로는 카시오는 이미 죽었다며 거절합니다. 오텔로는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녀의 목을 졸라 죽입니다.
이때 에밀리아가 급하게 들어오면서 카시오가 로데리고를 죽었다고 소리칩니다. 억울하게 죽어가는 데스데모나를 에밀리아가 발견합니다. 에밀리아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로도비코, 몬타노, 카시오, 이아고가 등장합니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에 내가 죽였다고 말하고 그녀에게 선물한 나의 손수건이 그 증거라고 말합니다. 에밀리아는 그 손수건은 남편 이아고가 힘으로 빼앗아서 카시오의 집에 갖다 놓은 거라고 사실대로 털어놓습니다. 옆에 있던 몬타노가 로데리고가 죽어가면서 사건의 전말을 모두 말했다고 합니다. 당황한 이아고는 결국 도망칩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텔로는 나의 인생은 끝났다며 마지막으로 데스데모나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그녀는 이미 죽었습니다. 1막 마지막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아름다운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며 마지막에 오텔로가 키스해 달라고 하는 장면이 한번 더 반복됩니다. Un bacio… un bacio … ancora un bacio! 키스를… 키스를…한번 더 키스를..! 그 사랑을 속삭일 때 흐르던 음악 기억하십니까? 마지막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신도 죽으면서 데스데모나 옆으로 간신히 몸을 움직여 눈을 감을 때 같은 선율이 흐르면서 막이 내립니다.
[Editor’s comment]
파멸해 가는 오텔로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질투심에 더해서 작품 전체에 송곳처럼 드러나는 무어인 장군 오텔로의 <열등감>에 대해 잠깐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두 장면을 한번 다시 돌아보시죠.
(1) 오텔로의 첫 등장 장면입니다.
Esultate! L’orgoglio musulmano sepolto e in mar
기뻐하라! 무슬림(이슬람)의 자존심은 바닷속 깊이 침몰하였다.
(2) 1막 파티장면의 소란 이후 오텔로가 나타나서 주변을 진정시키면서 하는 말입니다.
Ola! Che avvien?
Son io fra I Saraceni?
무슨 일이냐? 너희들이 이슬람(회교도, 사라센인)인들이냐?
이 두 장면에서 오텔로가 자신이 베네치아의 귀족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은 베네치아에 고용된 이슬람계 용병 아닙니까? 물론 여러 전쟁에서 성과를 내어 베네치아의 장군이 되었지만 이슬람 출신인 그가 터키군을 무찌르고 돌아와서 시끄러운 난장판을 보고 당연하듯 너희들이 사라센인이냐며 투덜거립니다. 오텔로는 자신이 무어인으로서 백인들 사이에서 인종적 이방인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투심이 극한에 달하고 이성을 잃고 데스데모나를 죽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베네치아에 고용된 외국인임에도 베네치아 주류사회 남성들의 질서(여성 정절 의무 등)를 어긴 백인여성 데스데모나를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저는 이런 생각, 행동들이 오텔로 비극의 가장 심각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이나 행동은 베네치아인 이지만 그 뿌리 깊은 인종적 열등감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고…
무어인 오텔로는 무어인을 경멸하는 베네치아 주류사회와 달리 오히려 무어인이지만 그를 선택하고 사랑했던 데스데모나를 믿지 못하고 주류사회 남성인 이아고의 말을 신뢰하고 그녀를 죽이는 결말은 정말 아이러니입니다.
원작으로 돌아가서 그는 마지막에 자결하는 순간에도 베네치아인처럼 말을 하며 죽습니다.
"And say besides, that in Aleppo once,
Where a malignant and a turban'd Turk
Beat a Venetian and traduced the state,
I took by the throat the circumcised dog,
And smote him"
“한 번은 알레포에서 터번을 쓴 악의에 찬 터키인이 베네치아인을 때리고 국가를 비방했을 때 나는 할례 받은 개의 목을 잡고 그를 때렸어(죽였어)”
알레포는 지금 시리아 북부 도시로 당시 콘스탄티노플과 동서양 무역의 길목에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이슬람 지배지역에서 자신이 베네치아인이라도 된 것처럼 터키인을 때리고 죽였다는 얘기입니다. 겉은 베네치아인으로 생각하고 행동했으나 깊은 마음속에는 뿌리 깊은 열등감에 갇혀 있는 오텔로의 심리를 오페라 속에서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