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내가 어제 면접을 보고 왔거든? 근데 완전 어이없는 일이 있었어."
"뭔데?"
친구는 심드렁하게 휴대폰을 쳐다보며 얼음이 다 녹아 묽어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말했다.
"아니 좀 제대로 들어봐 봐."
그제야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나를 바라보았다.
"뭐 말해봐."
"내가 어제 면접을 갔는데, 내가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장점을 소통이라고 썼거든? 경청을 잘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잘 귀 기울여준다고. 그런데 면접관이 그런 거 말고 정말 자기만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거야."
거기까지 말을 하고 나는 호응을 기다렸다.
"응 그래서 근데 그거 너무 뻔하고 쓸 말 없어서 쓴 것처럼 보이긴 하네."
"아니, 자기만의 장점이 있는 사람이 그 회사를 왜 가냐고! 장점 살려서 그쪽으로 나갔겠지 세상에 60억이 넘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만의 장점이란 게 어딨어.
아무튼, 그래서 나는 단순히 경청하는 걸 넘어 뿌리 깊게 공감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잘 보기 때문에 문제 해결 과정에서 원만하다고 얘기했어. 그랬더니 심드렁한 표정만 짓고는 알았다며 다음 사람한테 묻더라고, 나 망한 것 같지?"
그때 친구는 면접관 같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네, 뭐 넘어갔는데 표정이 그랬으면 좀 그렇네."
"야 뭔 반응이 그러냐 위로라도 좀 해주던가..."
"안타깝긴 한데, 나도 취준 하는 입장이고 그런 경우 보통 잘 안되는 거 너도 잘 알잖아?"
"하아 그래 그래서 넌 저번에 면접 본 거 결과 나왔어?"
"붙었으면 얘기했겠지. 취업 얘기 좀 그만하자."
"붙고 나야 우리도 다른 얘길 하지... 아무튼 너무 억울하다. 너도 뭐 들은말 없어? 내가 고칠 점 좀 봐줄게."
"아냐 괜찮아 난 왠지 알 것 같아서."
나는 문득 짜증 났다. 기껏 만나서 휴대폰만 볼 거면 뭐하러 만나는 거며 내가 하는 얘기엔 관심도 없고 내가 궁금한 건 얘기해주지도 않는데 이게 친군가 싶기도 했다.
"그러지 말고 왜 폰만 봐 오래간만에 만나서는"
친구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한숨을 쉬더니 겨우 말을 뱉었다."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너 비슷한 얘기만 했잖아. 너무 비슷한 패턴이라서 뭐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이젠."
나는 적잖게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의 우정, 추억들,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샘솟으며 그 가득한 샘물이 말라서 종국에는 바싹 갈라져버린 짙은 황토색의 바닥이 드러난 것 같았다.
"왜 말을 그렇게 해? 그렇게 생각하면 진작 얘기해주거나 오늘 안된다고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뭐 오늘은 좀 다른 이슈로 얘기하나 했지."
"우리 비슷한 입장이고 하니까 공감도 좀 하고 또 서로 도움될 만한 얘기도 해주면 좋잖아..."
나는 그 말을 하곤 애꿎게 비어 가는 음료의 잔을 바라보았다. 친구는 조금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이 맞는데, 흠... 이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술 한 잔 하면서 하고 싶은데 상황의 여의치가 않으니까."
"그냥 얘기해주면 되잖아. 서로 괜히 얼굴 붉히지 말고..."
"너는 잘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좀 뭐랄까 너는 네가 어떤 얘기에 꽂히면 거기에 너무 몰입해서 다른 얘기가 잘 안되더라고 그래서 그냥 나도 얘기 안 했어."
나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 말대로 그건 나중에 술 한 잔 하면서 하자 오늘은 그냥 먼저 들어가 볼게."
나는 내 잔을 들고 음료를 버리러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음료를 버리려다 문득 아까워 남은 아메리카노를 원샷했다. 카페인 때문인지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의 일을 복기했다. 진정한 친구라고 믿었던 관계에 대한 믿음이 비 오는 날의 구름처럼 흩어졌다. 애써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쓰던 자기소개서 파일을 하나 열었다.
[질문 2. 남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성격의 장단점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시오.]
나는 잠시 머뭇거리곤 적기 시작했다.
"제 장점은 타인과의 소통능력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