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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겨울 Feb 09. 2020

달빛에 그리운 이여

  달빛이 토록 밝은 지 미처 몰랐지요?


  오늘 저기 붉은 산 위를 비추는 허연 달은 눈깔사탕만치 둥그렇기만 하대요. 달빛을 받으며 나무 등성을 헤매었는데, 발아래가 환해서 발걸음에 거침이 없었어요.


  별은 또 어찌나 많던지요. 아스라이 밝은 점, 점, 점들이 사방에서 반짝, 그리고 반짝. 푸르스름한 빛을 공들여 토해내는 반딧불이를 본 것도 이곳이었어요. 지금은 추워서 그런지 죄다 들어가 버렸지만, 그 빛은 지금도 눈 앞에서 어른거려요.


  그것들은 언제나 있었을 테지요. 하지만 그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쩌면 영영 알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감사할 일이라고, 슬며시 생각해 보곤 해요. 기도를 시작하면, 그 문장을 미처 끝맺을 능력은 없지만요.


  모든 것들은 바람과 같아요. 눈에 볼 수는 없지만, 살랑거리는 고것의 꼬물꼬물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요. 검은 장막으로 숨어든 오늘과 같은 어두운 밤에도, 나는 예민한 손을 들어 느낄 수가 있답니다, 그리운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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