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행기이므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먹은 것들을 한 번 정리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고 가리는 것 없이 무어든 잘 먹는 편이어서 일상적인 식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다. 다만 예민하게 맛을 품평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는ㅡ<맛있다!>와 <별로인데>의 선택지 밖에 없는 정도랄까?ㅡ지라, 음식에 대해 형용하는 문장을 써 내려가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그렇다고 여행 기록을 남기면서 여행지에서 먹은 것들에 대한 언급을 아예 빼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한 편의 글을 따로 작성하여 그 속에 먹은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잔뜩 몰아넣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일까? 먹는 방송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먹방이라고 해서 유튜브로 대식가들의 음식 사냥을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고...대략 이런 정도다.어려서는 <요리왕 비룡>이나 <미스터 초밥왕> 같은 음식 소재의 만화를 꽤 즐겨 봤었고, 그와 유사한 감상으로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보면서도 큰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평소 TV를 잘 보는 편은 아닌데, 보통 피트니스 센터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릴 때면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을 외면하고 훌쩍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 몰입할 수 있는 즐거운 프로그램을 찾아보곤 한다. 그럴 때면 꼭 케이블 채널의 음식 관련 방송을 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언젠가 전 시즌을 따로 챙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고급스러운 편집이 인상적이었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이연복 셰프가 좋아서보았던 <냉장고를 부탁해>나 <현지에서 먹힐까>,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어 좋은 <맛있는 녀석들>도 있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들을 30분 동안 달리면서,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누군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행위를 보면서 흐뭇해할 뿐, 꼭 저것을 먹겠다 결심하고 기필코 찾아먹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요새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한때 <원나잇 푸드 트립>이라는 프로그램도 즐겨 보았었다. 연예인들이 1박 2일의 여행 동안 여행지에서 오로지 먹기만 하는 형식으로, 이틀에 걸쳐 여덟 아홉 끼씩을 먹는 모습은 경탄 그 자체였다. 여기서 블라디보스토크를 보게 되었다. 가수 테이가 대식가의 면모를 드러내며 정말이지 먹고 또 먹는 엄청난 먹방을 보여주었는데,항구 도시답게 풍부한 해산물이 눈에 띄면서도, 기본 베이스로 듬직한 육류가 가득한 러시아의 음식들이 매력 있게 느껴졌었다. '저런 곳이라면 블라디보스토크도 가 볼 만하겠는데?' 하던 생각을 현실로 옮기게 되었기에, 방송에 나왔던 맛집 몇 곳을 검색하여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는 일은 자연스러운 절차였다.
결과는? 무언가 많이 먹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기는 한데, 막상 다녀와서 먹은 것을 모아 보니 '겨우 이거밖에 먹지를 못하였나' 싶은 생각이다. 여행 중에는 먹은 음식들에 대해서까지 글을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서, 음식점에 대한 상세한 품평이나 가격 정보 등은 자세히 기록해두지 못했다. 다만 기억을 더듬어 음식이나 가게에 대해 받은 인상을 일정 순서에 따라 간략히 정리하는 식으로 글을 구성해 보았다.
첫째 날 저녁식사: Dab Drink and Burger
블라디보스토크의 공항을 출발하여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자 오후 5시 무렵이 되었다. 꽤 배가 고파왔다. 계획대로, 첫날의 저녁식사를 위해 숙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걸어서 5분 거리 가량의 수제 햄버거집으로 향했다.
햄버거를 좋아한다. 혼자 먹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이라 지금도 종종 먹고 다니는 편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첫 식사였기에 분위기도 볼 겸, 너무 새롭지 않은 것으로, 익숙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정한 것이었다. 나름대로 잘 한 선택이었는데, 종업원들은 영어로 소통이 가능해 음식을 주문하는데 무리가 없었고, 한글로 설명이 된 메뉴판까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송에서 테이가 햄버거를 세 갠가 먹고 온 집이었다. 블로그 류를 찾아보니 포스팅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가게인 것으로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 2층에 자리를 잡았는데,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키가 크고 늘씬하고 얼굴이 조막만 한 직원들이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 주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평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넓은 매장 안에는 빈 테이블이 듬성듬성 보였으나, 옆 테이블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웃음소리, 러시아어의 대화 소리덕분에 썰렁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버거를 하나 시키고, 음료로는 레모네이드를 주문하였다. 음료를 따로 묻기에 세트메뉴는 없는 줄로 알고 감자튀김을 추가하였는데, 나중에 나온 음식을 보니까 고깔에 담긴 감자튀김과 함께 커다란 튀김 그릇 하나가 더 나왔다.
