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막
1장 : 만토바 공작의 궁전, 연회장
슬프고 격정적인 서곡이 흐릅니다. 서곡은 앞으로 펼쳐질 처절한 비극을 짧은 음악으로 잘 표현합니다. 막이 오르면 왕궁의 사치스러운 환락의 파티가 열리는 연회장이 펼쳐집니다. 화려한 의상의 무희들과 기름진 음식으로 가득하고 그 중심에 만토바 공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기의 신하인 보르사에게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싶다며 지난 몇 달간 교회 예배에서 만난 어린 여자가 맘에 들었다고 합니다. 정체불명의 남자가 그 집에 드나드는 것을 봤는데 누구인지는 모르고 그녀는 나의 정체를 모른다고 떠벌립니다. 떠들썩한 음악이 계속되고 만토바 공작의 성격이 한 번에 드러나는 노래를 한 곡 부릅니다.
[만토바 공작 Questa o quella]
이 여자나 저 여자나 모두 다 똑같아
나는 오직 한 여인에게만 나의 순정을 바칠 생각이 없어
여자들의 매력은 우리의 삶을 밝혀주는 운명 같은 선물이지
오늘 한 여인이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면 내일은 다른 여인을 만나야지
정조? 그것은 우리 마음을 억압할 뿐이야
한 사람에게만 충실한 사람에게는 사랑이 없지
질투하는 남편과 애인들의 분노와 외침도 내게는 우습게 보일 뿐
미모의 여인만 있다면 아르고스(Argo)의 무서운 백 개의 눈도 두렵지 않아.
[Editor’s comment]
한마디로 공작의 캐릭터는 권력과 돈이 많고 여성편력이 심한 귀족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빠른 음악이 차분하게 바뀌면서 체프라노 백작부인에게 다가가서 추파를 던집니다. 체프라노 백작이 발끈하자 리골레토가 나서서 그를 가로막습니다. 리골레토는 만토바공작이 귀족들의 아내나 딸들을 농락할 때 나서서 공작의 편에서 일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의 욕망을 이뤄주고 그렇게 얻은 지위로 권력을 휘두르며 호가호위하는 인물입니다. 자연스레 공작의 신임을 얻었을지는 모르나 주변 공작이나 귀족들이 리골레토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모두 리골레토를 혼내 주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아리아 마지막 부분에 아르고스(Argos, Argus Panopte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것을 보는 자”라는 뜻으로 알려진 거인을 말합니다. 제우스가 인간 여인 이오(Io)와 바람이 나자 헤라는 질투가 나서 이오를 감시하게 위해 아르고스를 보냅니다. 아르고스는 여러 눈이 교대로 떠 있어서 잠들어도 항상 일부가 깨어 있습니다. 완벽한 경계를 상징합니다. 그의 눈은 죽은 뒤 공작새 꼬리에 옮겨졌다고 하는데, “백 개의 눈”은 철저한 감시와 경계, 결코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합니다. 아무리 빈틈없는 감시망이라도 자신의 쾌락 추구를 막지 못한다는 자만과 방탕을 과장해 보여 주는 것입니다.
연회장 한편에서 신하 마룰로가 등장하여 여러 친구들을 모아놓고 꼽추 광대 리골레토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합니다. 내일 밤 우리 집으로 모여 리골레토에게 이제껏 우리가 당한 것을 복수하자고 계획을 세웁니다. 파티는 흥청망청 계속됩니다. 갑자기 몬테로네 공작이 들어와서 자신의 딸이 만토바공작에게 희롱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분노를 터뜨립니다. 파티장은 얼음장처럼 분위기가 가라앉고 또다시 리골레토가 만토바공작을 보호하기 위해 가로막고 나섭니다. 몬테로네 백작은 체포되어 병사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갑니다. “너희 둘은 모두 천벌을 받을 것이다!”외치며 나를 조롱한 뱀처럼 간교한 녀석이라며 콕 찍어서 리골레토를 저주합니다. 연주회장은 일시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고 리골레토는 그의 “저주”라는 단어가 가슴에 꽂힙니다.
