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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겨울 Feb 07. 2020

검은 기억의 바다

그날의 차갑던 바다를 기억한다.

비가 내렸던가. 흩어지는 빗줄기와 흩날리는 바다의 흔적을 구분할 수 없었다. 우산이, 소용없는 궂은 날씨였다. 우산을 놓지 않은 채로, 바다에 있었다. 파도가 높게 일었다. 겨울의

방파제를 따라 바다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검은 물이 출렁였고 물보라가 일었다. 바다 위의 허연 콘크리트 위의 머리 위로 물기둥이 솟았다. 집어삼킬 듯 깔깔대었다. 흐릿했다. 흐릿한 모래사장이 자갈밭 같았다. 젖은 벤치에는 앉을 수 없었다.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었다. 파도가 넘쳤다. 파도가 발을 적셨다. 모래 투성이의 신발이 여전히 집어삼킬 듯

깔깔대었다.

기억의 한가운데, 검게 칠해지고 모든 것이 남았다. 어둠이 깔리자 차가운 바람과 대면한다. 바다의 향내와는 무관한 바람 한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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