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널톡 Apr 23. 2024

B2B 유통에 주력하던 농심은 왜 '농심몰'을 열었을까

농심, 스타트업 마인드로 '커머니티'에 도전하다

B2B 유통에 주력하던 농심은 왜 '농심몰'을 열었을까?

오프라인 유통 강자 농심, 찐팬을 찾아 나서다


농심이 자사몰을 운영한다고?


2023년 6월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먹태깡 열풍'을 기억하시나요? 국민 스낵 '새우깡'의 5번째 후속작이었던 '먹태깡'은 이듬해 2월 1500만 봉 판매를 돌파, 폭발적인 수요로 품절 대란을 일으키면서 한국 스낵업계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이때 먹태깡 품절 대란 한가운데에서 주목받은 먹태깡 구입처가 있었으니... 바로 농심의 자사몰, '농심몰'입니다. 농심몰은 한동안 온라인에 '농심몰에서 먹태깡 사는 법' 게시물들이 줄줄이 올라올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 농심몰이라는 곳, 꽤 흥미로운 제품들을 팔고 있습니다.


우선 원하는 사진과 문구가 들어간 '나만의 과자'를 만들 수 있는 '농꾸'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신제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체험해 볼 수 있는 '얼리어먹터' 이벤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에도 농심몰에서만 판매하는 굿즈 세트, 기획 세트나 정기구독 서비스 등 독특한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라면과 스낵, 음료 분야에서 공고한 브랜드를 보유한 농심의 장점을 잘 풀어낸 거죠.


실적도 준수합니다. 2022년 8월 말 오픈한 이후 1년 7개월 만에 MAU 100만을 넘기도 했고요. 회원 수도 매월 40%씩 증가하는 속도이니 웬만한 스타트업 부럽지 않은 성장세입니다. 농심이 무려 1965년에 설립된 회사로, 2023년 기준으로도 매출의 87%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회사임을 고려하면 농심몰의 성과가 더더욱 놀라운데요.


과연 오프라인 위주 B2B 유통으로 오랜 시간 시장 지배적 위치를 차지했던 농심은 왜 자사몰을 열었을까요? 어떻게 자사몰로 이 정도 성과를 만들어 냈을까요? 농심 D2C자사몰팀의 김승완 선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찐팬을 찾기 위한 자사몰 프로젝트


농심몰은 농심의 사내 스타트업 프로젝트로 시작됐습니다. 농심은 2018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엔 스타트'를 통해 선발된 팀에게 별도 업무 공간과 사업화 예산을 지원해 왔는데요. 2021년에는 농심몰 팀이 선발됐습니다.


(좌) 김승완 선임, (우) 박종오 팀장


"농심의 팬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VOC를 보면 저희 제품에 애정을 표현해 주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농심은 B2B 회사라 팬들과 직접 소통할 창구가 별로 없었어요. 고객과 만날 창구를 어떻게 마련할까, 어떤 콘텐츠로 소통할지 고민했고요. 농심 제품 자체가 콘텐츠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코로나 시기에 어떻게 온라인에서 농심 브랜드 소통을 강화할까 하는 고민도 있었고요."


농심몰은 처음부터 농심 찐팬과의 접점을 만들고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농심몰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채널톡을 도입한 것 역시 농심몰이 소통하고자 하는 집단의 페르소나가 명확하기 때문이었는데요. 농심몰의 고객은 기존 농심 고객센터를 이용하던 고객들과는 조금 다른, 대면보다 비대면 소통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보다 연령층이 낮은 집단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실제로 농심몰은 전체 상담의 80%가 채널톡을 통해 인입됩니다.


14개 부서 협약으로 실현한 '농꾸'


선발 이후 농심몰 팀은 진짜 스타트업처럼 공유오피스로 출근하면서 사업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모객 전략이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에 답을 찾아야 했으니까요.


"오픈마켓 플랫폼이 있는데 농심몰에서 농심 제품을 사야 할 이유는?"


해결책은 농꾸 같은 커스텀 제품, 혹은 기획 세트 같은 한정판 제품들이었는데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조직을 설득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던 농심이 다품종 소량생산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내부에서도 모험이었어요. 그게 되냐, 되면 경쟁력 아니냐, 아무도 못 따라오지 않겠냐. 농꾸 기획 단계에서는 14개 부서와 협약을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공장에서도, 마케팅 쪽에서도, 물류 쪽에서도 새로운 프로세스를 받아들여 주셨어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거 보여주자는 뜻에 공감해 주신 것 같습니다"


농심몰이 보여준 새로운 시도들은 많은 부서들의 도움과 협조 속에 가능했던 셈입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볼 수도 있어요. 어떤 팀이 PT 에서 1 등을 해서 사내 스타트업이 됐고, 내부 설득을 통해 D2C 자사몰을 만들어 나갔다... 그런데 사실 조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아요."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고집스럽게 구현하다