제 2 장 : 외딴 골목길
리골레토는 궁정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머릿속에는 계속 몬테로네의 저주가 맴돌고 있습니다. 중저음 현악으로 시작합니다. 어두컴컴한 골목길에 스파라푸칠레를 만납니다. 거지인 줄 알고 물리치자 자신은 살인청부업자라고 소개하고는 갑자기 약간의 수고비만 지불하면 당신의 연적을 없애 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덧붙여 당신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습니다. 리골레토는 깜짝 놀라고 관심을 보입니다.
“귀족 한 명 죽이는데 가격이 얼마인가?”
곧바로 대답합니다. 비용의 절반은 선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일이 끝나면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귀족은 비싸다고 하죠. 내 여동생이 살인 대상자를 집으로 유혹해서 내가 칼로 죽인다고 합니다. 바리톤과 베이스의 무거운 2 중창에 첼로, 베이스가 깔리면서 음침하고 비밀스러운 남자들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마지막에 스-파-라-푸-칠-레라고 외치는 음성은 소름 돋게 만듭니다.
스파라푸칠레가 떠나고 혼자 남은 리골레토는 [Pari siamo] “우리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구나… 나의 무기는 혀, 그의 무기는 칼, 나는 사람을 웃기는 자, 그는 사람을 죽이는 자”라고 외칩니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 몬테로네의 저주가 계속 떠오릅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리골레토의 독백은 자신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너희들이 나를 이토록 악하게 만들었다”
“나의 이 추한 몰골과 광대모자에 분노한다”
“남을 웃기는 것만 허락될 뿐, 다른 모든 인간의 권리는 박탈되었어, 심지어 울음조차도….”
만토바공작이 웃겨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웃겨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나를 깔보는 신하들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나는 사악한 인간이고 내가 이렇게 된 건 네 놈들 때문이라면서 모놀로그를 마무리합니다.
정리하면 리골레토는 꼽추인 데다가 다리까지 불편한 장애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주색잡기에만 몰두하는 왕을 위해 비위를 맞춰주는 존재입니다. 왕은 이런 리골레토만 좋아하다 보니 여러 대신들이 전부 리골레토를 싫어합니다, 그리고 암살자를 통해 누군가를 제거하려 합니다. 그의 독백에서 오페라 전체에 풍기는 어둡고 집요한 비극의 씨앗을 엿볼 수 있습니다.
리골레토는 집으로 들어옵니다. 집에는 숨겨둔 딸이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침울하고 비극을 암시하는 음악에서 질다가 등장하면서 음악은 밝게 변합니다. 광대 옷을 벗고 처음으로 밝게 웃는 아빠 리골레토를 딸 질다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질다는 아빠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 집에 살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엄격한 아빠와 궁금한 것이 많은 딸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대화는 굉장히 일방적이고 부자연스럽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조차도 네가 알 필요 없다며 대답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심지어는 딸에게 절대 이 집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합니다. 집에만 있으라고 합니다. 갑자기 질다는 어머니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불쌍한 네 아비에게 그런 건 묻지 말아라”
리골레토에게도 사랑을 나눴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나는 가난한 고아에 불구였지만 천사와 같았던 네 엄마는 나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서 없다면서 슬픔에 잠깁니다. 이제 남은 것은 너밖에 없다며 질다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나의 신념, 가족, 조국 등 나의 모든 세계가 바로 너라고 외칩니다. 질다는 화제를 돌려서 이 집에 온 지 몇 달이 지났는데 한 번도 마을 구경을 해본 적이 없어서 나가고 싶다고 하고 그 순간 리골레토는 화들짝 놀라면서 절대 집 밖을 나가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리골레토는 딸이 밖으로 돌아다니다가 나를 싫어하는 놈들이 딸을 납치라도 할 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곧바로 하녀 조반나를 부릅니다. 질다가 주일 교회예배 이외에는 마을 어디에도 나가서는 안된다고 다시 한번 주의를 줍니다. 딸을 꽃에 비유하면서 이 아이의 순결함을 더럽히지 못하도록 조심해 달라고 하죠.
“어머니의 축복이 담긴 기도가 모든 해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 주십니다.”
“그 어떤 사람도 아버지께서 아끼시는 이 꽃을 꺾지 못할 겁니다.”
