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오페라 심청 / 연하의 서재
Sim Tjong은 우리가 쓰는 Sim Cheong과 다릅니다. 영어식으로 썼을 경우 독일식으로는 이상하게 발음된다고 합니다
이 오페라는 독일어로 만들어져 초연했기에 Tjong이라고 쓰고 우리의 '청'과 비슷한 발음을 낼 수 있도록 표기되어 있습니다
대구 국제 오페라 축제 폐막 작품으로 올려진 윤이상 <심청>의 무대는 이동 없이 단순합니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천상계, 지상계, 푸른색의 물속 세계는
특수한 영상과 조명 변화로 앉은자리에서 음악이 있는 거대한 동양화를 감상하는 기분이 듭니다
한국의 판소리를 보고 자란 저에게 우리의 한(恨)과 정(情) 위에 얹어진 오케스트라의 절묘한 궁합과
합창이 들려주는 가슴 울리는 교훈에 정신 번쩍 났습니다~ 코러스의 비중이 큽니다
"네 짐을 져라, 그 짐이 너를 가볍게 하리라", "헌신은 용기를 일깨우고, 겸손은 힘을 주고, 책임감은 그를 자유롭게 한다",
"네가 끝장에 다다랐다고 생각할 때 시작이 다가오는 법", "낡은 것 사라져야 새것이 오리니"... / 오페라 <심청> 코러스 중에서
듣던 대로 서양악기인 하프는 가야금, 플루트는 피리로 동양적 음향 표현이 가능하다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우리 악기로는 박과 방울이 나오는데 내용에 몰두하면서 제대로 듣지 못해 좀 아쉬웠고,
천상계를 표현할 때 등장하는 하늘 선녀춤은 서양의 발레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정적이며 우아한 동작에서 절제와 순백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낙엽, 눈, 비로 세월의 변화를 보여주고, 두 개의 나무가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며 곡과 일체를 이룹니다.
관객 입장에서 볼 때 좌측 나무는 심청이 나올 때,
우측 나무는 심봉사가 나올 때로 설정되어 나무 내려오는 모습으로 누가 나올지 어림짐작되었어요.
이제는 보기 어려워진 전통 소품으로 백자, 문갑, 하회탈, 곰방대, 소반... 등이 나와 한국적 정서가 풍부한 작품입니다.
외국에서 공연될 때 폭발적인 인기가 있겠습니다.
소품 옮기는 이들조차도 복장 제대로 갖춰 극의 한 장면에 녹아들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막간극인 인당수 장면에 등장하는 돛 위로 쏟아지던 빗줄기와 뒷배경의 파도의 출렁임,
그리고 계단 위 꼭대기에서 붉은 쓰개치마를 쓴 채 뛰어내리는 심청.
"청아~", "아버지~" 애처로움을 받쳐주는 오케스트라 소리에 눈물 글썽이며 보았습니다.
50년 전 외국인들에게 주었던 감동의 부활이 저에게도 일어났습니다
이후 심청이 물속 세계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관현악 막간극과 궁궐에서 연꽃 속의 심청이 나올 때의 곡은 신비롭고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다른 볼거리도 많아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려웠는데요. 전체적인 의상 디자인은 우리 민족을 나타내는 백색이었습니다.
흑과 백의 멋진 조화를 이룬 동양화
11월 18일(금) 뺑덕 역을 맡은 최승현 님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능청스러운 노랫소리가 완벽해 악역임에도 미워할 수 없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약방 감초로 웃음 자아내며 긴장감을 풀어줍니다.
책을 많이 보아 눈이 멀었다는 심봉사 역의 제상철 님의 목소리는 완전 지적이라 많이 배운 목소리로 공감 백퍼,
심청 역의 김정아 님의 자유로운 고음과 귀에 꽂히는 미성은 연꽃의 소리가 있다면 저런 음색이지 않을까 싶어 다시 듣고픈 소리입니다.