버거는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부드러운 맛은 아니었고, 다진 고기가 오밀조밀하게 밀집해 들어간 패티 덕택에 도리어 다소 퍽퍽하게 느껴졌다. 씹을수록 고기 내음이 입 안에 가득했다. 먹다 보니 목이 메었다. 햄버거를 먹고 나니 감자튀김은 손대기 힘들 만큼 포만감이 컸다.(사람이 이걸 어떻게 세 개나 먹을 수 있지...?) 손을 들고 점원을 불러 남은 감자튀김을 포장해 달라 이야기하니, 잠시 후 감자튀김을 큼지막한 스티로폼 박스에 가득 담아 고무줄로 감싸 묶은 상태로 가져다주었다. 비닐봉지에 담긴 감자튀김 박스는 숙소에 가져다 놓고 조금씩 먹었다. 여행 내내 먹었다. 정말 3일 내내 먹고도 다 먹질 못했다.
둘째 날 브런치 : 우흐 뜨, 블린(Ух ты, блин)
둘째 날의 아침식사는 어제 남은 감자튀김 몇 조각을 집어 먹은 것으로 대신했다. 신한촌 기념비를 다녀오고 나자 오전 10시 반 가량이었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했고 두 시간이 넘도록 찬 바람을 맞으며 걸어 다녔기에 배가 몹시 고팠다. 브런치를 먹을 차례였다. 계획한 대로, 숙소 바로 건너편으로 블린을 먹으러 이동했다.
우흐 뜨, 블린의 내부 모습. 유독 한국어가 많이 들렸다.
블린은 러시아의 전통음식으로, 밀가루나 메밀가루로 만든 팬 케이크의 일종이다. 밀 반죽 사이에 닭가슴살이나 다진 고기, 당근, 토마토 등의 야채나 견과류 등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한 끼 식사 대용으로도 먹을 수도 있는 음식이었다. 여행객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위치한 가게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손님이 꽤 있었고, 복작대는 와중에 유난히 한국어가 많이 들렸다. 앉은자리 주변이 거진 한국인 여행객들이 차지한 테이블이었다. 대개 짝지어 여행 중인 여성들 또는 연인들이었기에, 혼자 식사를 하러 온 나는 무언가 모르게 위축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꿀이 들어간 블린과 아이스크림을 한 덩이 얹어 주는 아이스크림 블린을 주문하였다. 팬 케이크라고 생각하니 고기나 야채가 들어간 종류보다는 꿀이나 크림이 들어간 달콤한 쪽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처음 먹는 음식이다 보니 가장 기본이 되는 걸 먹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하였고, 달달한 간식류를 워낙 좋아하는 편이기도 해서... 카페라떼도 한 잔 주문하여 마셨는데, 따듯한 커피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나왔다. 보기 드문 광경에 처음에는 주문을 잘못한 것이 아닌가 의아했는데, 살짝 따끈한 정도라 빨대로 마시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하여 적당한 크기로 썰어 아이스크림을 듬뿍 찍어 먹었다. 아이스크림 와플을 먹는 느낌이었다.처음에는부족하면 어쩌지 했는데, 혼자 두 개를 다 먹고 나니 포만감이 들었다. 맛은, 밀가루와 달콤함이 만났으니, 달래 더 설명할 게 있을까?
둘째 날: 주마(Zuma) 레스토랑
주마 레스토랑에 도착한 것은 같은 날 오후 3시 무렵. 매우 늦은 점심식사인 셈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날 제대로 먹은 마지막 식사가 되었다.
블린을 먹고 나서 또 계속 걸어 돌아다녔으므로, 금세 배가 고파졌다.(쉴 새 없이 많이도 돌아다녔다.) 해양공원 인근을 지날 때였다. 허기지는 정도를 넘어서, 기력이 다하여 몸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무언가 먹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인 주마는 통째로 삶아져 나오는 킹크랩이 유명한 곳이었다. 1kg에 우리 돈 3만 원가량 되는 킹크랩 한 마리를 혼자서 통째로 먹어치우던 테이의 방송을 기억하며, 나 또한 허기져 쓰러지기 직전인 상황이었으므로 킹크랩 한 마리쯤은... 하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었더니 웬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인사말과 함께 킹크랩의 재료가 없는데도 괜찮으시냐는 종업원의 질문을 받아야 했다.