내부에 무언가를 설득하려면 농심몰 팀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해야겠죠. 농심몰 팀은 기관을 통한 설문조사, 잠재 고객들과의 오픈채팅방 운영, 심층 인터뷰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소비자 조사를 진행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듣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지독한 디테일이 바로 농꾸를 농심 공장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었죠. 농꾸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외부 업체 20곳 이상을 직접 미팅하고, 제품 생산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했는데요. 그럼에도 공장에서 농꾸를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장에서 농꾸만을 위한 생산 시간을 따로 할애해서 농꾸 제품을 생산합니다. 사실 외주업체에 맡기는 게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사전조사를 할 때 농심 대학생 인턴들을 심층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커스텀 제품을 파는 곳은 많은데 왜 '농꾸'가 흥미롭냐고 물어보니 큰 공장에서 나만을 위해 제품 한 개를 만들어준다는 개념을 높이 사더라고요.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였습니다."



그 외에도 기존에 운영하던 얼리어먹터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별 참여가 가능하도록 바꾸거나, '짜파구리'처럼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레시피를 기반으로 세트 상품을 기획하는 식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디테일을 고심하며 하나하나 채워 나갔는데요. 그 결과, 농심몰은 2022년 8월 오픈 이후 빠르게 사용자를 늘려 나갈 수 있었습니다.



농심몰 초반에는 아이들에게 '농꾸' 제품을 만들어 주려는 30, 40대 위주로 입소문이 퍼졌는데요. 농꾸 접수는 2023년 1월까지 1만 3000건을 기록할 정도로 오가닉한 성장세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농꾸나 기획 세트를 오픈할 때마다 한 달 이내에 완판이 되는 것은 기본이었죠. 농심몰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SKT, 삼성전자, LG 유플러스 등 대기업들과 콜라보 이벤트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대형 이벤트를 진행할 때마다 사용자 연령대가 20, 30대로 확대돼 갔죠.


'얼리어먹터'로 예상했던 먹태깡의 인기


2023년 6월, '먹태깡 대란'이 닥치면서 농심몰의 사용자 수가 퀀텀 점프를 했습니다. 이때 농심몰은 일평균 방문객이 출시 전 대비 200% 증가하고, 일평균 가입자가 출시 전 대비 250% 폭증했는데요.


사실... 농심과 농심몰 팀 모두 먹태깡의 인기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먹태깡 역시 농심몰에서 '얼리어먹터'로 판매한 신상품이었기 때문이죠. 참고로 고객은 농심몰 얼리어먹터 이벤트를 통해 정식 출시일보다 앞서 신제품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먹태깡 역시 공식 출시일은 2023년 6월 26일이었으나, 얼리어먹터 판매일은 2023년 6월 19일이었죠.



"먹태깡은 저희가 얼리어먹터로 선보였던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이 제품은 정말 잘 나갈 수 있게 준비하자 싶었습니다. 전국에 품절 사태가 일어나는 와중에도 자사몰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창구를 열어두려고 했어요. 수량 제한, 아이디 제한까지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요."



물론 먹태깡 생산량을 불만스러워하는 문의도 많이 인입되었습니다. 심지어 농심몰 측에서 판매를 늦게 열어서 구매하지 못했으니 보상하라는 CS도 있었는데요. 이런 반응을 농심에서 직접 수집함으로써 빠르게 내부에 공유해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자사몰 덕분에 생긴 새로운 가능성이었습니다.


"불만이 많이 왔죠. 왜 이렇게 많이 안 만드냐. 이런 CS들은 관련 부서에 전달했습니다. 자사몰에서 고객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농심은 먹태깡 출시 당시에는 부산공장에서만 생산하다가, 출시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는 아산공장에서도 생산했습니다. 출시 초기에는 생산량이 주당 30만 봉이었으나 8월 이후에는 주당 60만 봉으로 2배가 됐죠. 여러 경로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린 겁니다.


김승완 선임은 무엇보다 신제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직접,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농심몰의 가장 큰 의의로 보았습니다. 항상 유통 채널에 찾아가 고객 리뷰를 확인해야 했던 농심이 처음으로 직접 리뷰 데이터를 갖게 되었다는 거죠.


"신제품을 냈을 때 고객 반응을 빠르게 볼 수 있는 점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반응이 나왔을 때 이 제품이 히트 상품이 되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농심몰의 리뷰 데이터 덕분이었을까요? 농심은 실제로 2023년에 먹태깡 외에도 빵부장 소금빵, 신라면 더레드 등 많은 신제품의 흥행을 성공시켰습니다. 농심몰 팀에서는 리뷰 데이터의 어떤 항목을 보아야 히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 나가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먹태깡은 긍정 단어의 비율, 사진/영상 리뷰의 비율, 리뷰 글자 수, 특정한 표현 반복(어른들의 간식)이 특징적이었는데요. 수많은 리뷰 데이터 지표 중 어떤 것이 유의미한지, 아직은 파악해 나가는 중이라고 하네요 :)