리골레토는 아침에 궁정으로 일하러 갔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신경이 곤두서고 두렵습니다. 딸을 보호하려는 애틋한 마음이 잘 담겨 있는 이중창입니다.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소리가 들립니다. 리골레토가 조반나에게 내가 없을 때 어느 누구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하고 특히 공작은 절대 안 된다고 당부하고 주변을 살피러 나갑니다. 본격적인 갈등이 여기부터 시작됩니다.
혼자 남은 질다는 교회에서 나를 따라온 청년에 대해 아버지에게 말하는 것을 깜빡 잊은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질다는 조반나에게 자꾸 그의 잘생긴 얼굴이 생각나고 사랑에 빠질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그가 귀족이 아니고 가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이미 마음이 넘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때 옆에서 몰래 숨어서 얘기를 듣던 공작이 집으로 들어옵니다. 교회에서 계속 따라온 사람이 바로 만토바 공작이었던 거죠. 이미 조반나를 돈으로 매수해 놓았습니다. 집안에 어느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한 리골레토의 당부는 잊어버린 거죠. 질다가 그 젊은 교회청년을 생각하며 사랑한다고 하는 순간 옆에 바람둥이 공작이 와 있습니다. 깜짝 놀란 질다는 그에게 나가라고 외치지만 이어지는 공작의 노래에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맙니다.
[만토바 공작, E il sol dell’amima]
사랑은 영혼을 밝히는 햇살, 생명 그 자체입니다.
사랑의 음성이 우리 마음에 고동칩니다.
명예와 영광, 권력과 재산은 모두 부질없는 것들입니다.
오직 사랑 하나만이 신성합니다. 그 사랑이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합니다.
나의 천사여, 서로 사랑합시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나를 질투할 것입니다.
많은 오페라 속 남자의 사랑고백 노래 중 손꼽히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질다는 꿈 속에서나 들었던 말들이라며 나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며 포옹합니다. 질다는 그에게 이름을 묻습니다. 조금 전에 아버지가 집에 들어왔을 때 첫 질문이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듯이 질다에게 이름이란 자신의 정체성과도 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조금 전에 아버지는 이름을 대답하지 않았고 공작은 “괄티에르 말데”라는 가짜 이름을 댑니다. 솔직하지 못하고 거짓말로 이름을 둘러댑니다. 그리고 조금 전 몰래 엿들은 대로 가난한 학생이라고 덧붙입니다. 질다가 반할 수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이때 밖에서 소리가 나고 조반나가 들어와 공작에게 집 밖으로 서둘러 나가라고 합니다. 두 남녀는 아쉬운 이별을 노래합니다.
“나의 마음과 영혼은 오직 그대 만을 향할 거예요”
공작이 밖으로 나가고 질다는 혼자 집에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교회에서만 봤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던 남자 괄티에르 말데를 만나고 나서 복받치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는 아리아를 부릅니다. 거짓으로 둘러댄 그의 이름을 부르며 노래는 시작합니다.
[질다, Caro nome]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사랑에 아파하는 내 마음에 새겨졌네
사랑스러운 그 이름 때문에 처음으로 내 가슴이 두근거리네
사랑의 기쁨을 영원히 내게 줄 소중한 이름
나의 소망은 그를 향하여 영원히 날아가리라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은 바로 당신의 소중한 그 이름.
공작의 가짜 이름인 괄티에르 말데를 중얼거리며 아리아가 끝날 무렵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리골레토와 같이 사는 애인을 납치하려 온 마룰로와 공작의 신하들입니다. 멀리서 질다의 모습을 확인한 후 집 앞에 모여 있을 때 근처에 있던 리골레토를 만납니다. 그들은 체프라노백작의 부인을 납치하려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리골레토의 눈을 가리고 함께 가자고 둘러댑니다. 리골레토에게 문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집으로 침입해 질다를 납치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들이 떠나고 혼자 가면을 벗고 집으로 뛰어 들어간 리골레토는 딸이 없어진 걸 알게 되고 다시 한번 “네 놈들을 저주한다!” 외치면서 막이 내립니다. 1막이 진행되는 동안 <저주>라는 단어가 네 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오페라의 주제를 끊임없이 상기시켜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