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어떤 특별한 마을에 대해 제보를 하고 싶으시다는 거죠?
네, 이 정도면 '이런 일이 세상에'팀에서도 아주 만족스러운 방송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어디에 있는 마을이죠?
아마도 충청북도 제천 어딘가 산골이었을 겁니다. 제가 정확히 모르는 이유는 밤중이기도 했고, 네비가 안됐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제천에서 올라오는 길이었으니 대충 그 근방일 겁니다.
뭐 그건 저희가 나중에 확정되면 다시 여쭤볼게요. 어쨌든 뭐가 특이한 마을인가요?
우선 저는 한 밤중에 산속을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길이 좁아 차를 돌리기도 여의치 않았고요. 그러다 잠이 너무 많이 와서 산 어딘가에 차를 대고 우선 잠에 들었습니다. 네, 날이 밝으면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아니 어쩌다 도대체 그런 곳으로 가신 거예요? 표지판도 안 보일 정도였나요?
흠 솔직히 말하면 그때 밥이랑 약주를 간단하게 걸 친상태여서 허허 조금 민망한데 정신이 좀 없었어요 제가.
그는 다소 부끄럽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다 눈을 딱 떴는데, 아 글쎄 모르는 사람들이 내 차를 밧줄로 묶어서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가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호들짝 놀라서 문을 열고 소리쳤죠 누구시냐고. 그러니까 한 청년이 와서 글쎄 아주 겸손한 얼굴로 "주무시고 계셔서 깨실까 봐 저희가 저희 마을로 옮겨 드리고 있었습니다"라고 하는 게 아니오? 세상에 나는 그때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 이러한 젊은이들이 산동네에 똬리를 틀고 선행을 베푼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어요.
겁은 안 나셨나요?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아 당연히 처음엔 좀 그랬는데, 너무 선한 인상이기도 했고 나쁜 사람들이면 굳이 왜 차를 가져갑니까 벌써 해를 끼쳐도 금방 끼쳤지.
하긴 그것도 일리는 있는 견해네요.
그 사람들은 왜 거기에 살고 있답니까?
얘기를 듣자 하니 아무래도 요즘 사회가 취업도 어렵고 힘들다 보니 자급자족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서 살려고 들어왔다고 합디다. 나이 때도 다양해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일종의 축소된 사회였다니까. 한 50가구쯤 되어 보이는 마을이었는데 거기에는 초가집 기와집 현대식 건축물이 섞여서 아주 묘한 그래, 묘한 조화가 있었어요. 뭐랄까 불규칙의 규칙성? 같은요.
그럼 계급이나 그런 어떤 사회적 시스템은 없었어요? 아 이건 저희가 찾아서 인터뷰를 해야겠네요.
남자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나도 겨우 하룻밤 신세를 진 거니까 정확히는 다 몰라요. 아무튼 그들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고, 나름 식자재 같은 것도 풍부해 보였어요. 실제로 나한테 돼지고기 김치찌개로 해장을 시켜줬다니까.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들으니까 갑자기 현실성이 확 살아나네요.
하하 그렇죠? 거기다 신기한 게 그뿐만이 아니에요. 지금이 8월이니까 한창 더운 게 당연하잖소? 한데 거기는 선선하기는 가을의 초입 같았는데 마을에 중앙에는 얼음으로 된 제단이 있어 녹지도 않고 마을 사람들이 그 제단을 공동 냉장고처럼 쓰고 있었어요.
선생님 이제 자세한 건 저희가 찾아보고 위치 좀 제대로 알려주시겠어요? 제천에서 방향이나 어디쯤인지. 나올 때는 제대로 보고 나오셨을 거잖아요.
아 그게 사실 어떻게 내가 서울로 왔는지도 영 기억이 안 나요.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차를 직접 모셨을 텐데.
사실은... 이게 내가 며칠 전에 꿈에서 본 내용이라.
.
꿈이요? 지금 꿈 가지고 제보를 하시는 거예요?
아니 이게 꿈이긴 한데 진짜요. 확실히 있는 마을이라니까.
여보세요, 지금 아저씨 한가한 꿈 얘기나 들어주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하아... 누가 이 분좀 밖으로 모셔다 드리세요.
정말 있다니까! 거 참 누군 한가해서 와서 이러는 줄 아는가? 기껏 생각해줬더니 어디서 역정이야 어린놈이!
그는 경비원에 의해 제지당해 끌려나가면서도 진짜 있다고 적어도 확인은 해보고 뭐라고 해야 하는 건 아니냐며 분노를 표출했다. 피디는 머리를 쥐어 싸매고 회의를 들어갔다.
2주 뒤, 이런 일이 세상에 에는 제천 근처에 특이한 마을에 대해 소개했다. 거기엔 젊은 사람부터 늙은 사람까지 산속에 모여 이룬 사회에 대한 소개가 있었고 폭발적인 반응 속에 시청률은 겅중 뛰어올랐다.
피디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방영분을 보며 작가에게 말했다.
그래도 그 이상한 아저씨 덕분에 한 고비는 넘겼네.
이 정도면 우리한테 고맙겠지. 꿈이 진짜가 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