아쉬움 가득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우선 바닷바람 맞으며 언 몸을 녹일 생각으로 자리부터 잡았다. 어차피 비싼 킹크랩, 혼자서 다 먹지도 못했을 거라고, 높은 곳의 포도를 올려다보는 여우의 심정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었다. 한국어를 할 줄 안다며 우리말로 몇 마디 말을 걸어준 친절한 직원이 가져다준 메뉴판의 음식 가격들은 여행 예산에 비해 상당히 고가였다.(킹크랩은 어찌 먹을 작정이었는지...)그렇다고 다시 나갈 수도 없는 노릇. 페이지 한 면을 하나의 요리 사진으로 꽉 채우고 있는 두툼한 두께의 메뉴판을 넘기다 보니,킹크랩 다리 튀김에 눈길이 갔다. 꿩 대신 닭이라고, 먹지 못한 킹크랩의 맛을 이걸로라도 대신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추위에 지친 육신을 달래기 위해 따끈한 국물의 쌀국수도 추가했다.
게 다릿살 튀김이 먼저 나왔다. 바삭한 튀김을 베어 무니 게살이 입 안 가득 퍼졌다. 흐뭇한 맛. 간식처럼 과자처럼 집어 먹다 보니 금세 접시가 비었다. 기름기가 있는 국물의 국수는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여행의 노곤함과 추위로 얼어붙은 몸이 스르르 풀리는 따듯함이 좋았다. 분위기 있고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 경험은 여행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식사보다는, 휴식이 더 값졌던 점심식사였다.
게살이 통통하게 든 바삭한 튀김을 새콤한 샤워 크림에-
따듯한 국물 덕에 몸을 녹일 수 있었다
해적 커피
블라디보스톡에서의 마지막 날. 남은 감자튀김과 전날 쇼핑에서 산 과자 등으로 아침식사를 대충 때우고는 숙소를 나섰다. 둘째 날 정말 가열차게 돌아다녔기에 오후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 마지막 날에는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목표는 휴식과 여유. 느지막이 일어나 책 한 권을 들고 해적 카페로 향했다.
숙소의 바로 길 건너 우흐 뜨 불린 옆에는 해적 커피점이 들어서 있었다. 스타벅스를 연상시키는 어느 여성 해적님(?)의 로고가 인상적인 커피 체인점인데, 이곳 역시 한국인들로 북적였다. 캐리어를 싸 들고 나온 한국인 가족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책을 한 권 펼쳐 들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벤티 사이즈는 되어봄직한 큰 종이 잔에 뜨거운 커피가 담겨 나왔다. 커피 맛이야 별다를 것은 없었고, 어제 온종일 걸어 다니며 혹사한 내 육신을 비로소 쉬게 해 줄 시간이었다.
홀로 여행이기에 여유가 되리라 생각하여 틈틈이 읽고자 챙겨 간 책은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었다. 문고판으로 작고 깔끔하게 뽑힌 디자인이 인상 깊어 사두고는 입때껏 읽지 않던 책이었는데, 여행 짐을 꾸릴 적에 눈에 띄어 일단은 챙겨 둔 것이었다. 나는 이 책을 여행 내내
한 글자도 읽지 않은 상태였기에, 마지막 날 카페에서라도 조금 읽어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저 멀리 앉은 한국인 가족들이 자꾸 시선을 강탈하는 탓에 얼마 못 가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저 책은 지금까지도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책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니까, 언젠가 마음이 내키면 다시 쥐게 될 일이 있겠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마지막 식사: ХЛОПОК
러시아 어를 전공하고 교환 학생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얼마 간 살다 온 친구가, 러시아에 간다고 하니 꼭 먹어보라고 했었던 러시아 전통 음식이 있었다. 여러 가지 것들 중에서, 러시아식 수프인 보르쉬와 꼬치구이 샤슐릭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기억에 남았다. 이들 전통 음식은 반드시 먹겠노라 진즉 생각하였으나, 여행 일정의 동선에 겹치는 식당을 찾을 수 없어 몇 군데 지도에 표시만 해 둔 채로 마지막 날까지 미루어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침내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레스토랑 한 곳을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이것이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될 터였다.