황제 역의 오승용 님의 훈남 소리도 멋집니다^^
그 외 어려운 곡들을 소화해 주신 출연 성악가님과 오케스트라 단원님, 연기자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서양 오페라에 익숙했던 저에게 이번 작품은 기분 좋은 충격이었습니다.
한국에 이런 멋진 작품이 있었다니!!! 한국의 오페라 <심청>으로 자부심 업~
홀아비가 되어 여식 키우면서도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심봉사는 앞을 보지 못한다 신세한탄의 마음입니다.
무조건 눈만 뜰 수 있으면 다 해결되리라 생각하지만 그건 노답입니다.
눈이 멀쩡해서 열심히 책 읽었을 때는 '왜? 나 몰라라?' 하셨을까요.
육신의 눈보다 정신의 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의 과정은 누구나 같다는 생각에 저도 반성했습니다
심청은 젖 동양으로 키운 아비의 고달픔을 보답하고자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했어도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희생을 희생으로 갚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꿈과 희망은 늘 뒷전입니다
멋진 박 도령이 구애하며 아버지까지 모셔다 살자 해도 봉사인 아비가 우선.
낯선 환경에서 살기 힘들 것을 먼저 걱정하는 그녀는 천상 선녀입니다
거절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한데 집에 오니 답답한 아버지는 앞뒤 생각 없이 덜커덕 시주하겠다고 서명했다네요.
온 동네 사람이, 처음 보는 뱃사람들조차 그녀를 가여워하는 데 세상 물정 몰라도 너무 모르는 심봉사.
뺑덕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후 맹인잔치에 참석하여 삶을 되돌아보면서야 자신의 죄가 무엇임을 깨닫게 됩니다
잔치에 참석했을 때 무대 뒤 중앙으로 검은 바탕에 보름달 크기의 흰색 원이 그려져 있습니다.
속은 검은색이었는데 심청이 신비한 연꽃 비녀를 아버지의 눈에 대자 검었던 원이 밝은 회색이 되었다 그가 완전히 깨닫게 되자 크게 뜬 눈동자로 변합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서서히 깨어나 밝은 빛을 보게 되는 명장면의 연출입니다
사진으로 남길 수 없음이 안타까워 글로나마 감동의 흔적 남깁니다.
눈(目)을 표현한 다른 연출도 본 적 있었지만 심봉사의 내면의 눈을 뜨는 모습에 딱 맞춤입니다.
이 장면이 제가 최고로 꼽은 하이라이트입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닌 공동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오페라
이상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 길~게 남기고 저는 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
오페라 블로거 클라라&연하(蓮河)
2022.11.20 연하의 서재에서
작곡: 윤이상
대본: 하랄드 쿤츠
지휘: 최승한, 예술감독: 정갑균
성악: 심청 Sop: 김정아, 윤정난 / 심봉사: Bar 제상철, Bass Bar 김병길/뺑덕 M.Sop: 최승현, 백민아 / 신청모(母) Sop: 강수연, 정선경/박도령 Ten:오영민, 김명규
연주: 오페라 전문 연주 단체 디오 오케스트라, 대구오페라하우스 상주 합창단, 대구오페라 콰이어, 벨레 커뮤니티 코러스, 극단 늘해랑
유네스코 선정 음악 창의도시 통영의 위대한 작곡가를 기리며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이 작품 <심청>으로 해외 극장들과 상호 초청 교류를 확정
202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극장, 불가리아 소피아 극장, 이탈리아 볼로냐 극장, 2026년 독일 만하임 극장 초청 예정
2022년 11/18일(금) 공연 끝나고 직접 촬영한 커튼콜 영상~기립 박수의 마음으로 담았습니다. 대구오페라축제 공연 준비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남깁니다
아래 영상은 제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잘 찍은 영상은 아니지만 기록 차원에서 올립니다.
*연합뉴스에 가면 이곳에 올린 것 외에 비공개 사진도 보실 수 있어 주소 남깁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링크 타고 다녀오시길^^(눈동자 사진 꼭 보세요~~) ◈ 마침내 돌아온 윤이상 오페라 <심청> 감격의 축제
*작가의 서랍에 있던 내용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