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잘 나가는 B2B SaaS 서비스들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를 해봤어요. 잘 된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을 찾아서 채널톡 마케팅에 적용해보려는 생각이었죠."
-채널톡 VP Josh-
일단 Slack, Hubspot, Canva, BuzzSumo, Monday, Zoom 등.. 최근의 SaaS 붐을 이끌고 있는 사례 뿐 아니라 Airbnb, Spotify등의 B2C 서비스들도 살펴보았습니다. 10개 정도가 넘는 스타트업 케이스스터디를 뒤져보았을 때 즈음,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공통점이 거의 없더군요. 딱 2개의 공통점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뛰어난 제품(Outstanding Product)
뛰어난 제품에 기반한 입소문(Word Of Mouth)
슬랙은 워낙 유명했던 창업자가 시작부터 화려하게 '이메일을 없애버리겠다'고 선언하고 전례없이 TV광고를 하는 등. 제품-커뮤니티-바이럴을 빠르게 가속화. 마케팅 예산 아끼지 않고 팍팍 쓰는 스타일.
헙스팟
은
컨텐츠 마케팅을 유입과 전환 2가지 위계로 나눠서 고객의 자연유입을 증대
한다고 합니다. 가장 트래픽을 많이 내고 있는 검색어는 'How to use Excel (엑셀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하네요. 검색페이지 1면에 '엑셀을 잘쓰는 18가지 꿀팁'으로 헙스팟 블로그가 나옵니다. 이렇게 블로그 글을 읽으면 이어서 또 '엑셀로 피벗테이블 만드는 법' 등의 글이 있어서 2개 이상의 글을 읽고 6분 체류하게 하면 이메일을 등록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에어비앤비
는 모든 마케팅 사례들 중 가장 방대한 분량의 마케팅 케이스스터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 자료들만 다 읽는데 이틀이 걸렸네요. 역시 시리얼팔면서 살아남은 팀이라 그런가 안해본 마케팅이 없습니다. 그 중에 인상적이었던게
트위터, 페북에 올라오는 모든 에어비엔비를 언급한 글에 거의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려서 커뮤니티 마케팅을 부스팅
했다는 점. 좋은 인증샷 올라오면 바로 이거 퍼가도 되나요? 하고 좋은 사진과 후기를 공식계정에서 계속 알린거죠.
에이치렙스(Ahrefs)
는 최근 SEO 마케팅 툴에서 독보적인 포지션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인데, 이 케이스스터디를 보는 순간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싶었습니다. 투자 한번 안받고
ARR(연 반복매출)이 400억
이 되었네요. 직원 1인당 매출이 8억이라고 합니다. 근데 사이트에 구글애널리틱스나 페북 픽셀 설치를 안해놓았습니다.
광고에 한 푼도 쓴적이 없습니다.
웃긴게 이 케이스스터디를 작성한 사람도 인터뷰 및 리서치하다 멘붕이 와서 서문에
'이 사례를 읽으면 마케터들은 멘붕이 올 수도 있으니 주의'
라고 써있어요. 광고나 분석을 안하는 이유는 그거 매일 보면 스트레스받아서 좋은 컨텐츠를 작성하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그리고 컨텐츠 마케팅의 불뮨율을 깨고 모든 컨텐츠에는 반드시 에이치렙스를 사용하는 내용이 들어갑니다.
에이치렙스 팀은
제품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퀄리티가 있다는 점에 확신
이 있었습니다. 이미 입소문이 나고 있고 이 입소문을 더 빠르게 확산시킬 방법으로는,
자신들이 가장 자신있는 SEO에 올인
합니다. 그리고 헙스팟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선택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검색하는 단어로 글을 쓰지 말고 확실하게 구매할 사람이 검색하는 단어를 선점하는 글을 쓰자. 그리고 그들은 마케터들을 멘붕시키는 성장을 만들어냈습니다. 해야할 마케팅을 늘리지 않고 오히려 줄여서 집중한다는 점. 근데 아무리 그래도 광고도 분석도 안하고 리타겟팅도 안쓴다니..
이사람들아..
충격에 휩싸여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모두 자신다운 마케팅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슬랙은 스타 창업자인만큼 화려하게. 헙스팟은 지속가능한 트래픽 유입에 끝까지 베팅. 에어비앤비는 절실한 만큼 모든 액션을 다. 제가 언급을 못한 다양한 팀들도 쭉 살펴보면 결과적으로는 창업자와 팀의 색이 강했습니다. 돈을 쓰거나 안 쓰거나. 컨텐츠 마케팅을 하거나 안하거나. 커뮤니티를 하거나 안하거나. 우리네 스타트업들은 돈이 있어도 없어도 항상 돈이 없기 때문에(?) 빡세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희한하게 마케팅을 하다보면 남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됩니다. 돈을 쓰면 돈을 써서, 안쓰면 안써서 말이죠. 하루에도 몇 번씩 숫자를 보다보면 심장이 아픕니다. 소심해집니다. 그런데 이런 사례들을 보니 뭐랄까요. 결국 제품과 시장에 확신이 있으면 오히려 나 다운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집중하는게 성공할 확률이 높겠다는 어마무시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 그럼 채널톡 다운 것이 무엇인가. 채널톡 답지 않은 액션을 혹시 하고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엄청나게 많더군요.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채널톡을 사용해서 매출이 오른다는 점을 크게 강조한 광고들이었습니다. 모든 대표의 니즈는 매출성장입니다. 그리고 채널톡으로 좋은 온라인 세일즈 경험을 만들어 매출이 성장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크게 강조하는 것이 정말 나다운 방식일까. 채널톡 다운 방식일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출이 올라갑니다."는 메시지에 척추가 반응하지 않을 대표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매출이 올라가는 이유는 어떤 도구를 사용하거나 방법을 따라해서가 아니라 고객에게 좋은 제품과 경험을 주고, 내 사업을 기억하게 만들고, 고객이 돌아와주기 때문이겠죠. 쉽게 돈 버는 일은 세상에 없는데, 최근 유행하는 쉽게 돈버는 법 등의 컨텐츠를 보면서 돈이나 매출을 강조하는 광고가 정말 지속적일까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이런 게임의 끝은 결국 "내 눈을 바라보면 건강해지고 시험합격하고 살도 빠지고"겠죠. 시간이 지나면 또 하나의 뻔한 이야기가 될 겁니다.
채널톡을 사용하는 최우선 목적이 "매출을 올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고객과 대화하고 싶어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어느 순간 숫자를 만들기 위해 이런 중심을 놓쳤는데 이번을 계기로 뿌리를 더 깊이 내려야겠습니다. 앞으로는 채널톡으로 매출이 오른 고객이나 이만큼의 성과를 올린 이야기가 아니라 이렇게 깊이 고객을 생각했고 수없이 대화했으며 '고객에게서 답을 찾았다'는 이야기들을 성공사례로, 광고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과연 이런 방식이 채널톡의 성장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일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공한 B2B SaaS 마케팅의 결론이 '자신다운 마케팅을 하는 것' 이라면, 이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에이치렙스보다는.. 열심히 광고도 할거니까요?!
*이 글은 채널톡 VP Josh의 페이스북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