채널톡을 쓰는 이유: 효율화와 일관성


물론 농심몰의 목표에 비하면 갈 길이 멉니다. 현재 농심몰의 우선순위는 무엇보다도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것인데요. 빠르게 성장하는 동시에 브랜드 경험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채널톡은 업무 효율화와 브랜드 톤 유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1) 서포트봇 처리율 82%


"처음 오픈할 때에는 서포트봇을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첫 이벤트를 했을 때에는 챗봇이 9개뿐이었습니다. 서포트봇 처리율은 43% 정도밖에 안 됐고요. 그런데 이번에 진행한 카카오뱅크 저금통 이벤트에서는 서포트봇을 더 잘 활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벤트 한 달 전에 양효진 팀장님께 워크샵을 신청해서, 서포트봇 시나리오 워크숍을 했습니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 다른 회사의 사례, 고질적인 문제 등에 대해 깊게 다뤄 주셨어요"


농심몰에서 반복되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운송장 이슈였습니다. 호스팅 솔루션으로 만들어진 농심몰 특성상 여러 개의 택배를 보내더라도 고객에게 운송장을 한 개밖에 노출할 수 없었는데요. 고객은 '택배가 다 안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로 CS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의가 들어오면 분리배송 안내를 합니다. 고객에게 주문번호와 도착한 상품의 정보를 받은 이후에 분리배송된 다른 택배의 송장을 알려주는 건데요. 이 정보를 받는 서포트봇을 만들어 버리면 편리하겠죠.



이런 식으로 개선 아이디어를 얻은 결과 농심몰은 서포트봇을 40개까지 늘리고, 서포트봇 처리율을 82%로 올릴 수 있었습니다. 외주업체를 통한 상담 인력도 66% 줄이는 효과를 봤죠.


물론 서포트봇 처리율을 무조건 높이는 것은 경계하고 있습니다. 결국 농심몰의 취지는 고객과의 소통에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신제품 아이디어를 적으라는 식의 서포트봇은 만들지 않을 예정입니다.


(2) 농심몰에 어울리는 말투를 일관되게


농심몰 CS의 특징은 외주업체를 결합한 형태로 운영된다는 겁니다. 소수 인원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외주업체에서 CS를 응대하고, 복잡한 건은 김승완 선임이 관련 업무를 하는 팀원과 함께 처리하는 형태입니다. 누가 문의에 응대하더라도 일관된 말투와 품질의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구조인데요. 이를 위해 매크로 기능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와서 CS를 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외주업체를 쓰면 저희를 담당했던 인력이 언제든 바뀔 수 있기도 하고요. 저희 내부에서도 누군가 연차를 써서 대체자가 응대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매크로를 쓰면 누가 응대를 하더라도 동일한 톤의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기에 좋은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챗봇으로는 사과의 마음을 다 전달할 수 없잖아요. 그럴 때에는 사람이 직접 소통해야 하는데요. 같은 말이지만 사람마다 사과의 문투가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어 제가 응대하면 딱딱한 말투로 말할 텐데요(ㅎㅎ), 농심몰에 보다 어울리는 친근한 페르소나를 고객이 일관되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매크로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농심몰에서는 채팅뿐 아니라 전화 응대의 톤앤매너도 관리하기 위해 채널톡 전화를 활발하게 도입하고 싶은 니즈가 있다고 하네요!


그다음 목표는 소통이 되겠죠


2024년 3월, 농심몰은 카카오뱅크와 대형 콜라보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카카오뱅크 이벤트를 통해 증가한 회원 수가 먹태깡 때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데요. 오픈 이후 지금까지 모은 전체 사용자들의 재구매율은 65%를 넘습니다. 사용자를 탄탄하게 잘 쌓아나가고 있는 것 같으니 슬슬 이후의 목표를 짚어볼 때인데요.


사용자가 모였다면 그다음 목표는? 바로 '소통'입니다. 고객들끼리 모여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거죠. 과연 농심몰이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또 어떤 기획을 해낼지 기대되는데요. 그간 농심의 이름으로 쌓인 콘텐츠를 활용하면 무언가 재밌는 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유통 질서가 급변하면서 온갖 커머스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지금, 오래된 대기업 농심이 '찐팬'을 직접 찾아 나서며 보여주는 각종 시도가 흥미롭습니다. 과연 농심몰은 앞으로 또 어떤 행보를 보여줄까요? 농심과 고객 사이가 더 가까워지기까지, 채널톡도 함께하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유저 인터뷰 5개월 해보니" 고객 그룹별 필수 질문 9가지

재구매율 30% 이상 휩드의 자사몰 단골 늘리기 전략

서포트봇으로 단순 문의 50% 줄이고 효율화한 노하우 : 에디션덴마크


*이 글은 채널톡 블로그 성공사례 콘텐츠입니다. 원문 보러 가기

작가의 이전글 4600명 신청한 '채널콘', TF가 마주했던 챌린지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