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적 인간의 모습 / 연하의 서재
세멜레는 주피터의 사랑을 받았으나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 신화 속 여인으로 우리가 잘 아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어머니입니다.
헨델의 <세멜레>는 이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으나 당시 관행에 맞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3막의 오라토리오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놀라운 작품을 보며 개인적으로 세멜레는 선택과 포기에 대한 인간 성찰의 오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원하지 않은 결혼식을 앞둔 세멜레는 사랑하는 신 주피터를 향해 화살기도를 날립니다. 그녀의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졌고 주피터와 꿈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기쁨은 잠시, 사랑을 얻었어도 현실의 행복에 만족하지 못한 그녀의 마음은 호기심과 과욕을 포기하지 못해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사건을 만들게 됩니다.
3막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혼을 선택한 세멜레는 자멸하고, 신께 순종한 두 남녀의 미덕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선택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 못 쓰게 되면 독이 된다는 아찔한 경고를 주는 오페라입니다.
작품에서는 주피터, 주노, 세멜레로 주인공의 역할이 나뉘어 있으나 저의 사견은 세 명을 한 사람이 가진 다면적 모습으로 보았습니다.
세멜레의 죽음은 타인 때문이 아니라 내면의 욕심을 통제하지 못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었으니까요. 꿈과 희망의 주피터도, 욕심과 질투의 주노도 다 내 안에 있다! 는 게 저의 뇌피셜입니다.
감상 영상은 2019년 알렉산더 팰리스 극장 실황의 콘서트 오페라로 토머스 구트리가 연출했습니다. 거장 존 엘리엇 가디너가 지휘봉을 잡았고 세멜레에 루이즈 앨더, 주피터는 후고 하이마스, 아타마스에 카를로 비스톨리,
1인 2역을 맡은 주노&이노의 루실리 차르도, 카드무스&솜누스 역의 잔루카 부라토로 젊은 출연진들이 대거 등장해 출중한 가창력과 연기를 선보입니다.
이 영어 오페라는 오디오로 충분히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게 음악적 장치를 완벽하게 구현하신 천재 작곡가의 놀라운 작품이라 협소한 무대에 볼거리가 적음에도 러닝타임 160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고색창연한 선율에 아름다운 아리아는 물론 풍부한 코러스가 주는 완벽한 하모니의 헨델 <세멜레>는 단연 최고입니다 ♥
가슴 뛰게 만드는 전체 맛보기 영상(0:56)
https://youtu.be/9X52lmeBWvM (05:27)
달달한 사랑의 아리아~
주피터가 사랑하는 세멜레를 위로하기 위해 불러주는 아리아 Where'er you walk로 Hugo Hymas가 부릅니다. 천하의 바람둥이인 주피터에게도 순정이 있음을 들려주는 진실의 아리아~~ 함께 감상하시겠습니다^^
2023.02.03