가게 이름이 ХЛОПОК라고 했다. 구글 지도에는 한국어로 표기가 되어 있지 않았고, 러시아어의 키릴 문자를 읽을 줄 몰랐기에 어떻게 발음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키릴 문자의 검색어를 입력할 수가 없었기에 누군가 포스팅한 글에서 드래그가 가능한 부분을 찾아 클립보드에 복사하여 지도 검색창에 매번 붙여 넣기를 해야 하는 등, 식당의 위치를 검색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지금 번역기를 돌려 발음을 시켜 보니,ХЛОПОК는 '쿠어파크' 정도로 읽는 것 같은데, 코튼(cotton)과 같은 뜻의 단어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도에서 이 가게를 검색하는 것 못지않게, 그 실제 위치를 찾아가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구글 맵에서 안내해 준 장소에는 가정집처럼 보이는 건물이 줄지어 있을 뿐 음식점으로 보이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도의 그곳으로 예상되는 위치를 몇 번이고 맴돌다가, 휴대폰 액정에 시선을 고정하고 인근 건물들에까지 발걸음을 옮기다가, 그런 가게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쯤, 가까스로 2층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며 구글 지도에서 해당 음식점을 다시 검색해 보았는데, 전혀 다른 지역에 위치가 표시될 뿐 내가 갔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지점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몇 번을 다시 검색하고 씨름한 끝에야 2년 전의 그 지점이 사라진 것이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간단한 기본 세팅과 테이블 위에 놓아 준 대기표. 가게의 로고 모양이다.
찾기 어려웠던 입구와 달리 매장 내부는 퍽 깨끗하고 넓었다. 도착한 것이 오전 11시로, 이른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음식점에는 사람이 없었다. 메뉴판을 슥슥 넘겨 크게 망설이지 않고 보르쉬와 샤슐릭을 주문하였다. 양고기는 자신이 없어, 샤슐릭은 닭고기와 소고기로 선택하였다.
ХЛОПОК의 내부와 메뉴판 표지
보르쉬가 먼저 나왔다. 동유럽 어느 나라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이 수프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김치찌개만큼 흔한 가정식인데, 고급 연회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특징은 붉은색의 국물. 보기에는 매콤해야 할 것만 같은데, 실은 고기 육수에 붉은색의 비트를 넣어 만든 것이라 새콤한 맛이 났다. 소고기 뭇국의 국물을 먹는 것도 같고, 토마토 수프를 먹는 것도 같은 이색적인 맛에 자꾸 손이 갔다. 하얀 샤워 크림(스메타나라고 한다)을 넣어 먹으라고 하였는데, 국물에 크림을 탄다는 것에 딱히 용기가 나지 않아(...) 일부분에 조금만 풀어 맛을 보고는 더는 넣지 않고 마저 먹었다.
보르쉬의 모습
보르쉬를 떠먹고 있는데 이어 샤슐릭이 나왔다. 하얀 것이 닭고기였다. 종업원이 꼬치를 빼기 전에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샤슐릭은 러시아의 전통 음식은 아니다. 본래 중앙아시아의 유목 민족들이 먹던 것이 새로운 정복자인 러시아 제국에 전파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우인 것이었다. 덩이가 큰 고기를 양념하고 숙성하여 긴 쇠꼬챙이에 꿰어 구운 것이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고기의 식감을 실컷 느낄 수 있었다. 고기 요리가 입맛에 안 맞을 리 없었고, 욕심을 내자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었으나 4개의 꼬치를 다 먹고 나자 충분히 배가 불렀다.
닭고기 샤슐릭(왼쪽)과 소고기 샤슐릭(오른쪽)
홀로 샤슐릭을 열심히 맛보고 있는데,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줄줄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다. 다양한 연령 대의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함께 여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전날 신한촌 기념비에서 만났던 단체 관광객들을 떠올렸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두 번째 한국인 단체팀이었다. 이들의 주문은 가이드가 일괄적으로 해 버려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선택권은 이들에게 없었다. 무엇을 먹는지 정확히 보지는 못하였으나 미리 정해진 금액 때문인지 샤슐릭이나 보르쉬 같은 것을 먹지는 못하는 듯했다. 몇 사람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